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의 시·도통합 속셈·진정성은 뭔가? 응답하라
이용섭의 시·도통합 속셈·진정성은 뭔가? 응답하라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0.29 1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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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 ‘경쟁 우려’냐, ‘각자 도생’이냐 오락가락
민간공항 이전 약속 못 지킨 채 시·도통합 논할 자격 있나 지적도
​​​​​​​전남도에 대한 예우와 배려, 의견조율 없인 될 것도 안돼 '여론'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요즘 광주·전남 지역 여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시·도통합’논의다.

28일 서울에서 열린 ‘광주지역 국회의원 예산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시

이용섭 시장이 불쑥, 느닷없이, 그리고 생뚱맞게 던진 시·도통합은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미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테마라는 점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켜줄 것일 텐데, 이를 드러내놓고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런 만큼 누가 뭐라해도 정치적 명분은 이 시장이 쥐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이 시장의 그런 행보에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화호류구(畵虎類狗)’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호랑이 그림을 그리려다 개 모양을 그리고 마는 게 아니냐’ ‘소양 없는 사람이 호걸을 모방 하려다가 오히려 경박하다는 평을 듣는다’라는 고사성어의 뜻풀이는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시·도통합에 관한 이 시장의 정치적 속셈은 무엇인가.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의심은 어디로부터 나온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구심의 향배는 양 시·도간의 진정성과 신뢰가 없음에서 나오지 않는가 싶다.

요즘 언론에서 이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만나거나 만날 계기가 될 성 싶으면 ‘회동’이니 ‘단독 회담 성사될까’라는 제목을 달곤 한다. 사안이 그만큼 중차대하고 큰 테마 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만나 무슨 내용으로 얘기를 나눌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된다.

2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호남예산정책협의가
27일 열린 국민의힘 주최 호남예산정책협의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빈손으로 헤어지고 있는 장면/전남도

그러나 양 시·도지사 통합론 제기 이후 두 차례나 만나긴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악수만 하고 빈손으로 헤어졌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청와대에서 광역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판 뉴딜 정책회의에서 그랬고, 2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호남예산정책협의가 그랬었다.

특히 예산협의회가 끝난 후 이 시장이 김 지사에게 “차 한잔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김 지사는 “일정이 있어 바쁘다”며 광주시 청사를 나오고 말았다.
과거 이 시장이 행자부장관일 때 대변인 노릇을 한 김 지사 였다면 그랬을까. 거절하지 못했을 게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시·도민을 대표하는 수장이 됐고, 해당 지역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시·도통합이라는 민감한 사안 때문에 그냥 헤어졌을 게다.

그렇다하더라도 두 사람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그대로 투영됐고, 시·도민들은 그런 어색한 관계가 이뤄진 배경과 출발점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민선 7기 출범 때인 2018년, 두 사람은 시·도 상생발전협의회에서 서로 만나 상큼한 출발을 알렸다. 물론 이 자리에는 양 시·도 실국장이 배석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화근의 불씨는 첫 만남에서 출발한다.
이 시장이 사석도 아닌 공식석상에서 김 지사를 향해 ‘자네...’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명색이 광주시보다 인구가 더 많은 도민의 대표이자 수장인데 김 지사에게 말을 낮춰 ‘하대’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게 도청 실국장의 의견이다.
물론 이 시장도 의도성 없이 친근함에서 말을 했는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최근에야 깨달았다는 후문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이 시장의 행동과 소통방식은 최근에도 이어지면서 지적으로 다가온다.
28일 서울에서 열린 ‘광주지역 국회의원 예산정책간담회’에서 이 시장은 시·도통합 제안 배경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
비록 간담회 이후 비공개 자리이긴 하지만 강은미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전남도와 의견 조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0일 열린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한 광주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상황을 잘 아시겠지만, 전남도가 유치 공공기관 42곳을 먼저 발표했다”면서 “이에 광주시는 유치 공공기관 38곳의 발표를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싸고 시·도가 경쟁하는 것을 우려해 시·도통합 논의를 제안했다는 얘기다.

시·도통합 논의와 관련 그 배경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껏 이 시장은 시·도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소지역주의에 불과하고 광주·전남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는 시·도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 있는 사람들은 이 시장이 민선 7기 반환점을 돌고나서야 시·도통합을 생뚱맞게 제기한 후 조급하게 몰아가는 것은 뭔가 정치적 속셈이 있어 그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장의 통합 명분이 고작 공공기관 이전을 전남도가 먼저 발표하니까 시·도통합론을 꺼냈다고 스스로 발언한 것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장은 시·도통합론을 꺼내기에 앞서 앞뒤가 맞지 않은 행보를 해 뜬금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광주는 1차 혁신도시 이전 당시 전남에 지원한 결과 광주 시민의 상실감이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광주도 발전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기관은 광주에 유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남과의 경쟁을 통해 인공지능(AI), 문화, 에너지산업 분야의 알짜 공공기관 유치에 나서 각자 도생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특히 시·도통합론 제기 이틀 전인 9월 7일 이 시장은 혁신도시 연구기획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전이 가능한 122개 공공기관을 7개 분야로 나눈 뒤 35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점찍었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전략적 접근은 이 시장이 제기한 시·도통합 명분과는 배치가 된다.
더 더욱 아쉬운 것은 9월 9일 민간공항 무안이전이 군 공항과 패키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남도와의 약속도 파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민간공항 이전을 보류하라'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9월7일 광주시 온라인 플랫폼인 '바로소통 광주'에는 '광주 민간공항은 군공항과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제안이 올라왔다.
일부 시의원들도 이에 가세했다.
'군 공항 이전과 관계없이 2021년말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는 당초의 입장과 원칙을 깬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 시장이 시·도 통합을 불쑥 꺼내들었으니 생뚱맞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대구·경북 통합이든, 부·울·경 경제통합이든 몇 십년이 걸려도 될까 말까 하는 시·도 통합에 대한 큰 그림도 없이, 공공기관이전에 대한 경쟁을 우려해 통합론을 불쑥 꺼낸 걸 보면서 대체 이 시장의 속셈과 진정성을 가늠할 수 가 없다.

따갑게 얘기하면 민간공항 무안 이전 약속도 지키지 않고, 공공기관 이전 또한 경쟁한다고 했다가 이를 우려해서 시·도통합을 불쑥 꺼냈다는 자체가 148만 광주시민을 대표하는 수장의 리더십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시장이 진정으로 발전적 미래를 위해 시·도통합을 바란다면 소소하고 낮은 단계의 현안부터 해결한 뒤 보다 큰 그림인 시·도통합을 논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줍잖은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

엊그제 삼성그룹 이건회 회장 빈소에서의 조문사진을 올렸다가 지적을 당하자 사진을 내린 것 또한 이 시장 개인의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 시장은 광주시민의 수장이자 얼굴이요, 품격이기 때문에 공인의 처신이 신중하지 못하면 광주시민의 이미지는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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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llc 2020-11-13 16:42:36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