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트렌드 코리아 2021 (3)
[이상수의 경제Talk] 트렌드 코리아 2021 (3)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12.2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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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레이블링 게임(‘Real Me’s, Searching for My Own Label)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대표 : 김난도)는 2007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하여 책의 부제를 그 해의 동물이 포함되는 영문 키워드의 조합으로 선정해 왔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간지(干支)를 구성하는 열두 동물 중에 소만큼 친근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 있을까? 소는 농경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꾼이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귀한 식량이다. 근면하면서도 순박한 성품을 가진 소는 우직함과 충직한의 상징이기기도 하다. 다시 말해 소는 노동력이고 식량이면서 재산이자 친구다. 이곳에서는 COWBOY HERO의 특징인 ⑦CX유니버스, ⑧레이블링, ⑨휴먼터치, ⑩피보팅 등을 소개한다,

CX 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고객이 접하는 상품과 브랜드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넘쳐나는 소비자 정보 속에서 고객충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의성을 쫓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를 관리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바로 고객경험, 즉, CX(Customer eXperience)의 총체적 관리다. CX가 단편적인 접점 관리에 그치지 않고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할 때,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이를 ‘CX 유니버스’라고 부른다,

셀 수 없이 많은 디지털의 접점을 접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모든 접점에서 마찰과 번거로움이 없는 매끈한(seamless) 고객 경험을 원한다. 특히 체험 마케팅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CX의 차별화가 최우선의 시장 경쟁 전략이 되면서,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일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CX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① 물 흐르듯 매끈한 심리스 경험을 제공하고, ② 고객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 경험을 유도하며, ③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끝나지 않고 되먹임 되어 다음 구매 때 다시 시작된다. 이 과정은 반복될수록 확고해지는데, 이를 ‘CX 사이클’이라고 한다. 충성 고객이 사라진 시대, CX 사이클은 고객 충성이라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팬덤을 만들고 고객이 브랜드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싶다면, 2021년을 CX 고객경험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레이블링 게임(‘Real Me’s, Searching for My Own Label)

나를 꽃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꽃일까? 혹은 색깔이라면, 브랜드라면? 최근 다양한 유형의 자기진단 테스트가 인기다. MBTI•꼰대레벨•학과 테스트 등 각종 자기성향 유형화 테스트가 급격히 유행하는 것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찐(진짜)’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한 사람에 대해서도 맥락에 따라 다양한 큐레이션을 실시하는 ‘초개인화’의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는 스스로도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 됐다.

사회적 접촉이 현격히 줄어들어 실존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팬데믹 시대의 현대인이 ‘내 안의 나’, 자기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일컫는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제시한다. 이는 자신에게 스스로를 규정하는 딱지를 붙인다는 의미로서, “자기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를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을 말한다. 레이블링 게임은 현실의 자아를 확인해줄 뿐 아니라 타인과의 공유와 비교를 통해 ‘자기정체성 찾기’놀이로 진화하기도 한다.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일상에서 소비의 즐거움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소비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자아란 단지 철학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들은 각종 테스트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자기 유형에 맞춘 소비를 하게 됐다. 과거에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이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걸 보니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역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레이블링 게임이 우리 산업에 의미하는 바는 이제 브랜드는 브랜드 정체성과 타킷 고객의 자기 특성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자발적인 정체성의 동일시는 이룰 수 있을 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브랜드의 미래는 바로 이 동일시에 달려 있다.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조명받는 트렌드는 ‘언택트’기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휴먼터치’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한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진실의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휴먼터치다. 진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휴먼터치를 구현해나가기 위해서는 ① 고객 중심의 공간과 동선 꾸미기, ② 인간적 소통의 강화, ③기술에 사람의 숨결 불어넣기, ④ 내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 챙김이 중요하다. 장시간 이어지는 온라인 접속상태는 인간의 연결 강박을 강화시키며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회상회의 시스템도 전에 없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나만 따돌려질지 모른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과 디지털 패러독스에 따른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휴먼터치가 의미하는 바는 인간적인 손길을 기술로 만들거나 기술을 최대한 인간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휴먼터치는 사실 대단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거나 세계적인 큰 기업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진정성을 가진 조직이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보이노믹스’ 키워드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기본’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불가항력의 역병이 창궐하고, 첨단기술은 빛의 속도로 앞서나가며, 트렌드는 숨 가쁘게 바뀌는 시대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이 변화의 삼각파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마지막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면 그 답은 하나, 바로 ‘진심’이 담긴 ‘인간의 손길’이다.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

피보팅(pivoting)이란 원래 ‘축을 옮긴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가 됐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제 피보팅은 단지 위기 상황에서의 방향 수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운영 전반의 중요한 트렌드로 확장하고 있다. 제품•전략•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그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피보팅은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극도로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해지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어떤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지에 따라 피보팅 전략은 ①기술, 운영 노하우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역량 피보팅’, ② 시설설비•공간•건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 ‘하드웨어 피보팅’, ③ 그동안의 사업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소비자 집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타킷 피보팅’, ④ 새로운 품목을 기획하고 판매 경로를 변경해 사업 전환의 기회를 모색하는 ‘세일즈 피보팅’,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위기는 부실한 기업을 솎아내는 자본주의의 정리 메커니즘이다.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기업은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변화하는 행동 양식’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코로나19 위기와 디지털 대변혁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앞둔 지금,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주저 없이 피보팅하라. 누가 이 위기의 순간에 승자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가 성공의 관건이다.

김난도 외 8인(2020). 『트렌드 코리아 2021』. 서울 : 미래의 창, pp.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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