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13) 제옥당산수병(題玉堂山水屛)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13) 제옥당산수병(題玉堂山水屛)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3.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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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가득 등나무 넝쿨 오솔길에 가로 놓여 있네 : 題玉堂山水屛 / 양곡 소세양

옥당은 대체적으로 홍문관을 지칭하기도 했다. 곧 조선 시대, 삼사의 하나로 궁중의 경서와 사적을 관리하고 왕에게 학문적 자문을 하던 관청으로 불렸다. 홍문관은 경서와 사적의 관리, 문한文翰의 처리 및 왕의 자문에 응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로 학문적·문화적 사업에 관여한 기관이었다. 옥당에 있는 산수화 한 폭에 매력에 빠져 백 갈래 폭포가 나무 끝에 비로소 보이고, 다리는 강가 들판을 가로 질러 놓였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題玉堂山水屛(제옥당산수병) / 양곡 소세양

백 갈래 폭포수가 나무 끝에 보이고

다리는 강가들판 가로질러 놓였는데

봉우리 굽어진 곳에 등나무가 가득하네.

百道飛泉掛樹杪 野橋橫斷跨江郊

백도비천괘수초 야교횡단과강교

寶坊知在峯回處 滿地藤蘿細路交

보방지재봉회처 만지등라세로교

땅에 가득 등나무 넝쿨 오솔길에 가로 놓여 있네(題玉堂山水屛)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1486~156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백 갈래 폭포가 나무 끝에 비로소 보이고 / 다리는 강가 들판을 가로 질러 놓여있구나 // 봉우리 굽어진 곳에 절이 있음을 알겠는데 / 땅에 가득 등나무 넝쿨 오솔길에 가로 놓여 있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옥당의 산수병풍에 쓰다]로 번역된다. 옥당玉堂은 흔히 궁전이나 조선시대 때는 성균관으로 불리었다. 여기서는 경서經書와 사적史籍을 관리하고 왕에게 학문적 자문을 하던 관청인 성균관으로 생각고자 한다. 옥당에 한국화 한 폭의 걸려있었다. 순수 한국적인 정취에 우두커니 산수화의 풍경이 푹 빠지고 말았음을 나타내 보인 작품이겠다. 시인은 산수화의 그림 풍경을 묘사해 냈다. 그림이란 화폭에 다시 색칠하듯이 그려내는 느낌을 받는다. 백 갈래로 흩어져 흐르는 폭포가 멀리 나무 끝에서 보이고, 사람들이 건넌 다리는 강가 들판을 가로 질러 버젓이 놓여있다고 했다. 폭포와 다리의 모양이 선명함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산수화의 중심적인 구도를 그려내는 또 다른 그림이다. 화자는 중요 부분 위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에 분주한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봉우리 굽어진 곳에 절 하나가 있음을 알겠거늘, 땅에 가득한 등나무 넝쿨의 오솔길에 가득하다고 했다. 화자는 왜 그림 속에 오솔길과 다리를 건너는 노인장을 없는 것인가를 물었었다면 더 품격 높은 그림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나무 끝에 폭포 뵈고 강가들판 가로질러, 굽어진 곳 절 있고 가로놓인 등나무 덩쿨’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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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1486~156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호는 양곡(陽谷), 퇴재(退齋), 퇴휴당(退休堂)이다. 소희의 증손으로, 조부는 소효식, 아버지는 소자파이며 어머니는 개성왕씨로 석주의 딸로 알려진다. 소세량의 아우인 바, 시호는 문정(文靖)으로 알려진다.

【한자와 어구】

百道: 백 갈래. 여러 갈래. 飛泉: 폭포. 물이 솟는다는 뜻이다. 掛樹杪: 나무 끝에 걸렸다. 野: 들판. 橋: 다리. 橫斷: 가로지르다. 跨江郊: 들판을 건너다. // 寶坊: 절. 사찰. 知在: ~이 있음을 알다. 峯回處: 봉오리 굽어진 곳. 滿地: 땅에 가득하다. 藤蘿: 등나무 넝쿨. 細路交: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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