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를 좀 먹는 '매관매직(賣官賣職')
우리사회를 좀 먹는 '매관매직(賣官賣職')
  • 윤용기 전남본부장
  • 승인 2020.09.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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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채용도 ‘돈과 빽’ 필요
심각성 도 넘어, 재발 방지 대책 세워야
윤용기 전남본부장.
윤용기 전남본부장.

매관매직(賣官賣職)은 권력자가 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좀먹는 대표적인 적폐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매관매직은 어느 시기,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존재해 왔다.

우리 역사에서 매관매직이 가장 성행했던 시기는 '조선 후기'로 통한다. 조선 후기 철종 시대부터 시작된 세도정치가 극에 달하면서 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매관매직도 등장했다. 실력은 없어도 돈만 주면 벼슬이 가능한 시대였다.

구한 말에는 고종과 명성황후도 가격을 책정해 놓고 벼슬을 팔았다. 관직 임용에 뇌물 수수의 관행이 너무도 심해 이를 직업으로 삼는 일본인 고리대금업자까지 등장했을 정도니, 나라가 망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매관매직은 공직 부정부패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 폐해 또한 나라도 망하게 할 만큼 매우 크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다”라고 경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 사회의 매관매직은 매우 깊게 뿌리 내린 상태다. 매관매직 자체가 은밀한 만큼 밀실에서 거래되고 알아도 쉬쉬하거나 사건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공직사회는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던 분위기다. 그래서 사무관, 서기관 진급 시 필요한 금액을 암시하는 ‘사오서칠(事五書七)’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이유다. 공직사회도 이를 불문율로 여기는 분위기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부장급, 실·처장급 승진에도 2000~3000만 원이 오간다는 것을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나라를 말아먹는 적폐인 매관매직이 요즘 새로운 곳으로 전파되어 만연하고 있어 걱정이다. 매관매직도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생명을 이어가듯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은 정부지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직으로 전환되는 등 ‘틈새 직종’이 인기를 끌자 이 분야가 매관매직의 온상으로 떠 오르고 있다. 실제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선 이미 비리가 속출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숨은 폭탄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환경미화원 채용을 두고 금전거래 비리에 관한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나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도 5분 발언을 통해 환경미화원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채용과정에서 면접 점수 조작과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한 의원은 응시자를 통해 확인한 금품 제공 사실과 금품 제공자가 경찰에 두 번이나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직 채용을 두고 돈이 오갔다는 사실에 지역사회 분위기도 차갑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나돌던 풍문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앞서 대체로 수긍하는 모양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나주시의 명백한 진상규명과 함께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 의혹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이고, 나주시의 위상과 환경미화원, 청년의 자존감에 심대한 손상을 초래한다면서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기회에 시중에 떠도는 공직에 관한 비리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달라는 주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도 이 사건에 대해 각종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는 사건이다. 전남청의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전남청은 지능수사팀에 이 사건을 배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언론을 통해 제기된 청원경찰 채용 및 공무원승진에 관한 금품 제공 의혹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이 사건에 사회적 이 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청장이 직접 수사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공직사회 인사 비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수사 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 사건에 진실은 경찰의 수사가 밝혀 줄 것이다. 조용히 수사결과를 지켜보자.

공직은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채용과 승진은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명분 또한 확실해야 한다. 매관매직이야말로 공직사회를 불신으로 병들게 하여 공직사회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공직사회가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초딩적 배웠던 격언이 생각난다. 윗선이 흙탕물인데 아랫사람 보고 청렴결백하라고 명령하면 공직이 맑아지겠나. 코메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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