광주상의 회장, 특별회비 더 내면 ‘감투’ 쓰는 자리 전락
광주상의 회장, 특별회비 더 내면 ‘감투’ 쓰는 자리 전락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3.04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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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선·양진석 후보 2파전서 정 후보 연임 가닥
정 후보,우호 대의원 통해 기부금 20여억원 낸 듯
‘돈 선거’ 전락에 ‘약속 파기’후유증 우려도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흔히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지역 경제계 ‘수장’이라 부른다.

광주를 넘어 호남 경제를 아우를만한 ‘원로’ ‘얼굴’이라는 데서다. 과거 금호그룹이 한창 잘나갔을 때는 그랬었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과 원내는 경선에 나선 정창선 후보와 양진적 후보 

하지만 광주상의는 언제부터인가 매출 규모가 큰 업체들이 번갈이 가며 회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 위상과 역할이 퇴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제24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도 건설업으로 대그룹 반열에 오른 중흥건설의 정창선 회장과 기아차 공장 협력업체인 호원의 양진석 회장간 2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번 선거가 합의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회비 납부 과정에서 두 후보간 막판 눈치보기와 신경전을 보면서 “광주상의 회장 자리가 뭐 길래, 이런가”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두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는 우호 세력이나 협력업체들을 동원해 특별회비를 내도록 하는 예견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오후 6시까지의 접수 마감 시간을 넘어 2차례에 걸친 선관위의 심야 긴급회의 끝에 저녁 11시30분까지 연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후보 측은 선관위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해 백지 봉투를 내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진풍경은 한 후보가 100만원에 1표씩 주는 투표권을 최대 50장 까지 확보하는 이른바, '특별회비'를 내면 이에 질세라 다른 후보가 그만큼의 회비를 납부하는 '에스컬레이터식 접수'를 한데 따른 것이다.

접수 결과 미납회비 3억원에 특별회비로 23억원이 납부됐다. 정 후보측은 이날 7억9천만원을 포함 모두 20억 여원을 우호지분을 통해 납부했고 나머지 3억원은 일반회원들이 투표권을 갖기 위해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창선 후보는 기존 대의원 표에다 특별회비 납부에 따른 투표권을 대거 확보하게 되면서 경선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자연스레 연임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견되는 광주상의회장 선거가 한때 과열현상을 보인데는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랬을까. 궁금하다.
과거 22대 김상열 상의회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기만료를 앞둔 그때, 신년하례식을 마친 김 회장은 당시 일반의원들을 모아놓고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한 예비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양진석 후보가 1위를, 정창선 후보는 2위를 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상의회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양 측은 임기 1년 반짜리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각서를 쓰게됐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임기 3년이 끝나는 현재 상황에서 정 회장이 다시 연임을 하겠다고 나서자 두 후보의 사이가 틀어지게 됐다.
이에 양 회장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경선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상공인 신년하례식
지난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상공인 신년하례식

하지만 정 후보측은 당시 김 회장이 추진한 예비후보 추대 투표는 절차적·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양 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된 회비 납부결과는 결국 정창선 후보의 승리로 돌아가게 됐다.
이미 대의원의 절반인 46표 이상과 투표권을 대다수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기 상의회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정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꼭 돈선거로 치러야만 하느냐”는 여론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는 이런저런 뒷말과 함께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첫째는 두 후보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양비론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주상의가 상공인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법정단체임에도 자신들끼리 모여 특정인을 몰아주기 위한 예비투표를 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경제인들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부문을 구별하지 못한 두 후 보는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둘째로 아무리 예비추대를 위한 투표라 할지라도 이를 토대로 두 후보측이 각서를 쓰고 사인을 했다면 경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사람이니 만큼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명색이 경제 수장으로서 약속을 허투루 지키지 않은 것은 앞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광주상의가 과거의 고답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혁신적으로 변모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전략산업 구조가 취약한데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시름을 앍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경제를 견인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해야할 상황이다.

최근 최태원 sk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내정된 이후 통 큰 사회적 기부에 나선 김범수 카카오 회장을 상의 수석부회장으로 끌어들인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광주상의가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광주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밑그림을 그린 후 광주시는 물론 정치권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적 지원을 얻어내는데 보조를 맞춰야 한다.
특히 광주시가 AI 인공지능 도시로 나아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상의회장으로서의 역할과 과제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아무튼 상의회장 자리를 돈으로, 기부금으로 차지하는 고답적인 선거방식을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목소리다. 앞으로 선거 후유증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바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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