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산재 미보고·은폐 의혹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산재 미보고·은폐 의혹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10.15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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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노동청, 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의혹 11건 조사
노조지부장 "사측, 인사 고과 빌미로 산재 미신청 회유" 주장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업재해를 관할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전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6개 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광주 소재 삼성전자 사업장 4곳에서 발생한 사고성 재해 11건이 발생했는데 이를보고하지 않았다. 은폐 의혹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적발된 11건의 산재 미보고 사례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 부상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사협의회 워크숍 도중 발뒤꿈치를 다치거나 계단과 구내식당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이 삔 사례도 제시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원일 전국 삼성전자 노동조합 광주지부장이 증인으로 나와 관련 의혹에 대해 답변했다.

이 지부장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개인 연차·근속 휴가를 사용하고 치료비는 사비로 부담했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인사 고과 과정에서 승진을 도와줬다. 산재를 신청하면 인사 평가에서 하위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질의에 나선 이수진 의원은 "최근 10년간 광주소재 4개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산재 신청 건수는 단 6건, 최근 5년간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산재는 15건에 불과했다"며 사내 산재 예방 효과인지를 물었다.

이 지부장은 "산재 예방 대책이 잘 돼 있어 그런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장시간 노동도 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당사자와 책임자를 공동으로 처벌한다. 이런 상황에선 누가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관할 감독기관인 광주고용노동청의 산재 관련 현장 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지부장은 "고용노동청이 현장 조사과정에서 미보고 산재 관련 제보 서식과 근로감독관 3명의 연락처를 알려줘 노조가 제보센터를 운영했다"며 "(조합원) 800여 명에게 서식 등을 공유했지만 내 제보자 실명란을 본 순간, 숨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산재 조사 감독 과정에서 사업장 내 변화는 없었다며 사측의 지속적인 면담으로 부당한 외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현철 광주고용노동청장은 "은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이 은폐 정황인지 엄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업무상 질병 등 또다른 산업 재해로 보이는 37건도 확인, 추가 조사하고 있다"며 "사측의 (산재) 신청 방해 등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본다.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광주노동청이 중심이 돼 노사 해결을 돕겠다"고 했다.

한편,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 8월 현장 조사를 통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재 발생 보고의무와 발생 원인 기록·보존 의무를 어긴 사실을 확인,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 6640만 원을 부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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