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農心 ‘뿔났다’…번질나게 수해현장 다녀가면 뭐하나
구례 農心 ‘뿔났다’…번질나게 수해현장 다녀가면 뭐하나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1.1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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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 100일 궐기대회…섬진강댐 방류 책임자 처벌·피해 배상 촉구
집 한채 200만원·송아지 70만원 보상 “턱 없다” 분통
​​​​​​​정부 대책 ‘미적’· 겨울나기 ‘막막’

지난 8월8일 집중호우로 섬진강을 끼고 자리한 구례읍이 물바다로 변한지 18일로 100일이 됐건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구례읍 수해 피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구례읍 수해 피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청와대

수해가 난 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국무총리와 정치인 등이 낯을 내기 위해 수해현장이 나타났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 뿐 실질적 복구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정부가 수해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복구 지원비가 턱없이 모자라 생색내기에 그친데다 홍수조절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해 주암댐과 섬진강 댐 방류 관리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서다.

특히 섬진강과 보성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양정마을과 구례읍 5일시장이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
양정마을에서 기른 소들은 살아남기 위해 헤엄을 쳐 지붕 위나 인근 사찰로 피신하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물에 빠진 소는 온갖 상처를 입고 쓰러지거나 죽었고, 이를 바라보던 주민들은 상실감에 빠졌었다.
그래도 일어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혀 정부로부터 재난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보상비가 턱없이 부족한 바람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물에 빠져 죽은 소가 집결된 양정마을 인근 현장 

축사를 빨리 고쳐 떠내려간 소를 대신할 새 소를 구입하고 물이 들어찬 집을 수리해 겨울이 오기 전 입주할 계획을 세웠던 주민들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송아지 구입비로 70만원을 책정했지만 300만원이 넘는 송아지 구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더욱이 집 수리비로 200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무너지거나 허물어진 집을 고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양정마을은 집중호우로 물바다로 변해 130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소 2000마리가 떠내려가거나 죽었다. 농경지 700㏊도 침수됐다.

100일이 지난 지금 50가구는 여전히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다. 130여 주민들은 공동주거시설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섬진강댐 방류 조절로 집중호우가 났다는데 책임 규명도 여태껏 이뤄지지 않아 누구에게 하소연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섬진강 수해 피해 100일 맞은 18일 구례군 비상대책위원회가 책임자 처벌과
배상 촉구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섬진강수해피해 비상대책위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 수백명이 들고 일어났다.
‘섬진강 수해참사 피해자 구례군 비상대책위원회’는 수해피해 100일을 맞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더이상 정부를 믿고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데서다. 그래서 물난리가 유독 심했던 구례 5일 시장에 모였다.

18일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지난 8월 8일 5일시장의 긴박한 대피 상황을 재현한 뒤 섬진강에 물을 대량 방류 책임자 처벌과 구례군·구례군의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점포마다 내걸었다. 당시 피해 현장 사진들도 전시했다.

특히 주민들은 100일이 넘도록 말 뿐인 정부대책과 지원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조속한 재발 방지 대책과 현실적인 피해 보상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물바다가 됐던 구례 5일장 상점 주인들도 1시간 동안 문을 닫고 동참했다.

피해 주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억울한 백성이 여기 있다고 소리도 질러봤고 국회를 찾아 개미처럼 의원들 방을 돌면서 절박하게 호소도 해봤다. 하지만 정부의 피해조사는 더디기만 하고 배상에 대한 어떤 약속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해 주민들은 중앙부처나 정당 지도자들이 수해현장에 나타나서는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시라!’고 뿌리고 간 분들의 명함만 한 주먹이 된다”면서 “법이 있다면 법 테두리 안에서, 법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수해 피해 주민들로서는 문대통령을 비롯 정부 나리들이 다녀 간 뒤 “기대했던 희망의 메시지는 절망과 분노로 바뀌게 됐다”면서 이제는 누구하나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환경부장관이 수해현장을 방문한 뒤 “10월 말까지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던 약속은 빈말이 되었냐”면서 정부당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당시 주민들은 섬진강 유역 주암댐 및 남원 관리사무소가 홍수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구례가 물난리를 겪었다며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고 주장했었다.

<시민의소리> 또한 당시 수몰현장인 구례읍 현장을 찾아 취재에 나선 결과 “구례읍 물바다는 ‘인재’, 주암호 섬진강 댐 홍소조절 ‘실패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지적했었다.

주암호에서 방류한 물이 보성강을 통해 섬진강과 압록유원지에서 합류해서 내려오다 화엄사와 천은사, 산동면으로부터 내려오는 서시천 물과 또 만나는데 이를 계산하지 않고 섬진강 유역 홍수통제소가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는 바람에 인근에 위치한 양정마을과 구례읍 펌프장 인근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섬진강유역환경단체와 피해지역 단체장들이 모여 홍수 피해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해 왔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었다.
이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들고 일어나면서 최근에야 비로소 조사 원인을 규명하는 수해조사위원회 운영규정과 과업지시서 협의 초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후 올해 연말까지 조사용역 입찰자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조사는 내년에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도 조사결과보고서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어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겨울은 닥쳐오는데 보상금은 적고, 살길이 그저 막막한 처지에 있어 이래저래 구례수해지역민들은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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