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이사회서 ‘채용 비리’연루 교수 병원장 1순위로?
전남대병원 이사회서 ‘채용 비리’연루 교수 병원장 1순위로?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0.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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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덕 의원, 국감서 “병원 이사회=동문회”지적
1순위 안영근 교수, 2016년 ‘취업 비리’연루·징계 받아
​​​​​​​사전 안건 공지 등 인사 검증 시스템 미흡…교육부 최종결정 ‘촉각’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전남대병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올해도 아프도록 뭇매를 맞았다.

20일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호남과 제주 지역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업무보고를 하는 이정삼 전남대병원장/유튜브
20일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호남과 제주 지역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업무보고를 하는 이삼용 전남대병원장/유튜브

2019년에는 채용 비리가 도마에 올라 ‘아빠 찬스’ ‘품앗이 채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올해 역시 ‘총장 찬스'와 '남편 찬스'가 부상했다.

20일 오전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호남권 대학과 병원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전남대병원이 위치한 광주동남을 지역구에서 첫 당선됐고, 첫 국감이기 때문에 가급적 까탈스런 질의를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며 국감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우선 윤 의원은 전남대학교병원 A 교수 부인이 ‘아빠 찬스'로 부당하게 병실을 사용하고, 입원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문제를 제기했다.
A교수 부인은 2017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총 45차례 병실을 부당하게 사용한 뒤 입원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남편의 직위를 이용해 간호사가 펑펑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갑질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남편 찬스’를 이용해 특혜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전남대병원과 징계 권한이 있는 전남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삼용 전남대병원장은 "유감스럽게도 다른 환자 역시 그만한 애정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전남대 병원 및 전남대학 측에 "부당 병실 사용에 따른 징계부가금 근거 자료를 보내달라고 3개월 전부터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감에 임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전남대병원의 불성실한 감사 행태도 문제지만 이사회의 구성 인원 또한 동문회와 다를 바 없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전남대병원 이사회 구성 면면을 보면 정병석 전남대총장, 이삼용 전남대병원장. 의과대학원장, 치과대학원장과 광주시 행정부시장,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당연직 이사 8명과 총장이 추천한 3명의 민간인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 의원은 "전남대병원 이사들이 모두 해당 대학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부 부처 관료를 제외하면 동문회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윤 의원의 지적대로 정부부처 관료 4명을 제외하면 당연직 이사들이나 나머지는 총장이 추천하는 만큼 이사 대부분이 특정 대학 및 특정고 출신으로 채워져 있는게 사실이다.
이렇게 학연에 의해 이사회가 구성되다 보니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권한인 전대병원장 선출의 경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총장의 입맛에 따라, 이른바 ‘총장 찬스’에 따라 병원장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의원의 이사회가 동문회냐고 지적한 배경에는 지난 9월15일 치러진 제33대 전대병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이사회에서 2016년 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돼 징계 조치 처분을 받은 안영근 교수를 뽑아도 되는가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남대병원이 제출한 ‘2018년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라는 국감 자료를 보면 전남대병원은 5개 항목을 지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채용 서류전형 평가 항목 부당한 점수 부여 항목에서 안 교수는 지난 2016년 전남대 분원 A 간부의 자녀 서류 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격, 경력, 교육, 학력, 학점 등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최고점인 100점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이없게도 A 간부 또한 원장 신고 없이 자녀가 응시한 채용과정에 시험 관리위원 등으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2019년 전남대병원 안교수 등 관련자들에게 징계처분 조치를 내렸었다.

안 교수의 직원 채용 비리 연루 사실이 국감을 앞두고 불거지게 된 것은 안 교수가 앞서 실시한 이사회에서 병원장 후보 1순위로, 2순위와 함께 교육부에 통보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대병원 노조는 물론이고 지역의료계에서 전대병원장 후보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다름아니다.
지난해 전남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남대병원 취업비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했고, 이게 올해에도 악순환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데서다.

지난해 전남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장 앞에서 전남대병원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전남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장 앞에서 전남대병원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당시 병원 사무국장과 총무과장이 각각 자기 아들과 조카를 병원에 취업시키면서 서로 면접위원으로 들어가 최고 점수를 주는 ‘품앗이 채용’을 했고, 심지어 여자 친구까지 합격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합격자 10명 중 전남대병원 실습 경력이 없던 사람은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 등 2명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남대병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감장 앞에서 “이삼용 병원장은 채용 비리 책임지고 물러가라”는 성명과 함께 광주지검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남대 병원은 ‘아빠 찬스’와 ‘삼촌 찬스’, ‘남친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애석하게도 경찰조사를 받던 사무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이번 국감에서도 아린 과거를 소환하는 자리가 됐다.

전남대병원은 이러한 불명예 속에 지난달 15일 임시이사회에서 병원장 후보 4명에 대한 면접과 무기명 투표를 통해 안 교수를 병원장 1순위 후보 뽑아 2순위와 함께 교육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사회 후보 검증과정에서 안 교수의 직원 채용 비리 사실이 여과되지 않은 채 이사회 의결로 통과됐던 사실에 ‘총장 찬스’가 작동했다는 여론이 나돌았다.
따라서 윤 의원이 이사회가 무슨 동창회냐고 언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 균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 사회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안 교수가 일단 1순위 후보로 올라간 만큼 앞으로 교육부와 청와대에서의 검증이 누구에게로 방점을 찍을 것인지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후보자는 현 이삼용 병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2일 이후 3년간 병원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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