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비선실세 이권 개입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나주시 비선실세 이권 개입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 윤용기 전남본부장
  • 승인 2020.12.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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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기 전남취재본부장
윤용기 전남취재본부장

비선(秘線)이란 사전적 용어로 공식적인 라인이 아닌 선을 뜻한다.
그런 의미로 비선실세(秘線實勢)는 숨은 권력을 상징한다. 이전에는 비선, 비선라인, 비선조직 등으로 쓰였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요즘은 실세(實勢)를 붙여서 비선실세(秘線實勢)로 통용된다.

우리나라의 비선실세와 유사한 말로 미국의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란 게 있다. 통상적으로 '비공식적인 조언을 얻는 조력자'를 얘기한다. 숨은 권력의 은유적인 표현이라 보면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비선실세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권력의 뒤에 숨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는 어두운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상징되는 비선실세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역사 속의 비선실세를 꼽자면 이렇다.
신라 진성여왕의 유모에서 실질적 권력자로 올라섰던 부호부인, 고려를 멸망하게 한 공민왕 때의 신돈, 조선시대 한명회의 첩으로 천출의 딸에서 정경부인으로 거듭난 정난정, 나주 출신 기생에서 ‘나주 출신 정승’으로 불렸던 김좌근의 첩, 나합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통령의 비선들로 이승만과 이기붕, 전두환에게는 허삼수·허화평·허문도라는 3허씨,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 박철언,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소통령 김현철,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노무현 대통령의 형 봉하대군, 이명박 대통령의 萬事兄通 이상득, 박근혜 정부의 최고 권력자 최순실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대 최고의 비선실세로 불리며 한 시대를 호령했다는 점이다.

부끄럽게도 비선실세의 권력 남용은 항상 그 시대를 부패한 사회로 이끈데 있다.
숨은 권력의 권한이 큰 만큼 그 폐해도 컸다는 점에서다.  크게는 국가를 멸망에 이끌거나 특정한 정부를 망치게도 한다. 비선실세는 숨은 권력으로 법적인 근거가 없어 밖으로 드러나더라도 그 책임 또한 크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그 시대의 암적인 존재인 셈이다.

요즘엔 중앙 정부보다 감시의 눈이 적은 지방정부의 비선실세가 문제로 떠오른다.
모든 사업과 인사는 비선실세로 통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그들은 권력을 행사할 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도 없다. 이들의 권력의 행사는 대부분 개인이나 사적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

비선실세의 행태는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승진·전보 등 각종 인사에도 개입하곤 한다. 항상 단체장 뒤에 숨어 막후에서 법 위에 군림한다. 더불어 자신들이 승진시킨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줄을 서게 만든다. 

요즘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이 비선실세 역할을 하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것을 목격하고도 이를 반면 교사로 삼지 못한 자치단체가 많아 놀랍다.

이런 ‘비선실세’의 농단은 비단 나주시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민선 자치 이후 비선실세의 이권개입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공사를 특정 업체에 몰아주거나 승진 등 공무원 인사에 개입해 금품을 챙기는 이들의 수법은 비슷하다. 다만 이런 일들이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최근 특정 지자체의 경우 환경미화원 채용과정에서 비선실세 개입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청원경찰 채용과정의 의혹까지 확대되면서 수사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파헤쳐져 자치단체를 부패로 얼룩지게 하는 일들이 이쯤에서 멈췄으면 한다. 

그런 만큼 비선실세의 조력은 참모의 역할에서 멈춰야 한다. 왜냐하면 비선실세의 각종 이권개입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그들의 말로는 비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재판을 받고 구속을 당했거나 권력을 놓은 후에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초로한 말년을 보내고 있기에 그렇다.

선출직 단체장은 특히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게 있다. 선출된 권력은 선출되지 않은 비선실세 권력의 휘두른 칼에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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