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남은 1년, 공공기관 등 200여곳 '낙하산' 채운다
文정부 남은 1년, 공공기관 등 200여곳 '낙하산' 채운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3.02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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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한전 등 청와대,정치권 인사 임명힐 듯
공기업이어 민간 기업까지 진출
김은경 블랙리스트 판결로“정권 바뀌어도 못자른다”인식 팽배

문재인 대통령 퇴임 1년여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퇴임 1년을 앞두고 공공기관 등 200여 자리가 낙하산 부대로 채워질 전망이다. 

올해 전체 공공 기관 340곳 중 170여개 기관장이 공석 혹은 임기 만료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 감사, 상임위원 등을 포함하면 낙하산 인사 자리는 200곳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공공 기관장 3명 중 1명이 대통령 캠프 출신이거나 친문 인사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이는 “임기가 1년 남은 지금이 인사의 마지막 기회”이며 “지금 임명되면 3년 정도 임기가 보장된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수십 곳의 기관장 교체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4월 21일)과 한국수력원자력(4월 4일)은 물론 중부·동서·남동 발전(2월 12일)과 서부·남부 발전(3월 7일), 석유공사(3월 21일) 기관장이 줄줄이 상반기에 임기를 마친다.

예년 같으면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는 공공기관 자리는 인기가 없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다는 데서다.

하지만 최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임기를 보장받은 산하 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내려고 한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서, 과거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정권 임기는 1년 남았지만 지금 임명되면 공공기관 임기는 보통 2~3년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이른바 ‘임기 말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주요기관을 보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제주에서 3선을 지낸 김우남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장, 청와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앉았다.

또 올해안에 새로 뽑는 강원랜드 사장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던 이삼걸 전 행안부 차관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사장은 임기 3년, 연봉 2억원대를 보장받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LH 사장을 두고도 여권 인사들과 전·현직 관료들이 막판 인사 로비를 벌이고 있다. 업무추진비 등을 합치면 연봉 7억~8억원에 달하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는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청와대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낙하산 인사’ 형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출신들이 서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이 ‘낙하산 인사’에 경고 메시지가 되기보다 “지금 임명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눌러앉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친여 인사들이 꿰찬 공공기관장 자리를 보면 공항철도 사장에는 지난달 이후삼 전 민주당 의원이 취임했다. 2001년 공항철도 설립 이후 정치권 출신 사장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에는 작년 12월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희수 전 의원이 취임했다. 보험연수원장에도 민병두 민주당 전 의원이 취임했다.

최근 임기 2년짜리 IBK캐피탈 사내이사에 정구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선임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는 지난달 2일 김경욱 전 국토부 2차관이 취임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작년 11월 신임 이사장에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사장에는 지난달 26일 황열헌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취임했다.
이 밖에 청와대 비서실 출신 A씨와 B씨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넷마블 상무, 삼성경제연구소 비상근고문 등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의 경우 사표를 낸 지 3개월 만이었다. 비서실 소속의 C씨는 국제금융센터 이사로 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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