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림사, 백궁선원
한국의 소림사, 백궁선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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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이 한마디에 당신은 숨이 막힌가? 그렇다면 알 것이다. 지리산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곳에는 우리민족을 하나로 묶는 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굳이 역사적, 생태적 의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리산을 빼고서 우리를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있지 않는가.

©양희연

동서가 만날 수 있는 화개장터가 있는 곳, 전통문화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청학동에, 빨치산의 함성이 드높았던 굽이굽이 골짜기,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친다. 지리산은 그런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눈물날 수 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건함이 있는, 지리산은 신비로움과 위대함, 따뜻함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지리산에 우리의 정신적 성지가 있을 법하다.
예로부터 태양을 하늘로 섬기고 시조로 삼았던 우리민족은 태양의 기운을 받기 위해 높은 산에 올라 깊은 심호흡을 해왔다 한다. 산에서 수도하던 사람(山+人)들을 선(仙)으로 추앙하였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바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따른 것으로 이를 단전호흡이라 한다. 수천년 이어져온 우리 선조의 심신수련법은 1967년 청산선사가 하산하면서 세상에 '국선도'라는 이름으로 보급돼 지금까지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양희연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현대생활 속에서는 자신을 잃어버리기가 일쑤다.
복잡한 생각들과 과도한 업무. 휘둘리다보면 부산하게 움직이는 자신의 몸뚱이말고는 정작 오롯한 자신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던가.
자신을 바로 세우고 볼 수 있는 심신수련을 권한다.
바로 자신이 우주라는 것, 모든 일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온몸 전율하듯 느낀다면 여유롭게 세상사를 관망할 수 있을테니...

우리의 지리산에 국선도 산중수련장인 '백궁선원'이 있다. 도시에서 지친 몸을 지리산 자락에 안기고 단전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면 세상사 근심걱정 떠날 수 있을테다. 국선도를 수련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이곳은 위압적이거나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철저한 규칙이 있다. 상호존중하는 말씨와 단정한 옷차림, 경건한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외국에서 수련을 하는 이들이 휴가나 방학을 이용해 이곳에서 집중수련을 하기도 한다. 국선도를 폭넓고도 깊이 있게 전하고자 세워진 '백궁선원'은 그렇게 본분을 다하고 있다.


©양희연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이를 움직이는 것은 다름아닌 '소림사'라 생각한다며 백궁선원은 한국의 소림사가 되어야하지 않겠냐고 성재영(40)사범은 말한다.
각각의 민족성과 고유성을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수련법. '아무리 찬란한 문화라도 국민 각 개인의 수도정진과 도덕이념 없이는 보존할 수 없다'는 청산선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세상의 이치를 생각해본다.
세상은 '기운(氣運)'이라는 것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천리(天理)라고 한다면, 나 하나가 좋은 기운을 만들어내고 그 좋은 기운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

소림사 내공의 힘으로 중국이라는 곳이 유지된다는 말은 그것으로 허무맹랑한 말이 아닌 듯 싶다. 좋은 기운을 모아낼 수 있는 집약된 공간, 그곳이 '우리의 지리산'에 있다니 더욱 고맙다. 지리산에는 그렇게 좋은 기운이 모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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