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문제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광주·전남 통합문제의 동상이몽(同床異夢)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10.28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수 시민기자
이상수 시민기자

요즘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용섭 광주 시장은 지난 10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응방안 토론회 축사에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며 시도 통합을 제안했다.

광주가 전라남도에서 떨어져 나간 1986년 이후 광주와 전남의 통합 논의는 이번이 세 번째다. 민선1기 때인 1995년부터 3년여동안 전남도가 전남·광주의 통합을 주도적으로 제기하였지만, 광주시와 시의회가 반대했다. 그 후 2001년 광주시에서 통합 제의를 하였으나, 전남은 도청 신청사 착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통합 논의는 무산됐다. 그 때와 지금은 시대정신도 주변 여건도 크게 변화했다. 당시에는 큰 도시가 있으면 광역시나 직할시로 '분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지만, 지금은 소지역주의나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통합’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 제의에 전라남도는 이튿날 대변인 명의로 “공감하고 찬성한다"며 "이를 위해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진정성 있는 화답이라고 한다면 김 지사가 직접 언급을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내심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용섭 시장의 광주·전남통합 통합을 제안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전국적으로 지역 통합의 경우 방식은 다를지라도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대구·경북, 부울경(부산·울산·경주)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들 두 곳은 통합을 선언하기 전에 시도 지사가 수차례 만나 협의를 하고, 때로는 연구기관에 통합의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하여 사전 연구를 한 뒤 추진하고 있었다.

이용섭 시장이 진정으로 통합을 하고자 하였다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과 소통도 거쳤어야 하고, 이해 당사자들인 광주광역시 의회, 기초자치단체, 내부 구성원인 공무원 단체, 그리고 산하기관 등과 소통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전남 지사와 소통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사전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갑짝스럽게 통합 발표를 하니 많은 시민들도 의아해하고 있다.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1년여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하여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었다.

이용섭 시장은 일반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시민여론을 많이 의식하면서도 시 산하기관의 인사 문제는 관련 사회단체들이 반대를 해도 결국은 밀어붙이는 인사행태를 보였다. 결론은 선거관련 사안은 여론과 관계없이 밀어 붙이고, 그렇지 않는 사안은 눈치를 보는 스타일인가 싶다.

이런 오해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시도 통합은 상대가 있는 문제이니 협상을 하려면 상대방과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아이디어 차원에서가 아니라 전문적인 연구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시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 나갈 대안을 가지고 상대와 사전 교류를 하는 것이 필수일 것인데 그런 노력도 없이 독자적으로 통합발표를 하니 김영록 지사도 당황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용섭 시장은 전남도의 시·도 통합의 입장과는 관계없이 지난 9월 25일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공무원 6명과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단 9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광주·전남 통합준비단’을 출범시켰다. 10월 15일에는 광주시가 광주·전남통합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런데 시도 통합이 광주 단독으로 추진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전라남도의 분위는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음 지자체 선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임기 초반이라면 몰라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려는 것은 올바른 처리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통합 상대인 전남 김 지사가 흔쾌히 받아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일종에 짝사랑을 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 시장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겠지만 광주시민의 한 사람인 필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광주시를 대표하는 분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용섭 시장이 화두로 내세운 광주와 전남 통합의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광주나 전남의 지역 경제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구 문제만 보더라도 전라남도는 올해 5월 기준으로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와 순천, 여수, 광양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18개 시·군이 인구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곡성과 고흥, 보성, 함평 등 4곳은 고위험 지역으로 조사됐다. 김 지사도 이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통합에 대해서는 일단 거부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러한 사안은 지사 단독으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록 지사는 시·도통합 논의는 의견수렴 후 민선 8기 때 본격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시·도통합 대신 경제적 통합협의체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첫 언급을 하였다. 오는 11월 전라남도 주관 시·도 상생발전위원회 때에도 시·도통합에 대한 안건은 상정 하지 않겠다며 “불필요한 논란만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실무협의회인 만큼 기존 과제를 점검하고 실현 가능한 신규 과제를 발굴하는데 방점을 찍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광주·전남 통합을 위한 기초연구를 하는데 한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진정으로 광주와 전남이 통합을 이뤄야 이 지역이 부흥할 수 있다면, 시·도 지사는 차기 지방선거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차분하게 추진하길 바란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