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소, 매일 죽어 가는데 보상금은 쥐꼬리” 축산농가 ‘이중고’
“구례 소, 매일 죽어 가는데 보상금은 쥐꼬리” 축산농가 ‘이중고’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8.1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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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마을 소 1,508마리 중 560여 마리 폐사
구제 소, 파상풍·폐렴·탈진·기아 따른 후유증…매일 5~10마리 죽어가
​​​​​​​쌍둥이 송아지 ‘건강 무탈'할지 전국적 관심
어미 소 700만~1000만원 호가↔보상금은 100만원 지원 불과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홍수조절 실패로 물바다가 된 구례읍을 찾았다. 지난 11일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소를 대규모 단지로 키워 축사가 즐비한 양정마을이다.

물난리가 난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키우던 소가 지붕과 지붕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난리가 난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키우던 소가 지붕과 지붕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문척교 바로 인근 섬진강 변 낮은 제방 도로와 서시1교 다리 및 도로가 유실된, 이른바 서시천과 섬진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날도 문척교 옆 공터와 트레일러 적재함에는 물에 불어 배가 불룩 튀어난 채 파란색으로 변한 죽은 소들이 한데 뒤엉켜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피해가 컸던 양정마을에는 콘테이너로 지은 집이 홍수를 이겨내지 못한 채 뿌리째 들어 올려졌다가 물에 빠지자 약간 곤두박질 처진 채 내려앉아 있는가 하면 축사 위에는 소 먹이용으로 만들기 위해 볏짚을 말은 500kg 짜리, 이른바 ‘소 사료용 롤’이 축사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축사에는 그 많던 1508마리(구례 군청 집계)소가 어디로 갔는지 텅 비어있고, 인근 비닐하우스는 구멍이 뻥뻥 뚫려있어 수마 참상 그 자체였다.

순천시와 광양시, 화순 축협 등 인근 자치단체와 기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수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지만 일손이 부족해 어느 곳에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양정마을 지붕위에는 3일이 지나도록 지붕 위로 피신해 3일 동안 굶은 소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양정마을 바로 옆 구례읍 배수펌프장에도 물에 빠진 소가 큰 눈을 슬프게 떠 보이며 살려달라고 몸짓을 하고 있었다.

배수폄프장에 빠진 소를 밧줄로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배수폄프장에 빠진 소를 밧줄로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화순 축협 직원과 동네사람 10여명이 흙탕물 속에 있는 소를 끄집어내기 위해 소 고삐와 목에 밧줄을 감고 평지로 끌어내려 하지만 소는 끔쩍도 하지 않는다.
궁리 끝에 밧줄을 나무에 걸고 여러번 당기자 소가 끌려 나온다. 대기해 있던 포크레인으로 소를 매서 차에 싣고 어디론가 떠난다.
다행히 소귀에는 번호표가 달려있어 소 주인에게 곧바로 돌려줄 수 있단다.

이렇게 해서 살려낸 소의 생사가 궁금해 전화 취재를 한 결과 산 소 보다는 죽은 소가 많다는 얘기에 허탈감이 앞선다. 구례군이 축사 위나 배수 펌프장에 빠진 소를 건져낸 규모는 29마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소의 대부분이 왜 폐사했을까.

당시 축사가 물난리를 겪으면서 소 떼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둥둥 떠다니다가 지붕 위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 지붕 위로 피신한 소는 오도 가도 못 한 채 구출만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주민들은 지붕위를 쳐다보며 가족 같은 소를 잃을까 봐 마음속은 숯덩이로 변했다. 급기야 크레인과 마취총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구출작전에 나섰다.

더욱 마음을 아리게 한 것은 물속에서 구출된 다음 날 쌍둥이 송아지를 낳아 화제가 됐던 어미 소도 건강이 악화된 대목이다.
젖이 제대로 나오지 않다 보니 쌍둥이 송아지마저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분유를 먹여 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여의치 않아 걱정이 앞선다.

구례읍에서 38년간 가축병원을 운영해온 수의사 정기영 씨(68)는 매일 마을을 드나들며 아픈 소를 살리기에 무진장 애를 썼다.
정 수의사는 쌍둥이 송아지 건강상태와 관련, “어미 소가 흙탕물을 먹고 세균에 감염된 상태이기 때문에 태어난 송아지도 건강이 안 좋을 거라”며 “얼마 전 봉사하느라 탈진해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현장엘 더 이상 가보질 못했지만 현재 시름시름한 소의 경우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축사 옆 그늘에서 탈진한 소가 사람들이 다가가도 눈만 말똥말똥 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축사 옆 그늘에서 탈진한 소가 사람들이 다가가도 눈만 말똥말똥 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쌍둥이 송아지 주인인 양정마을 축산 농가 A모 씨는 어린 소에게 있는 정성, 없는 정성 쏟아내며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음 한켠에는 “혹여 이 소마저 죽으면 어떠냐”고 마음이 저려온다.
8일 물난리 속에 극적으로 구조한 자신의 소 가운데 5마리가 얼마 전 폐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송아지마저 죽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다.

A 씨는 부모와 함께 소 270마리를 키웠다가 이번 폭우로 절반이 넘는 170마리를 잃었다. 그나마 집중호우 뒤 끝에 가까스로 구해낸 100마리도 헤엄치다가 상처를 입거나 물을 마시는 바람에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양정마을은 구례 최대 소 사육단지다. 섬진강 범람 직전까지 43개 농가에서 소 1508마리를 키웠다. 하지만 폭우로 461마리가 죽었고, 99마리가 유실됐다.

일부 소는 인근 사찰로 피신하거나 남해 무인도까지 떠내려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A씨를 포함한 축사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운 소 한 마리만 죽어도 눈물을 흘리는데 이렇게 많은 소가 죽었다”며 자꾸만 억장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울먹였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구출된 소 마저 폐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홍수 피해 이후 그동안 적게는 5마리에서 많게는 10마리의 소가 죽어나간다 한다.
파상풍·폐렴·탈진·기아·스트레스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다.

구례군 축산관계자는 “살아남은 소마저 계속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죽은 소는 위탁업체에 맡겨 천안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축사농가들은 정부가 구례읍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였다고 하나 보상금이 턱없이 적다보니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하소연하고 있다. 그렇다고 농수축산 농가를 위한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못하다 보니 이중고에 시달릴 상황이다.

이에 구례군 축산관계자는 “현재 양정마을에서 기르는 어미 소의 경우 800만원대를 호가 하고 있으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하더라고 정부와 지자체가 정한 재난지수를 적용하기 때문에 보상액은 농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미 소의 경우 현재 800만원~1000만원에 팔리고 있으나 재해보상기준으로 볼 때 100만원 정도면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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