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지율과 동반하락 예상…20대 지지층 이탈 심각
‘秋 사퇴론’ 딜레마, 문빠 등에 업고 가는 형국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부모의 그릇된 사랑을, 이름 하여 ‘부모찬스’라 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엄마찬스’가 그렇고, 조국의 ‘아빠찬스’가 그렇다.
자식을 이길 부모가 어디 있으랴만 두 사람의 특혜 의혹은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건 사실이다.
올해 터진 추미애 사태는 지난해 조국 사태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전·현직 법무부장관이라는 점에서 여느 장관과는 달리 법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야당은 당연히 법치 모독을 넘어 법치 파괴라며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젊은 세대는 상대적 허탈감에 온몸으로 떨고 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이자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두 개의 키워드 ‘병역’과 ‘교육’이라는 국민적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추 장관 아들 서 모씨(27)에 분노한 것은 일반적인 사병은 누릴 수 없는 특혜를 누렸다는 대목이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2017년 모두 23일간의 연속 휴가를 받았다. 군 복무를 마쳤거나 지금 군에서 복무 중인 국민은 다 안다.
군 휴가 절차가 비정상적이었음을 말이다.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는 것은 곧바로 탈영으로 간주된다.
부대에 복귀도 하지 않고 본인도 아닌 보좌관의 전화 한 통으로 휴가가 연장된 건 ‘특혜’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일반 병사가 휴가에서 몇 시간 복귀하지 않았다고 해서 탈영병으로 몰아 군 영창으로 보내는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평창 올림픽 통역병으로, 용산 부대 전출 청탁도 빼놓을 수 없다. 집권 여당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과 그 윗선 개입 여부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비리 의혹에 버금가는 ‘판박이’라는데 있다.
조 전장관은 자신과 친분 있는 교수가 제1 저자로 딸 이름을 올려주고, 그 논문 지도교수의 아들과 이른바 ‘스펙 품앗이’를 했다. 표창장 위조와 인턴 경력 증명서, 유령 장학금 관련 의혹들이 속속 제기됐다.
말하자면 조국의 딸은 제대로 된 시험을 거치지 않은 채 ‘아빠 찬스’라는 특혜 하나 만으로 그 어렵다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간 셈이다.
보통 대학생들이 들어가야 할 기회를 상대적으로 박탈한 셈이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최순실씨는 그래도, 자신의 딸에게 승마라도 시켰지만, 조 전 장관은 그러한 노력도 없이 딸을 대학원에 보냈다고 조롱을 받았던 것도 그래서다.
엄마·아빠가 어느 정도의 권력자냐에 따라 대학 가는 길이 달라지고, 군 생활에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구호와 어긋난다.
검찰에서 병역 특혜 의혹 사건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8개월 째 수사를 끌고, 군 장교나 사병의 증언을 조서에 넣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더욱이 추 장관의 대응 방식 또한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려 “소설 쓰시네”라는 발언의 부적절성 때문이다.
추 장관의 아들을 둘러싼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이를 옹호하는 여당 의원 발언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설훈·김종민·김남국·우상호 등 이낙연 민주당 대표 후원그룹 의원들이 추 장관을 엄호하며 ‘의혹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도 볼썽 사납다.
여·야간 공방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더불어 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을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게 한다.
특히 20대의 경우 이탈 층이 늘어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30%대로 내려앉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우리네 엄마와 군대를 갔다온 대한민국 아빠들도 문 대통령의 지지에서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대표의 정치 행보와 스탠스가 자연스레 부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친문 세력(문빠)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문빠들은 추 장관의 사퇴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해온 검찰 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를 적극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로서는 문빠들과 함께 일부 의원들의 추 장관 감싸기 발언을 옹호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곤 ‘말 조심’하라는 것 외에 달리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데서다.
국민정서가 그런 만큼 추 장관을 향해 속 시원하게 엄중수사를 촉구하자니 문빠들로 부터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는 소리에 자유스럽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자니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고 대권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형태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한 것처럼 따라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이 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빠들의 지지를 얻기가 틀린 상황에서 독자생존 전략 차원의 사이다 같은 발언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신중하고도 안정적인 모드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에 서있다.
앞으로 임기가 7개월여가 남은 상황에서 갈 길이 먼 이 대표로서는 추 장관 사건 말고도 난제가 산적한 상태다.
이럴 때 일수록 이 대표가 갖고있는 강점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함에도 출발선상에서부터 그렇지 못한 민주당 시스템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문빠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국민을 응집력있게 빨아들이는 1석 2조의 전략은 없을까.
이쯤에서 이 대표는 조국 사태처럼 국론이 양분되고, 문빠들이 옮고 그름의 프레임에서 그름을 선택함으로써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대표의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부담도 크다.
이 대표의 성격과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그는 문빠를 등에 업고, 눈치를 보면서 차기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김으로써 대권후보의 꿈을 키워갈 것 같다.
딱히 민주당 대권주자가 별로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리되면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라고 국민들은 판단할 게다.
정치는 타이밍과 경쟁자의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이 대표의 소신과 정체성이 어떤 방향으로 투영될지 국민들은 오롯이 지켜보고 있다.
그가 친문 적자(嫡子)가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특히 호남민들은 고뇌에 빠져있다. 문빠들의 향배에 따라 이 대표 대권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해찬 전 대표가 “상황에 따라 언제든 후보가 새로 나오기도 하고 지금 잘나가는 분이 어려움을 겪기도 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마음에 걸린다.
역설적으로 문빠들이 ‘진짜 친문’을 대선 후보로 옹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