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통합 ‘생쇼’와 민간공항 여론조사 ‘허울’
시·도통합 ‘생쇼’와 민간공항 여론조사 ‘허울’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1.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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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김영록 간 시·도통합 합의문 진정성·알맹이 없어
통합 논의 시기, 1년 6개월 뒤엔 대선 지방선거 코앞
민간공항 이전 여론조사, 사전 짜여진 각본 ‘의심’
시·도통합과 민간공항 이전 엇박자…‘통 큰 정치’주문도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말이 합의문 서명이지 ‘여론 무마용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나 서명한
시·도통합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쇼’에 가깝다는 의미다. 알맹이 없고, 진정성도 없고, 보도자료 조차 없는 합의였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나 서명한 시·도통합 합의문을 두고 한말이다. 두 사람은 시·도민의 관심 속에 만났건만 합의문만 덜렁 발표만 한 채 끝냈다.

한 술 더 떠,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말자고 했다한다. 평소 같으면 자신들의 활동사항을 한 컷, 한 줄이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 애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왠지 미심쩍기도 하고, 궁금하기 짝이 없는 대목은 시·도통합 합의문을 토대로 한 보도자료를 냈다가 급히 회수하는 소동까지 벌였다는 것이다. 
굳이 보도자료 통제까지 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시·도통합 합의문은 먼 미래 광주·전남발전을 위한 진정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통합론을 던져놓고 이제 화답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하고 방향을 제기했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특히 2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괜히 시·도지사가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게되면 표 떨어질까 봐, 이를 피해가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여론 무마용이 아닐런가 싶다.
이 시장은 시·도통합론을 불쑥 꺼내놓고 ‘느닷없다’, ‘생뚱맞다’는 지적에 곤혹스러워 한 반면 김 지사는 ‘소극적이다’는 여론에 당혹스러워 했던 게 사실이 아닌가.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감지했던 두 사람이 일단 서로 만나 ‘여론적 봉합’에 나선 것은 일단 성공했지만 시·도민들의 눈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만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단 통합논의 시기를 민선 8기로 잡는데 합의한 것에 대한 말들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공동 연구 용역 1년에 주민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 6개월이란 단서를 붙였고, 그리되면 민선 7기 때 통합 논의는 물건너 간 셈이다.
말하자면 김 지사 주장대로 민선 7기때 여론수렴을 거치고 난 뒤 민선 8기때부터 논의하자는 말과 맞아 떨어진 거다.
이제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할 광주·전남발전연구원에 일이 떨어졌고, 양 시·도지사는 말없이, 용역결과만 기다리면서 논쟁할 것도 없고, 세월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를 예견이라도 하듯 뜻있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용섭 시장이 일단 시·도통합론을 제기한 만큼 이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들이 오갔다.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쥔 만큼, 그리고 말이 아닌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용섭 시장이 2년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시·도통합에 매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여기에는 통합 방식과 시기, 그리고 통합 청사 위치에 관해 광주시와 전남도간에 온도차가 컸었고, 늘상 만남 자체마저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앞서 시·도지사가 청와대나 광주시에서 3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냉랭하면서도 어색하게 헤어지곤 했었다.
물론 행사장에서 만나 사전 예고나 물밑 접촉없이 불쓱 ‘차 한잔 하자’고 말을 건넨 것도 상대에 대한 예우가 아니기에 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합의문 서명은 내용이 없는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 시장과 김 지사에게 시·도민의 관심으로부터 빠져나올 구멍과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외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시·도통합 합의가 별로 의미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시·도간 상생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뒤늦게나마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광주시가 진행 중인 ‘광주민간공항 무안 이전’여론조사는 모처럼의 상생 분위기를 깨뜨리는 촉매제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남도로서는 일단 광주시가 2021년까지 민간공항을 이전한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면 되지, 이제와서 공공기관 이전과 시·도통합과 맞물려 여론조사를 구실삼아 말을 되돌리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안 군민들 도한 공항 이전 반대를 위한 '허울'뿐이라고 강조한다.
광주시민 2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결과적으로 뻔한 답을 정해놓고 실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이에 아랑곳없이 최영태 광주시민권익위원장은 민간공항 이전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전남도민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광주시민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이용섭 시장은 시·도통합을 꺼낸 뒤 이를 위한 상생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 소지역주의로 몰아세웠고, 이와는 별도로 민간공항 이전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이 반대하게 되면 민간공항만 따로 이전 이전하지 않고 패키지로 군공항과 함께 이전 하겠다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광주시민들이 민간공항을 이전하게 되면 생활불편과 시간·경제적 손실이 클 텐데 누가 민간공항 이전에 찬성을 하겠는가.

결국 이용섭 시장은 미리 답을 정해놓고 자신은 뒤에 숨어 광주시민권위를 앞세우는과 다를 바 없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민주당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하게 될 경우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애써 약속해 놓고 이제 상황이 불리하니까 민주당이 나서 당원 투표로 결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모름지기 148만 시민의 수장인 이용섭 시장도 전남도와 약속한 민간공항 이전은 다소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하더라도 반드시 이행할 때 통 큰 정치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광주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은 이미 2000년대 무안공항 개발계획안 포함돼 있었다.
2007년 무안공항의 개항과 동시에 광주공항 이전이 논의됐다.
하지만 접근교통망인 고속도로가 2008년에 개통됐지만 또 미뤄졌다.
마침내 2017년 KTX의 무안공항 경유까지 확정되고 나서야 민간공항 이전 합의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2018년 민선 7기 들어서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 간에 이뤄진 광주·전남 상생발전협의회 자리에서도 그러한 약속을 이행하자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어깨동무로 상생을 과시했었다.

양 시·도지사가 민간공항 이전과 시·도통합 문제를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를 겨냥해 혹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시·도민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재선에 성공해 민선8기 시·도지사가 되라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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