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무장경찰에 맨몸으로 맞선 수녀의 절규 “원한다면 날 쏴라”
미얀마 무장경찰에 맨몸으로 맞선 수녀의 절규 “원한다면 날 쏴라”
  • 이배순 기자
  • 승인 2021.03.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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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경찰 무장 병력을 상대로 맨몸으로 막아선 수녀 모습이 전세계를 감동으로 몰아넣었디.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지난 달 28일 미얀마의 유혈 시위현장에서 온 몸으로 군경의 진압을 막아섰던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앤 로사 누 따웅수녀 /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지난달 28일(현지 시각)의 시위현장을 담은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렸다.
교롭게도 이날은 군경의 발포로 18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친 ‘피의 일요일’이었다.

여러장의 사진 중 헬멧을 쓴 채 곤봉과 플라스틱 방패를 든 수십 명의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수녀의 모습을 찍은 게 유독 눈에 띄였다.
마웅 보 추기경은 “이 수녀는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저항하는 민간인을 쏘지 말라고 경찰에 애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미얀마의 무력진압을 온 몸으로 막은 앤 수녀는 “여정이 힘들고 더 많은 유혈 사태에 직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경찰 뒤편에는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군인이 보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는 사진 속 수녀는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앤 로사 누 따웅(45)이다.
이날 앤 수녀가 사는 미얀마 북부 미치나에서도 쿠데타 반대 시위대 수십 명이 모였다. 수녀들도 시민들과 연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교회와 수녀원 앞으로 나섰다.
앤 수녀는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의 시민들이 진압을 피하기 위해 수녀원으로 몰려드는 과정에서 다리와 가슴을 맞아 부상을 입었다 한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따르면 앤 수녀는 총알과 최루탄 연기, 울음소리가 가득한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어 무릎을 꿇고 외쳤다.
"쏘지 마세요.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원한다면 저를 쏘세요."

앤 수녀는 신도들이 위험하다며 말렸음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진심어린 호소가 통했는지, 군경은 행군을 중단했고 진압을 멈췄다. 무장한 경찰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앤 수녀는 잠시 뒤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수녀원으로 달려 들어갔다 한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앤 수녀의 용기 덕분에 100명의 시위자들이 수녀원으로 피난했고, 40여명의 부상자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앤 수녀는 UCA뉴스에 “나는 가톨릭 수녀이지만, 미얀마 시민이기도 하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이 험난하고 앞으로 더 많은 유혈 사태에 직면할지라도, 인내로써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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