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故 DJ 국제행사 열어놓고 코로나 확진자가 ‘접대’ 한 꼴
광주시, 故 DJ 국제행사 열어놓고 코로나 확진자가 ‘접대’ 한 꼴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8.25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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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주연·연출 '김대중민주인권평화포럼' 17일 개최…국비 10억 지원
DJ 센터 직원 유흥주점 發 확진자가 마스크 안쓰고 대회 운영
광주시, 메시지 통보 후 직원 진단검사 여부 확인 안해
시장·시의장·교육감·정치인·기관장 등 줄줄이 진단검사 
개최시기 적절성. 다른 박람회 취소 보상 ‘도마’…시민 피해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5·18 40주년과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년을 맞아 광주시가 개최한 국제 행사가 코로나로 얼룩졌다.

유흥주점발 코로자 확진자 발생으로 국제행사를 망친 김대중컨벤션센터 전경
유흥주점발 코로자 확진자 발생으로 국제행사를 망친 김대중컨벤션센터 전경

지난 17일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에서 열린 ‘2020 김대중 민주인권평화포럼’과 ‘대한민국 민주장정 120년 전시회’ 개막식을 두고 한 얘기다.

이날 행사는 ‘정의란 무엇인가?’ 책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와의 온라인 대담과 함께 민주인권평화포럼을 창립해 발족한 자리였다.
그런 만큼 참석자도 이용섭 시장을 비롯 주요기관장과 구청장 그리고 산하 기관단체장 언론계 대표 들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국제대회를 실감케 했다.

어차피 광주·전남지역에서 만큼은 김대중 선생을 추모하고 적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DJ 아들 김홍일·설훈·양향자·송갑석·민형배·이용빈 등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의 면면과 행사 성격과 규모 등을 따져 볼 때 광주를 넘어 메머드급 국제 행사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왜냐하면 광주시가 주최하고, DJ센터가 주관했고, 여기에 국비 10억원이 지원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광주시가 주연과 연출을 도맡아 행사를 치른 셈이다.

광주시는 5·18 40주년을 맞아 전시회, 포럼, 토크 쇼, 민주장정 120년 행사 등 분야별로 4개 행사를 준비해왔다.
광주시는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더욱 폼나게 하기위해 작년부터 야심찬 준비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한때 광주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었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8월 초 유흥주점 도우미發 확진자가 또 다시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던 게 사실이다.

17일 열린 ‘2020 김대중 민주인권평화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 면면 /광주시
17일 열린 ‘2020 김대중 민주인권평화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 면면 /광주시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광주시가 이번 행사에 시 산하 기관단체장과 언론사 관계자까지 이례적으로 초청을 해서 대규모로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개최 시기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따져 보자는 얘기다.

행사 개최 이틀 전인 광복절에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의제일교회 교인들이 대거 광화문 참가하면서 지역사회로의 전파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분했다.
가급적 50인 이상이 집단으로 모이지 않도록 교회와 결혼식장 등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국제 행사가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은 다름 아닌 행사를 주관하고 운영한 DJ센타 마케팅 과장 A 씨가 다름 아닌 유흥주점發 코로나 확진자라는 데 있다.
A 씨는 그동안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등 행사 준비를 해왔다는 데 있다.

보다 큰 문제는 A씨가 광주시로부터 문자로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 씨 자신에게 도덕성 자체 뿐만 아니라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A 씨는 8월 초 상무지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도우미였던 지역 232번(북구 문흥동·16일 확진) 확진자인 여성과 접촉한 것으로 분류됐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A 씨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행사장 내를 돌아다녔고 심지어 커피숍에서 주요인사 비서진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DJ센터 정종태 사장이 사과문을 통해 지적했듯이 A씨의 부적절한 처신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 사장의 말대로 A 씨만의 잘못이기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이쯤에서 광주시의 총체적인 보건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광주시 보건당국은 문자를 A씨에게 보내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그걸 이행하고 안하고는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
현재 광주는 유흥주점 발 확진자가 26명이나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A 씨 같은 사람에게 ‘진단검사 의무화’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면밀하게 사후에 체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말로만, 문자 메시지로만 불특정 다수에게 보낼 게 아니라 A씨 같이 미적거리다 때를 놓치고, 결국 국제 행사를 망치도록 한 사람을 가려냈어야 했다는 의미다.

그러질 못하다 보니 A 씨는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통보받은 이후 회사에 정상출근하면서 각종 회의나 센터 내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유증상을 느끼고도 일반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일반인도 아닌 호남 유일의 복합 전시 시설인 DJ 센터는 행사가 열릴 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다. 그런 만큼 광주시가 주최하는 국제행사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썼어야 했다.

광주시가 아무리 코로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을 하더라도 DJ센터에서 이를 따르지 않거나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보건당국의 총체적 난맥상에 다름 아니다.
시 산하 4대 공기업의 하나인 DJ센터가 그렇다면, 어떤 일반인이나 교회 등 단체에서 광주시의 말을 신뢰하고 따를지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 여파는 이날 행사장 참석자들에게도 시간적·경제적 후유증을 낳게 했다.
비록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요내빈으로 참석한 150여 명이 각자 진단검사를 받은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 또한 따갑다.

이용섭 시장의 경우 자신이 산하기관 단체장은 물론 구청장, 언론인, 정치인들까지 대거 초청해 놓고 코로나 확진자로 하여금 접대를 한 꼴이 됐다.
진단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는 점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구분을 못할 판국이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출입문에 나붙은 시설 폐쇄 안내문
김대중컨벤션센터 출입문에 나붙은 시설 폐쇄 안내문

특히 이번 광주 DJ센터 코로나 사태는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같은 시각에 열리거나 이후 열릴 예정인 2개의 창업과 웨딩 박람회를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폐쇄조치에 들어갔다는 점에서다. 영문도 모른 박람회 주최 측은 일방적인 행사취소에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만약 불특정 다수가 아닌 DJ센터 직원에게서 코로나가 감염돼 문제가 발생했고, 박람회 취소 조치가 A씨로부터 기인했다면 DJ센터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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