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나라
노인들의 나라
  • 문틈 시인
  • 승인 2020.09.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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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여러 달 집안에 틀어박혀 별로 하는 일 없이 소일하고 있다. 하는 일이 있다면 책을 읽거나 아침 일찍 복동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것이 주요 일과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나는 아마 거진 이 모양대로 살았을 것이다.

은퇴자의 생활이란 하루를 보내는 것이 무료할 정도로 한가롭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직장에 나갈 때는 “날마다 이 똑같이 지겨운 일을 언제 그만두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지내놓고 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한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어야 무얼 좀 깨우치게 되는 듯하다.

나이 60 넘어 은퇴하면 아직 무릎에 힘이 남아 있는데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산에 가는 것으로 인생 오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뭐라 탓할 것까지야 없지만 나는 그건 아니다싶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을 찾아 ‘골든 에이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 의미가 있느냐의 대답은 자신이 그 의미를 만들어 내는가에 있다.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도 하루는 가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도 시간은 간다. 하루의 의미는 자신의 창의적인 노력에 달려 있다.

요즘 세상에는 자식들이 제금 나고 나면 아내와 둘이서 해로하기 마련이다. 품안엣 자식도 독립해 나가 사는 세상이다. 아내는 교회로, 병원으로, 아들 집으로,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 남편은 실제로는 거의 혼자 사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남편은 집에 남아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뭐 먹을 것이 없나하고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때 회사에서 부하 직원들을 거느린 상사로서 위엄을 내세우던 모습과 너무도 대비된다. 나이 들면 자기 자신에게마저도 위엄 같은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옛날 선비들은 집안에서도 정좌하여 학문을 닦았다니 그 모습이 우러러 보인다.

이웃 일본에서는 나이 70을 정년으로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70이래도 아직 혈기가 남아 있다. 70은 고희가 아니라 거의 장년 수준이다. 요즘은 제 나이에서 30퍼센트를 감한 나이가 실제 활동 나이라고 한다. 즉 70세라면 50세쯤 된다는 말이다.

산전수전 겪은 역전의 용사들에게 하릴없이 집에서 파리채를 들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국가로서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인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5.5%에 이른 고령사회이며,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20%에 이르는 초고령사회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 노인들은 제각기 책 한권으로 써도 모자랄 만큼의 자기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은 참말로 아깝고 안타깝다. 국가적으로 볼 때도 엄청 손해다.

노인 복지한다고 노인정에 쌀 한 가마니 갖다 주고 돈 봉투 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노인에게 평생에 걸쳐 닦은 기술, 지식, 지혜를 재활용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노인들도 살아가는 재미가 있고, 사회적 위치를 갖게 되지 지금처럼 은퇴했으면 ‘너 알아서 살아!’ 하면 안될 말이다.

요즘은 노인 대수난시대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노인들은 바깥나들이도 못하고 한번 외출하려면 병사가 전장터 나가듯 심각한 표정으로 출진해야 한다. 대단한 용기를 내야 할 정도다. 노인이 이토록 따돌림 받는 시대가 또 없었다. 코로나는 노인을 타겟삼아 돌아다닌다. 49세 이하는 코로나에 걸려도 죽는 사람이 없다. 신종 코로나는 이참에 노인들을 숙청할 작정인가보다.

진정한 노인복지는 노후의 사회생활을 어떻게 영위하게 할 수 있을까에 달려 있다. 삶에 대한 성취를 만끽하고 후대에 롤모델이 되는 노인의 위상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저 수많은 ‘노하우’의 노인들을 내버려둘 것인가. 정보화 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옛날 경험은 쓸모가 없다고 하는 축도 있는 모양인데 노인들의 삶에서 얻은 지혜까지 쓸모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인들을 공경하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노인들에게 버려진 느낌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노인들은 그 나이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승리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 죽는 순간까지 마저 할 일이 있으니 노인들의 나라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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