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水災)현장에서 곱씹어 본 '피터의 원리'
수재(水災)현장에서 곱씹어 본 '피터의 원리'
  • 구재중 기자
  • 승인 2020.08.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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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중 지역사회부장
구재중 지역사회부장

유례없이 장마가 길었다. 그러다 보니 올 여름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물난리로 고통을 겪었다. 중국에서 한국처럼 집중호우 속에 내린 비는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 큰 중국 산샤댐이 혹여 터진다면 제주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뉴스는 진위여부를 떠나 놀랍기만 하다. 하류 지역의 많은 도시들이 물에 잠진 것은 물론이다.
··일 삼국 모두 댐 관리가 얼마나 엄중한 상황인가를 이번 홍수를 통해 깨닫고 있는 순간이었다.

전남도 이번 장마로 많은 댐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는 탓에 구례는 수중도시로 변했고, 곡성은 농경지가 침수되는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물난리가 났다.

이런 초유의 사태는 적어도 주민들에게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피시키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리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수재민들이 기르는 소가 사찰로 피신하거나 지붕에 올라가 수난을 피하기도 했다. 그런 소를 건져내기는 했지만 가족처럼 기르던 소를 고스란히 잃다보니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수재민의 절박한 몸부림에는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그리고 주암댐과 섬진강댐 관리사무소의 홍수 조절 실패 탓에서 비롯됐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섬진강 수계인 섬진·주암 양쪽 댐에서 물을 방류하게 되면 시간차와 방류량에 따라 각각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물에 잠기게 되는 지를 당연히 예상해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댐을 관리하는 정부 당국의 대응은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엄연한 ‘인재’로 귀결되고 있다.

결론을 얘기한다면 뻔히 기상청이 집중호우와 예상 강우량을 예보했고, 더구나 중국에서 산샤댐이 안전치 못할 수 있다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수자원공사측은 위험을 예지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재 속에 캐나다 출신으로 교육학자인 로렌스 피터가 제시한 '피터의 원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어떤 조직에서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선임할 때, 해당 직무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일에 대한 업적이나 성과만을 평가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이나 단체, 기업 등 위계질서가 있는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피터의 원리'에서 제시한 것처럼 과거에 주어진, 반복되는 업무 성과만을 평가한 뒤 진급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번 홍수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 업무성과를 통해 진급한 직원의 경우 여태껏 한 번도 재해를 경험하지 못한 터라 우왕좌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방류 타이밍과 댐의 수위를 순발력을 통해 결정하지 못했을 거다. 해당 직급과 직위에서 가장 필요한 전문성과 직무수행능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직무수행능력이 뛰어난 역사적 인물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 이순신 제독도 전라좌수사로 보직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요즘 말로 업무성과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란(戰亂)의 기운이 감돌자 조정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이순신 제독을 정읍현감에서 전라좌수사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난을 대비하기 위해 그동안의 업무성과가 아닌 직무수행능력으로 발탁한 것이다.

따라서 평소 위험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조직이라면 이번 재난상황에서도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재난대응을 하게 되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의 K-방역이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하게 된 데는 책임자를 선택할 때 그동안의 업무성과 보다는 직무수행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번 섬진강 수계 물난리도 피터의 원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직무수행능력 보다는 업무실적평가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조직문화 때문이 아닐 런가 싶다.

이번 물난리와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조직에 몸담은 직원의 전문성과 직무수행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또 다시 들이닥치지 않으라는 법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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