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암중 환경기자단, ‘기후 변화’ ‘아열대과일’ 달달함 맛보다
장성 백암중 환경기자단, ‘기후 변화’ ‘아열대과일’ 달달함 맛보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2.23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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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장성 고려시멘트·농업기술센터·섬진강 댐·구례 수몰현장 탐사
지구온난화·아열대 기후 따른 전남 농정 변화 실감
​​​​​​​구례 수해 현장 이후 대책 없다는 소리에 실망도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유난히 어둡고, 긴 터널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나 치료약인 백신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데서다.

구례읍 등 여러 자치단체로 부터 홍수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질타를 받는 섬진강 댐 지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전남학생 환경기자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여름엔 집중호우가 쏟아져 담양과 곡성, 구례, 하동 등 성진강 유역에 자리한 자치단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읍 자체가 수중도시로 변한 구례 주민들의 처참한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생필품은 물론이고 가재도구 마저 도로변에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참혹한 현실 앞에 놓였기 때문이리라.

망연자실 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던 피해주민들은 자신에게 만은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터라 도대체 물난리를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사)광주시민의소리>와 <전남도교육청>은 장성 백암중학생을 대상으로 ‘전남생태환경기자단’을 꾸려 지난 21일 수몰지역 등을 들러보는 탐사대장정을 마련했다.
기후변화와 생태환경 변화가 우리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대응책은 무엇인지, 특히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구례읍을 물바다로 변하게 한 수몰피해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딸기 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수줍어 하는 학생 기자

우선 탐사코스로 장성군에 위치한 고려시멘트와 아열대 작물 실증센터로 불리는 농업기술센터를 둘러본 뒤 섬진강 댐 지사로 향했다. 
과거 70년대 장성읍 입구에 위치하는 바람에 분진피해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고려시멘트는 현재 미세먼지를 한데 모아 첨단 기술로 걸러내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환경분쟁에 관한 한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청정지역으로 탈바꿈 한 사례를 열거하며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다.

이어 올해 350억의 국비를 확보해 전남의 농업생태환경을 아열대과일로 뒤바꿀 미래 전초기지로 탄생할 장성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다소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던 기자단은 카톡에 소통방을 만든 뒤 “오늘 만큼은 기자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해주길 바란다”는 인솔교사의 가르침에 사진과 함께 글쓰기의 요소인 육하원칙에 따라 기사를 작성해 올리기도 했다.

 해양정책연구소 문정환 박사의 '기후변화,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

농업기술센터 내 농업인 회관에서는 먼저 해양정책연구소 문정환 박사의 '기후변화,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문박사는 계절별로 발생하는 폭우, 황사, 폭설, 태풍 등을 예로 들어 기자단과 묻고 답하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기후변화 현상을 폭넓게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 박사는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에 관한 한 "올바른 의식이 행동을 유발하게 되고 이게 습관이 되면 변화가 일어난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 했다.

이어 오혜림 농업기술센터장은 탄소배출량과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예로 사과를 들었다.
현재 장성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지구온난화와 아열대 기후로 인해 오는 2200년쯤에는 강원 산간일부에서나 볼수 있다고 말해 기자단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아열대 과일인 레드향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는 기자단 

기자단은 강의 보다는 센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는 아열대 과일을 보고파 하는 마음이 앞섰고, 그래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계절에 관계없이 이제는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이미 손은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열린 딸기를 따서 입에 넣고 있었다. 아침에 딸기를 이미 출하하는 바람에 빨갛게 익은 딸기가 별로 없다고 했지만 딸기를 입에 대고 끼리끼리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상큼하게 다가왔다. 

이어 레드향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앞으로 전남의 농정도 애플망고나 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안내자의 얘기가 들려왔다.
아직 제대로 익지 않아 단맛보다는 신맛이 날거라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제대로 익은 큼직한 레드향을 따서 친구들과 나눠먹고는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기자단은 구례처럼 홍수피해가 난 담양에 들러 점심으로 떡갈비를 먹었다. 보는 것도 먹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 하는 분위기 였다. 제법 이른 점심을 한 뒤 오늘 탐사대장정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섬진감 댐 지사를 찾았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데로 환경부 산하 섬진강 댐 지사가 구례읍 일대 섬진강과 또 다른 하천의 합류지점에서 수위가 제방까지 넘실대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채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재난을 더욱 키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섬진강 댐 지사가 하류지점인 구례와 하동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물을 대거 방류해 물난리가 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례주민들은 자신들에 닥친 수몰피해는 자연재해인 집중호우에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섬진감 댐 지사에서 홍수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그야말로 ‘인재’라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한 ‘인재’ 앞에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배상까지 해야 한다는 게 피해주민들의 주장이다.
물 난리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구례읍 오일 시장과 인근 양정마을 축산 단지가 물에 잠김으로써 1500여마리에 이르는 소들이 살기위해 인근 절로 헤엄쳐 피하거나 지붕 위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피해주민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주장이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물 먹은 소는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파상풍으로 쓰러졌고, 이런 소들은 어쩔 수 없이 정든 둥지를 떠나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구례 주민들이 50여년만에 일어난 물난리가 자연재해가 아닌 섬진강 댐 지사의 잘못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구례읍에는 섬진강 댐 지사의 잘못을 질타하는 현수막이 크게 내걸려 있으며,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수해원인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피해가 크다보니 피해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그리고 영광출신의 이낙연 민주당 대표, 그리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위원장, 중앙부처 장관 등이 내려와 피해주민들을 위로한답시고 대거 내려왔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현재 피해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피해 주민들의 볼멘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당시 피해상황과 목격담을 들려준 마을주민 양동기 씨는 피해주민들의 상실감이 그만큼 크다고 들려준다. 

기자단에 참석해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린 김민수, 변재현, 김효림, 김태유, 임주원, 심인, 김준상, 손예림, 김미진, 박예림, 이영진, 남하경, 전민서, 조하원, 김한결, 이서준, 배은민, 한우수, 한재혁 학생과 인솔교사로 나선 성숙향, 김혜정 선생, 그리고 김종명 교장과의 탐사대장정은 나름대로 울림이 큰 행사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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