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라진다면
인간이 사라진다면
  • 문틈 시인
  • 승인 2020.11.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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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구에 인간이 살고 있지 않다면,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지구와 인간관계의 필연성을 절감한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자연의 조화를 유심히 바라보면 모든 것들, 나무, 풀, 강, 안개, 꽃, 비, 눈, 바다, 삼라만상이 죄다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지구에는 인간이 태어났어야만 했다는, 그래서 인간이 영원히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절대한 이치를 향하고 있다. 만일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멋지고 안락한 집이 지어져 있는데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는 것이나 진배없을 터이다.

하늘의 별들조차 무슨 물리천문학적 원리에 의해 저절로 생겨난 것이라 한다 해도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 아름답고 찬란한 밤하늘의 별들도 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진배없다. 하늘의 별들은 별들을 바라보는 인간이 있음으로 해서 저기 먼 하늘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노라니 내 나름대로 어떤 분별이 한 눈에 보였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란 사실을 인간은 과학으로 밝혀냈지만 우주의 중심은 인간의 생각이란 사실이 그 뒤에 있음을 간과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왜 저기에 꽃이 피어 있으며, 나무, 강, 나비가 있는가. 그 모든 것들은 그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만 존재의 의미를 띠게 된다. 신비스러운 일이지만 그 중심에서 인간이 빠져나가면 집에서 기둥이 빠진 것처럼 우주는 다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 이 천지간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이처럼 놀랍고 신비한 조화가 자연과 우주에 그물코처럼 뻗쳐 있다. 지구와 인간은 말하자면 혈연관계다. 말 그대로 한 가족이다. 나는 지구가 그대로 하나의 유기체라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지구는 인간을 보살피고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수많은 다른 생명체들, 내 식으로 말하면 ‘인간의 동료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데 인간은 그 알량한 지식으로 자연을 어찌해 보려고 지구를 마구 훼손하고 있다. 무한천공의 우주에서 오직 하나뿐인 지구에만 생명들이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마치 지구를 식민지처럼 생각한다. 인간은 우주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물들이 사는 또 다른 별이 있는지 찾고 있다.

이론적인 확률로는 수만 개의 지구와 같은 별이 우주에 있을 것으로 나오지만 아직 그 증거는 찾아진 것이 없다. 지구는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적의 별이다. 그러므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기적의 생명체들이다. 우리는 지구별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동화 ‘어린 왕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소설가 생 떽쥐페리는 소설 ‘야간비행’에서 밤에 화물비행기를 조종하며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상의 불빛들을 하늘의 별들에 비유한다. 지상의 집들에 켜진 하나하나의 불빛이 하늘의 별들처럼 빛나 보인다는 것이다. 화물비행기 조종사였던 소설가에게 지상이 그렇게 보였던가보다.

인공위성에서 본 지구는 푸른 별이다.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날아가서 지구를 보며 내지른 일성이 ‘지구는 푸르다’였다. 나는 그 한 마디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후 미국이 쏘아올린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간 보이저2호가 태양계를 벗어날 즈음 잠깐 카메라를 돌려 떠나온 지구를 촬영했다. 지구를 가장 멀리에서 본 장면이다. 이 사진에 찍힌 바늘자국 같은 작은 먼지 알갱이 모양의 지구를 보고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며 경탄했다.

생명체의 낙원이 있는 이 유일한 푸른 점 지구에는 국경선과 철조망과 핵폭탄이 있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으며, 종교분쟁의 살육이 그치질 않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역병이 인류멸절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불과 48명의 사람이 지구인 80억명 부의 50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말썽 많은 별이지만 지구로부터 30억 킬로미터 떨어진 보이저 1호에서 볼 때는 그저 한 알 먼지 알갱이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면 내 존재 자체가 미미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광대무변의 우주는 미소한 내가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인간 말고는 우주가 있다고 인증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우주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증받기 위해 인간을 만들어냈는지 모른다. 우주가 있어야 인간이 있고, 인간이 있어야 우주가 있다.

지구를 좀 더 알뜰히 보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구를 더 이상 괴롭혀서는 안된다. 인간끼리 싸워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우주의 존재를 인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간이 지구를 괴롭혀서 생겨난 것이라 하지 않는가. 신종 코로나 속에서 인간 존재의 존귀함을 생각하며 두 팔로 나무를 끌어안아본다. 마치 지구를 끌어안듯이. 지구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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