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5) 기옥산(寄玉山)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5) 기옥산(寄玉山)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1.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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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보낸 이곳에서 누구를 위해서 피어났나

조선 여심의 한恨이었다면 임을 보내놓고 혼자 시름을 달래는 일이었을 것이다. 괴나리봇짐을 챙겨들고 임을 따라 나설 수가 없는 처지이고 보면 아스라이 멀어져간 임을 발자취가 보이는 곳에서 서성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심사를 주체할 길이 없어 붓 가는 대로 문안을 여쭈었던 것이 여심으로 비춰진 그대로였다. 맑은 가을의 연못 누대엔 마음만 배회하고, 밤에 난간에 기대니 달이 홀로 떠오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寄玉山(기옥산) / 수향각 원씨

맑은 가을 누대에는 마음이 배회하고

난간에 기대보니 밝은 달 떠오른데

연꽃이 삼백 그루이니 누구위해 피는가.

秋淸池閣意徘徊   向夜憑欄月獨來

추청지각의배회   향야빙난월독래

滿水芙蓉三百本   送君從此爲誰開

만수부용삼백본   송군종차위수개

임을 보낸 이곳에서 누구를 위해서 피어났나(寄玉山)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수향각 원씨(繡香閣 元氏)로만 알려진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맑은 가을의 연못 누대엔 마음만 배회하고 / 밤에 난간에 기대어 보니 달이 홀로 떠오르네 // 물에 가득한 연꽃이 모두 삼백 그루인데 / 임을 보낸 이곳에서 누구를 위해서 피어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옥산에게 부치는 이 마음]으로 번역된다. 종장의 내용으로 보아 옥산玉山은 임의 아호가 아닌가 본다. 이 작품에서도 중천에 떠 있는 달과 물에 피어 있는 연꽃을 내 마음에 치환置換 시키는 시적인 멋을 부렸다. 남아있는 한恨을 눈이 보이는 객관적상관물에 대비는 시키는 선경후정이란 시상은 매우 컸겠다. 시인은 가을을 배경 삼아 곱게 피어있는 연꽃 삼백 구루를 만지면서 시상의 주머니를 털어놓을 양이다. 맑은 가을 연못 누대에 마음은 배회하고 있는데, 밤에 난간에 기대어 보니 달이 홀로 떠올랐다고 했다. 연못과 달이란 시적 대상이 된 상관물은 시인의 부픈 마음에 품은 속사정과는 큰 연관성이 있음을 선경의 시상 속에 곱게 간직하고 있어 보인다. 화자가 품어낸 심회에 찬 한을 후구인 종편에서 강력한 의지를 담이 품어 내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물에 가득한 연꽃이 무려 삼백 그루나 되는데, 임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해 다시 피어났나는 한 마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떠나보낸 임의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웠음이 시상의 이면裏面에 곱게 숨겨진 한 모습을 보게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연못 누대 마음 배회 난간 기대 달을 보네, 연꽃 모두 삼백그루 누굴 위해 피었나’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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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수향각 원씨(繡香閣 元氏:?~?)인 여류시인으로 그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秋淸: 맑은 가을. 통상 ‘가을’로 쓰임. 池閣: 연못 누대. 意徘徊: 마음이 배회하다. 向夜: 밤에. 憑欄: 난간에 기대다. 月獨來: 달이 홀로 떠오른다. // 滿水: (연못이나 저수지에)물이 가득하다. 芙蓉: 부용. 연꽃. 三百本: 삼백그루. 送君: 임을 보내다. 從此: 이곳으로부터. 爲誰開: 누굴 위해 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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