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정이삭 감독, "한국전쟁 후 조개 캤던 할머니에게 ’영감‘“
‘미나리’ 정이삭 감독, "한국전쟁 후 조개 캤던 할머니에게 ’영감‘“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3.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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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미국어, 외국어 넘은 진심의 언어“
윤여정, 4월 아카데미서 여우조연상 후보 관심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아칸소 정착기를 담은 자전적 영화 ‘미나리’로 제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43) 감독.

영화 '미나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호명하는 순간 정이삭 감독이 자택에서 자신의 딸을 안고 있다./영상 캡처
영화 '미나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호명하는 순간 정이삭 감독이 자택에서 자신의 딸을 안고 있다./영상 캡처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역대 두 번째라는 점에서 더욱 쏠쏠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미나리'는 지난해 2월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심사위원대상‧관객상을 받은 이래 미국 안팎에서 수상한 트로피가 이로써 총 75관왕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수상작으로 호명하자 이를 자택에서 듣고 있다 옆에 있던 딸을 와락 껴안으며 “우리 모두 서로에게 이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특히 올해는요.”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라 면서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가 아니라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한다”고 ‘언어’란 단어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미나리’가 한국어 대사로 인해 작품상 후보에선 배제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정 감독은 화상 기자회견을 통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제작 경위와 한국과의 인연과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인천 송도 한 대학(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영화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정 감독은 할머니를 추억한 일화를 소개했다.
“사무실 밖으로 갯벌에서 조개 캐는 할머니들이 보였다”면서 “저희 할머니는 한국전쟁에서 할아버지를 잃고 홀로 어머니를 키우면서 생계를 위해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
사무실에서 밖을 보면서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감독은 14년 전 단돈 3만달러의 제작비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르완다어로 현지 대학살의 상흔을 담은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를 만들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었다.
자전적 가족사를 담은 ‘미나리’는 오는 4월 열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15일로 예정된 후보 발표에선 정 감독의 각본상·감독상 후보 지명에 더해 외할머니 순자 역으로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럽다”는 찬사와 함께 이미 20개 넘는 연기상을 휩쓴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도 점쳐진다.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의 예고편으로 꼽히는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미나리'는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출연진 전원이 앙상블상,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경우 한국 배우 최초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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