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패로 망하다 (12) - 고종은 최익현을 적극 옹호하다.
조선, 부패로 망하다 (12) - 고종은 최익현을 적극 옹호하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1.02.08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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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년 (고종 10년) 10월 25일, 최익현의 상소로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3일 후인 10월 28일에 진강(進講)이 끝난 고종이 최익현의 상소와 관련하여 신하들과 대화하였다.(고종실록 1873년 10월28일)

조선의 5대 궁궐도
조선의 5대 궁궐도

고종 : 최익현의 상소로 인하여 대신들이 사직하는 일이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지나치다.

강관(講官) 이승보 : 대신과 육조 판서 그리고 시종(侍從)과 대간들이 비난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자신을 탄핵하지 않겠습니까? 만일 침묵을 지키며 태연하게 지낸다면 이것은 몰염치(沒廉恥)한 신하입니다. 지금 번갈아 상소를 올려 사직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고종 : 방금전에 안기영과 허원식의 상소문을 보았는데, 추국청을 설치하자고 청하면서 (최익현을) 귀양보내기를 청하였다.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가? 이것은 아첨하고 도리를 어그러뜨리는 일이다.

이승보 : 신은 그 상소문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조목조목 감히 말씀을 올릴 수는 없지만, 최익현의 상소문에서 이륜(彝倫 떳떳한 의리와 윤리)이 썩어 없어졌다고 하였으니 오늘 전하를 섬기고 있는 신하라면 누군들 개탄하여 진달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나라에 충성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 아첨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종 : 이 두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어찌 감히 충신을 이처럼 질시할 수 있겠는가? 매우 괴이하다.

이승보 : 최익현의 상소문으로 말하면 말뜻이 어떤 것인가를 막론하고, 남들이 감히 말하지 못하는 바를 감히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사실을 끌어다 하나하나 지적하는 일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말해버렸으니, 참으로 사리에 어그러졌습니다.

고종은 최익현을 두둔하고 이승보는 최익현의 상소를 의심한다. 이승보는 최익현이 구체적인 문제 제시 없이 두루뭉술하게 떳떳한 의리와 윤리가 파괴되었다고 상소한 것에 비판적이었다.

이윽고 전한(典翰) 권정호가 아뢰었다.

권정호 : 일전에 최익현의 상소문에 대하여 성상께서 정직하다고 분부하시고 좋은 관직을 제수하셨습니다. 남의 말을 받아들이고 간하는 길을 열어놓는 높으신 성덕과 지극한 뜻에 대하여 신은 천만번 우러러보게 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 최익현의 말은 두루뭉술하여 그 뜻을 알 수 없으니 실로 정직한 말이 아닙니다.

고종 :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권정호 : "삼공(三公)과 육경(六卿)이 건의한 바가 없다고 하였는데 언제 무슨 일에서 아뢰어야 할 것을 아뢰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대간과 시종신들이 일을 벌이기를 좋아한다는 비난을 회피하려고 하였다는데, 비난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 언제 무슨 일에서 회피하려 하였단 말입니까?

이륜두상(彝倫斁喪 떳떳한 의리와 윤리는 파괴됨) 네 글자의 말은 결코 신하로서 임금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온 세상 사람들을 의리와 윤리를 썩게 한 죄에 몰아넣었는데, 신은 누구를 가리켜서 의리와 윤리를 썩게 하였다고 하며 무슨 일을 보고 없어졌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구구절절이 지적하는 것은 없이 속뜻을 은연중에 드러냈으니 간사하고 황당함을 가릴 수 없습니다. 임금에게 아뢰는 문자는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런데 이처럼 꺼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던 시골 사람으로서 당돌함을 피하지 않고 이런 언소(言疏)를 냈으니 가상하다면 가상합니다만, 어찌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고종 : 최익현의 상소는 남을 논박한 것이 아니다. 시폐(時弊 지금의 폐단)를 말한 것이다.

권정호 : 시폐(時弊)에 대하여 말하려면 응당 폐단을 지적하고 또한 폐단을 수습하려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구 몰아쳤으니, 신은 폐단이라는 것이 무슨 폐단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종 : 최익현의 상소에 설사 지나친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사직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상소문이 매우 옳지 않다고 하는가?

권정호 : 대신들은 체모가 중하여 혐의를 피할 일이 있고 없고간에 오직 스스로 사직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육경 이하 및 대간과 시종들은 사직할 과오가 없으면 사직해서는 안 되며 또한 언사(言辭)의 책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고종과 권정호의 대화는 계속된다. 다음 회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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