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트렌드 코리아 2021 (2)
[이상수의 경제Talk] 트렌드 코리아 2021 (2)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12.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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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
오하운, 오늘 하루운동(Your Daily Sporty Life)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ult Market)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대표 : 김난도)는 2007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하여 책의 부제를 그 해의 동물이 포함되는 영문 키워드의 조합으로 선정해 왔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간지(干支)를 구성하는 열두 동물 중에 소만큼 친근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이 있을까? 소는 농경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꾼이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귀한 식량이다. 근면하면서도 순박한 성품을 가진 소는 우직함과 충직한의 상징기기도 하다. 다시 말해 소는 노동력이고 식량이면서 재산이자 친구다. 이번 호에서는 ‘COWBOY HERO’의 특징인 ③자본주의 키즈, ④롤코라이프, ⑤오하운, 오늘 하루 운동, ⑥N차 신상 등에 대하여 소개한다.

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시장•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지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한 것이다. 어릴 적 월드컵 경기를 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운 차세대 선수들을 ‘월드컵 키즈’라고 일컫듯이 이 새로운 소비자들을 ‘자본주의 키즈’라고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키즈가 젊은 세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IMF경제 위기 이후 차츰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해진 기성세대 또한 경제와 소비에 대한 사고방식이 전과 같지 않다. 결국 자본주의적 어법을 제1언어로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주의 키즈에 해당한다,

시장의 이윤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자본주의 키즈들은 광고에 관대하며 이를 ‘이용’할 줄 안다. 이 때문에 PPL(간접광고) 혹은 ‘잎광고’는 그냥 넘어가지만 협찬을 숨기는 ‘뒷광고’에는 격렬하게 분노한다. 소비자가 광고를 수용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들은 소비를 통해 행복을 구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구매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며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른바 ‘플랙스(flex)’라고 불리는 과시형 소비를 할 때도 렌트할 것과 구매할 것을 구분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여러 경로를 찾아 최저가로 구매하는 등 나름의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다. 카페에 앉아서 영화 이야기를 하던 커플이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한다, “돈 밝히면 못쓴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이제 “돈에 밝지 않으면 정말 ‘못쓰게’ 된다는 말이 생활신조가 되고 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경쟁하고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물질주의적이거나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행복은 충동적으로, 걱정은 계획적으로” 할 줄 아는 자본주의 키즈들은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채 브이로믹스와 그 이후를 이끌게 될 것이다.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

1995년 이후에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세대인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기성세대와 기업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갑자기 뜬 챌린지에 너도나도 몰려들고 특이한 것에 반응하며 색다름을 즐기는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고 다른 재미로 갈아탄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유행도 금세 식어버린다.

이런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롤러코스터 타는 것과 비슷하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짧은 유행에 우르르 넘어가는 모습이 놀이기구를 요리조리 갈아타는 모습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듯 자신의 삶을 즐기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롤러코스터 라이프’, 줄여서 ‘롤코라이프’라 명명하고, 이러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롤코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놀이 기구 앞에 긴 줄이 있으면 더 타고 싶듯 이 젊은 소비자들은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합류하고, 롤러코스트의 ‘예측할 수 없는 속도감’을 즐기듯 상식적인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는 짧은 변주와 이색적인 협주(컬러러베이션)를 찾으며,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하차한 후 다음 유행으로 서둘러 갈아탄다.

롤코라이프의 등장은 참여를 중시하고 일상에서의 재미를 찾아다니는 Z세대의 정체성과 흐름을 같이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디지털 역마설’이라도 든 것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이리저리 찾아다닌다. 롤코라이프는 이제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등해야 할 시장의 일반적인 변화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고객의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는 ‘빠른 생애사 전략’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100% 완벽한 마케팅보다는 미완성일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숏케팅’이 필요해졌다.

오하운, 오늘 하루운동(Your Daily Sporty Life)

운동 붐이 일고 있다. 등산로에는 형형색색의 레깅스를 차려입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서핑 등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러닝은 트레닝 러닝•클린 세션 등으로 변주되고, 요가는 플로링 요가•명상 요가•선셋 요가 등으로 분화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히 활동 자체로 끝나지 않고, 패션•인증샷•챌린지 등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개인의 성장까지 이룬다는 점이다. 나아가 크루(Crew :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나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하면서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운동 열풍은 단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 증진과 명역력 강화에 관심이 커진 결과만은 아니다. 자기관리에 투철한 MZ(밀레니얼+Z세대) 의 세대적 특성, 정체의 시대에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일으킨 현상이다, 운동의 일상화는 소비자가 시간을 소비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운동이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여가를 지원하는 내비게이터이자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설계하는 ‘라이프 액티비티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운동의 일상화는 한국인의 삶의 기준이 성취와 경쟁에서 즐겁고 건강한 가치를 찾는 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ult Market)

중고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요즘 중고마켓은 ‘아나바다 운동’으로 대표되는 이전의 중고거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남이 쓰는 상품’이 아니라, 몇 번째 받아쓰더라도 새것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중고품은 이제 ‘신상품과’ 다름없어졌다. 이러한 현상을 ‘N차 신상’이라 지칭하고자 한다. ‘여러 차례(N차)’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를 표현한 것이다.

N차 신상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재능을 거래해서 용돈을 버는 식인데, 특히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레셀’은 MZ세대의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N차 신상의 거래 플랫폼은 소비자의 놀이터다. 마케팅놀이•댓글놀이는 물론이고 보물찾기의 매력에 빠진 소비자들이 N차 신상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고마켓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로도 기능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뭉치고 취미로 엮이면서 중고시장이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N차 신상의 판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는 구매할 때 처분까지 생각하는 필환경 시대의 도래, 공유에 너그럽고 싫증을 빨리 내는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짠테크와 집콕소비 증가, 쉽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의 발달 등을 들 수 있다.

N차 신상 시장이 정착되려면 중고품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중고시장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동시에, 단지 중고거래 플랫폼의 기능을 넘어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는 중고마켓에 열광하는 소비자의 감성을 끌어안는, 보다 유연한 시도가 필요하다. N차 신상은 이제 더 이상 낡고 오래된 2등 물건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 제품보다 N차 신상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소비자들, 이제 시장이 소비자에게 답해야 할 차례다.

끝으로 다음 호에서는 ⑦ CX 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⑧ 레이블링 게임(‘Real Me’s, Searching for My Own Label), ⑨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끝으로 ⑩ ’피보팅(pivoting)‘ 등을 소개한다.

김난도 외 8인(2020). 『트렌드 코리아 2021』. 서울 : 미래의 창, pp.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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