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ㆍ18묘역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무릎 꿇고 사죄한 김종인
광주 5ㆍ18묘역에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무릎 꿇고 사죄한 김종인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8.19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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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5월 단체 간담회서도 사과
"민주화 운동, 알고도 침묵한 건 역사의 법정에선 유죄"
​​​​​​​달라진 호남 민심 "김 위원장 5·18묘지 방문 환영" 현수막8묘역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5ㆍ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리고 ‘죄송하고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 들러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15초간 5ㆍ18 희생 영령을 향해 묵념한 뒤 ‘행방불명자’ 묘역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5·18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지난 6월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된 김 위원장이 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를 공식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당 간부들과 걸어가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당 간부들과 걸어가고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참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 시대를 대표해서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습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광주를 향한 사과를, 김 위원장은 자기반성으로 시작했다.
그는 “1980년 5월 17일 대학 연구실에 있었지만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단 소식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며 “이를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 감은 행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는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라고 했다.

김종인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종인위원장이 19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헌화 분향하고 있다. 

그러면서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도 유죄다. 나는 신군부 집권 위해 만든 국보위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다시 한번 이에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5ㆍ18 원혼의 명복을 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사는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 아닌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는 우리를 지탱하는 양대 기둥으로 하나도 부정할 수 없다.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이 따랐다. 상처로 남아 낡은 이념 대립을 계속하며 사회적 장애가 되고 있다"며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권력자의 진심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 제가 대표해 무릎을 꿇는다"며 울먹였다.

김종인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의 문을 나서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의 문을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5ㆍ18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의 막발 발언과 관련해 “광주의 비극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어긋난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표현의 자유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를 드린다”고 맣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광주행은 본격적인 당의 서진(西進) 전략의 하나로 호남 민심을 향한 구애 성격이 강하지만 지난해 황교안 대표가 방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민주묘지 정문 입구에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5·18국립묘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5·18연금법추진위원회가 환영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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