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13) - 고종, 최익현을 비난 한 신하들을 유배 보내다
조선, 부패로 망하다 (13) - 고종, 최익현을 비난 한 신하들을 유배 보내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1.02.1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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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10월 28일에 고종과 전한 권정호의 대화는 계속된다.

덕수궁 즉조당
덕수궁 즉조당

고종 : 안기영과 허원식 두 상소는 정직한 사람을 탄핵하고 스스로 착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니, 아첨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

권정호 : 지금 전하의 용안(龍顔) 앞에서도 직간하는 상소를 올렸으니 이 두 사람은 바로 정직한 사람입니다.

최익현은 다만 이륜두상(彝倫斁喪)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말하면서 온 조정의 여러 신하들을 배척하고는 혼자 정직하다는 이름을 독차지하였으니, 사실은 정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만일 그를 정직하다고 하신다면 조정의 모든 신하들은 과연 무슨 죄가 있습니까?

고종 : 어디에 조정의 신하들을 배척한 것이 있었는가?

권정호 : 최익현은 상소에서 위로는 세 정승과 육조의 판서로부터 아래로는 대간과 시종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을 일필(一筆)로 단죄함으로서 조정의 모든 신료들을 한통속으로 같은 죄과에 몰아넣으려 하였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최익현은 상소에서 ‘누구’라거나 또는 ‘무슨 일’이라는 것을 꼬집어 지적하지 않고 범칭(汎稱)하여 이륜을 썩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하께서 만일 그의 상소를 정직한 말로 여기고 받아들이신다면 최익현과 같이 과감하게 말하는 자들이 잇달아 나올 것입니다.

고종 : 내가 정직한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것이 도리어 불가하다는 말인가?“

권정호 : 만일 최익현 한 사람을 정직하다고 하면 온 조정의 신료들은 어떤 지경에 놓이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성인들이 사람을 등용하는 도리에 있어서는 공명정대하고 편견이 없는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고종: 편견이란 사사로운 것인데 나를 편견을 가진 것으로 귀결시키려는 것인가?

권정호 : 성상께서 이렇게까지 분부하시니 황송하고 두려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신하들은 모두 다 전하를 섬기는 자들입니다. 정직(正直)과 충량(忠良)을 어찌 감히 최익현에게 모두 양보하겠습니까? 만약 정직이라는 두 글자를 최익현에게만 있는 것으로 돌린다면 삼공과 육경, 대간과 시종들은 어떤 처지에 있겠습니까? 신이 천만번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권정호 역시 최익현의 상소가 문제가 있음을 당당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고종은 여전히 최익현을 옹호하고 있다.

이 날 형조 참의 안기영이 최익현을 비난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방금 최익현의 상소 원본이 내려온 것을 보니, 겉으로는 언사(言事)를 칭탁했으나 속으로는 자기의 정직을 판 것으로 높고 낮은 관리들을 일망타진하고 몰래 음흉한 기도를 실현하려 하였습니다. 이륜두상 네 글자는 어느 책에 나타나 있으며 어떤 시대에 언급되었던 표현입니까?

성상께서 즉위한 이래로 일가친척들 간에 화목하게 하였고 백성들을 옳은 길로 이끌었으며 정당한 도리를 지켜 불순한 무리들을 배척한 결과 위에서 인륜이 밝고 소민(小民)들이 아래에서 서로 화목하니, 곧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바이고 함께 칭송하는 바입니다.

즉조당 안내판
즉조당 안내판

도대체 그의 말이 무슨 한 터럭만큼이라도 그럴듯하게 비슷하게 맞는 것이 있기에 그가 감히 이처럼 어려워함이 없이 지적하여 탓한단 말입니까? 속히 의금부로 하여금 국청(鞫廳)을 설치하여 엄히 국문하여 실정을 알아내도록 하소서."

이러자 고종은 “그대의 고소 내용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였다.

이어서 전 정언 허원식도 최익현을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다.

"승지 최익현의 상소문은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는 것 같으나 속으로는 사실 사적인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 그의 상소문에서 이른바 떳떳한 의리와 윤리가 썩어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무슨 소리입니까?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인데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무슨 변고가 있습니까?

... 그에게 만일 정말로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아끼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다면 백성과 나라와 관계되는 모든 일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하고 논평하여 폐단을 말하고 폐단을 수습할 대책을 말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고 낭자하게 늘어놓기만 하였으니, 최익현을 찬배(竄配) 하소서."

이러자 고종이 비답하였다.

"그대의 상소 내용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고종은 안기영과 허원식을 괘씸하게 여겼다. 이 날 고종은 안기영과 허원식을 유배하도록 명하였고, 10월 29일에 안기영은 능주목에 허원식은 중화부에 유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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