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운명, ‘문빠’보다 ‘호남민심’에 달렸다
이낙연 운명, ‘문빠’보다 ‘호남민심’에 달렸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1.01.0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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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수용 여부 달려
거대여당 오만, 과거 열린우리당 전철 우려
​​​​​​​안철수·윤석열 제3창당 때…호남민심 역풍도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이낙연의 대선가도에 심상찮은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줄곧 1위를 달려온 지지율이 신년 들어 윤석열과 이재명에 밀리면서다.

새해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새해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는 생물’이기에 언제든지 반등할 기회가 있기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로선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국무총리에 이어 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낙연이라는 이른바, ‘어대낙’ 시절만 해도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그가 새해 들어 언급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과 맞물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낙연이 믿었던 문재인 열성 지지층인 ‘문빠’들의 공격을 받고서다.
“차라리 사퇴하라”는 문빠들의 공격은 어찌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율 등락을 함께 했던 이낙연으로선 돌발변수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이낙연의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시기와 방법,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기에 문빠들이 사면론에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하더라도 문빠들의 지지를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행보를 해왔던 이낙연으로서는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을 두고 ‘덕’ ‘깡’ ‘색깔’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는지 모른다.
이낙연이 전남지사에 당선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진성당원 명부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풀려난 핵심측근이 지난해 말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한 사건은 ‘덕’이 없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경선에 나가 3파전을 치를 때 ‘쿨’한 이미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을 두고 지금도 지역민들 사이에는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총리를 거쳐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자신의 주장을 소신껏 펼쳐가거나 리더십을 통해 당을 장악해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게 움츠리다 보니 이낙연으로서는 자기 정체성이나 색깔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조직력이 약했던 이낙연으로서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문빠들의 지지를 구할 수밖에 없기에 한계상황에 봉착했었다. 그렇다고 그런 속내를 내비치지 못한 심정도 이해할만 하다.
이낙연으로선 그런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사면론을 꺼낸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낙연의 사면론은 문빠들과 민주당 내 일부 의원, 심지어 민주당 텃밭인 광주시민사회단체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고, 그래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의 발로”라고 외쳐 대지만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지 않은 사면론은 ‘마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어서 여론을 응집력 있게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낙연이 언급한 ‘사면=국민통합’이라는 아젠다가 혼자만의 결단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을 문재인과 협의 없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발표했겠느냐의 문제는 곱씹어 봐야 한다.
아마 두 사람의 교감이 없었다면 이낙연은 분명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문 대통령이 이낙연의 사면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항간에 떠도는 얘기처럼 3·1절에 맞춰 두 전직대통령을 사면해준다고 한다면 이낙연으로서는 대선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비서실장 등 최근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서 이낙연이 천거한 사람을 대거 중용했듯이 말이다.

그렇지 않고 문 대통령이 이낙연 보다 문빠 등 자신의 지지층만을 믿고 사면론을 거론하지 않거나 어정쩡한 상태로 넘어갈 경우 이낙연은 대권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광주·전남에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18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정치 경륜과 능력을 감안할 때 이낙연 보다는 다음 공천을 위해 문빠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에 있다.
숫자만 많았지 중진에 비해 힘이 없는 그들로서는 작금의 상황을 덩그마니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지금껏 호남사람들은 노무현과 문재인을 양자로 들여와 정권재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김경수 지사 등 부산이나 경남지역 출신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선후보군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호남출신 이낙연을 대선후보로 내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낙연이 호남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사면론을 들고 나온 것은 차치해두고 말이다.
여기에는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혹여 이낙연이 중도하차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호남 출신 대권 후보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영원한 희망사항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곧바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걸 두고 호남사람들은 이제야 사람을 챙기는구나 하면서 반색했었다.

하지만 이낙연이 코로나 정국을 뚫고 담대하게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인정을 받았고 그러한 이미지가 호남에 스며들면서 문재인 지지율은 항상 70%대를 유지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한 이면에는 이제 호남도 대권후보가 나올 때가 됐다는 열망감이 숨어있던 게 사실이다.
이를 지역주의 발상이라고 매도하더라도, 그래 이번만큼은 사람하나 키워야 호남정치를 복원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런 발상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여파로 열린우리당 의석이 160석 이상 됐을 때와 오버랩된다. 오만과 자만의 정치를 하다 순식간에 권력구조가 무너져 폐족으로 전락한 상황을 호남사람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현재 민주당이 180석의 거대여당이 되면서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나 싶다.
문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호남차별론이 거세게 일면서 호남민심이 토라졌고,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안철수가 나타나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의석수를 거의 휩쓸었지 않는가.

그렇다면 호남민심은 언제나 문재인을 옹호하고 지지하라는 법은 없다. 만에 하나 안철수와 윤석열이 손을 잡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대신 제3의정당을 창당할 경우 그 여파가 호남으로 번질 수도 있다.
안철수가 4월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된 후 윤석열이 7월 퇴임하게 되면 그를 대권후보로 옹립해 신당을 창당한다는 시나리오가 여기저기서 나돌고 있어서다.

이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의 사면론에 손을 들어주고 호남민심을 잡고 갈것인가. 아니면 문빠가 말했듯이 “차라리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한 문빠들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문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뒤 차기 정권재창출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어리석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호남 민심은 끌면 끄는 데로 따라온다는 미망을 민주당이나 문빠들이 이제부터 버렸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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