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층간 소음
  • 문틈 시인
  • 승인 2021.01.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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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이 문제다. 아파트의 윗층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윗층 아래층 간에 다툼이 생기고 폭력사태까지 일어난다. 심지어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아파트 생활이 편하다고들 하지만 층간 소음을 해결하지 못하는 큰 결점이 있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만일 윗층에서 소음이 자주 들린다면 신경이 쓰여 고통스러울 것이다. 다행히 내가 사는 집 윗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집이 비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내 집은 중간층이어서 아래층에 소음이 들릴까봐 나도 매우 조심하고 산다. 오디오세트가 있지만 음악을 듣지 않는다. 쾅쾅 울리는 음악이 아래층에 소음으로 들릴까봐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시절 나는 늘 1층을 선호했다.

밖에 나가기도 편하고 운동기구를 사용하거나 피아노를 쳐도 탈이 없었다. 하지만 1층에 오래 살다보니 채광이 불만스럽고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도시생활이란 소음이 큰 문제다. 층간 소음만이 아니다. 집 밖에서 들리는 소리도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나게 민감한 편이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만 소음을 피해 3년 어간에 3번이나 이사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윗층의 소음도, 거칠게 도로를 질주하는 바깥 자동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거실 창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공활한 하늘과 숲이 있어 개방감이 그만이다. 하지만 다 좋은 것은 없는 법.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는 덜한 편이지만 미세먼지가 들어와서 탈이다.

사실 아파트란 아무리 좋아도 내 식으로 말하면 ‘시멘트로 지은 판잣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집들이 다 벽면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집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그 여파가 다른 집으로 전달되고, 집에 불이 나면 이웃집까지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

아파트는 한통속이다. 거대한 시멘트 건물에 칸막이를 해서 각기 다른 집처럼 착각하지만 그저 큰 그물의 한 그물코다. 그물을 당기면 모든 그물코가 따라 움직이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파트 건설에 어떤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서 방음, 방화를 완벽히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아파트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이 결점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층간 소음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서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예전에 시인 서정주는 천둥 벼락 치는 날은 솜으로 귀를 막고 지냈다고 한다. 층간 소음을 보복한다며 아래층 천정에 역소음 장치를 해서 윗층에 소음을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책인 것 같다.

나는 지금 산중처럼 조용한 내 방에서 이 글을 쓴다. 들리는 것이라곤 무심한 벽시계 소리뿐이다. 층간 소음에 대해서 쓰다 보니 오히려 더 큰 층간소음, 즉 ‘계층 간의 소음’이 절실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계층 갈등이다.

당장에 우리는 그 현장을 목도한다. 스물네 번이나 대책을 내놓았어도 실효가 없는 아파트 문제가 좋은 사례다. 자고 났더니 5억하던 아파트가 10억이 되어 있다. 나는 갈수록 계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런 사태를 방치하면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켜보는 눈앞에서 마치 야바위꾼이 술수를 부리듯 아파트 값이 갑자기 두 배로 오르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좌절감, 박탈감, 절망감, 그런 것들이 아닐까. 집이 없는 사람의 부가 집이 있는 사람 쪽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일어난다.

사실 집이 있는 사람도 1주택자라면 두 배로 올랐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베란다나 벽을 따로 떼어내 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금만 몽땅 물게 되니 크게 반가울 것도 없다.

집을 팔아 이익 실현을 하기도 어렵다. 집을 팔고 비슷한 다른 집을 구한들 세금 때문에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다. 이때 벼락부자는 일종의 가상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층 간의 소음(갈등) 해소다. 층간소음이 개인의 심리와 건강에 관련된 문제라면 계층 간의 갈등 문제는 공동체의 건강 유지에 다급한 문제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부과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배려와 양보를 통해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하듯 계층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동선의 실현을 향한 따뜻한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가 그 핵심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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