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신인류의 탄생을 가져올 인공 뇌 연구
[이상수의 경제Talk] 신인류의 탄생을 가져올 인공 뇌 연구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08.1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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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뇌 연구의 발전
2. ‘미니 뇌’로 질병 연구의 새 길이 열리다
3. 뇌를 대체할 수 있는 쌍이 온다면
4. 인간 뇌의 미래 전망과 윤리

1. 인간 뇌 연구의 발전

인간의 뇌는 1.4kg로 인간 몸의 겨우 2%를 차지한다. 우리의 의식과 신체를 관장하는 뇌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다. 뇌과학 분야에서 지난 20년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그 미지의 영역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인공 뇌까지 만들어지면서 뇌의 작동 방식을 파악하는 데 한 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인공 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 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여 년간 과학자들은 사람의 피부와 소화기관 등을 모방한 유사 신체 장기 ‘오가노이드(orgarnoid)’를 만들어 왔다.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 성체 줄기세포 등을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장기유사체로, 흔히들 ‘인조 장기’, ‘미니 장기’라고 부른다. 즉, 오가노이드 뇌의 경우 크기는 아주 작지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신호를 전달하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한다. 최초의 오가노이드 뇌를 만든 과학자는 2013년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였다. 그녀는 인간의 줄기세포로 신경세포 군락을 만드는 연구를 하던 중 배양접시에 우유처럼 생긴 둥근 물체가 형성된 것을 발견하곤 그것이 발생 중인 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은 과거의 2차원 연구 패턴을 3차원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2차원 상태에서 줄기세포를 분석하고, 평평한 배양접시에서 평면 구조의 줄기세포를 자라게 했다. 하지만 실제 자라고 있는 줄기세포들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으로 존재하며,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들은 고유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제는 모든 연구과정에 3차원 분석을 시도하고,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분화시킴으로써 미니의 유사 장기, 즉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줄기세포만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뇌를 비롯해 심장, 위, 폐, 갑상선, 간, 췌장 등 11개 주요 신체 부위가 오가노이드로 만들어졌다.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 신약개발과 질병치료, 인공장기 개발 등에서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여태까지 심장, 위, 간 등의 오가노이드가 탄생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사람의 뇌 조직과 유사한 ‘미니 뇌’가 제작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2. ‘미니 뇌’로 질병 연구의 새 길이 열리다

2019년 8월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이 미숙아 수준의 미니 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만든 오가노이드는 조직이라 구조, 전기신호 등에서 인간 뇌 조직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이번에 제작된 미니 뇌는 발달 궤적에서 태아의 뇌를 모방하지만 인간처럼 ‘의식’하거나 ‘사고’하는 뇌는 아니다.

‘미니 뇌’안의 뇌세포들을 3D컬러 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사진=Muotri Lab/UCTV)
‘미니 뇌’안의 뇌세포들을 3D컬러 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사진=Muotri Lab/UCTV)

그동안 뇌 과학자은 동물을 연구함으로써 아주 어린 뇌 즉, 자궁 속 태아의 뇌 조직도 성숙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신경 진동(뇌파)를 생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뉴런이 보려는 ‘신호’에 문제가 생길 때 자폐증, 정신분열증 같은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뇌 연구가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실제 태아의 뇌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숙하지만 뉴런의 활동을 모방하는 즉, ‘살아 있는 미니 뇌’를 제가함으로써 뇌전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치료와 알츠하이머, 다운증후군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진행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의 엘리슨 무오트리(Alysson Muotri) 박사는 미니 뇌를 모의 실험할수록 동물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어 사람의 뇌에 진짜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을 수 있고, 실험비용도 동물실험보다 10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3. 뇌를 대체할 수 있는 쌍이 온다면

이번 연구팀은 처음으로 미니 뇌가 성숙함에 따라 고도로 동기화된 신경 진동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미니 뇌로부터 진동을 측정하기 위해 초소형 전극을 설치했고 미니 뇌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동안 일정한 진동수를 지닌 ‘뇌파’로 생각되는 전기적 활동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신호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기계학습을 사용하여 이 활동 패턴을 24주 미만의 미숙아의 뇌활동 패턴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측정치는 네트워크 전기 활동이 나타나고 방식에서 놀라운 유사성을 보였다.

일단 이번 연구로 과학계는 열광하고 있다. 이 번 뇌 오가노이드 개발을 태아의 뇌 조직에 대한 연구를 대체함으로써 신경학 측면에서 뇌질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특히 초기발달과 관련이 있는 질환)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좌측 인간 우측 챔팬지 뇌 오가노이드(사진=Pollen and Kriegstein Labs/UCSF)
좌측 인간 우측 챔팬지 뇌 오가노이드(사진=Pollen and Kriegstein Labs/UCSF)

4. 인간 뇌의 미래 전망과 윤리

현재 의식을 클라우드에 업로드 하는 기술이 연구될 만큼 뇌과학 연구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이 인공뇌 기술이 발전을 거듭한다면 먼 미래에는 ‘대체 뇌’ 개발도 현실적으로 가능해 진다. 물론 윤리적 측면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기술이 실험실 접시에서 정교하고 성숙한 인간의 ‘두뇌’를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완두콩만 한 미니 뇌가 의식적이거나 감정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확인할 수 있는 뇌의 크기는 얼마인가? 이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인간이 인간의 뇌를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생명체의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유전적 질병을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아이의 두뇌를 설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노후된 노인의 뇌를 젊은 뇌로 대체해 버린다면? 혹은 젊은 사람의 몸으로 뇌를 이전시킨다면? 뇌구조를 다 갖춘 오가노이드를 동물에게 이식한다면 그 존재를 인간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이는 디자이너 베이비 즉,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을 둘러싼 논리와 같은 종류의 토론이 될 것이다. 유전자 편집가위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듯이 미니 뇌 연구도 윤리적 논의 및 지침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신 질환, 신경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과 삶의 질을 제공하는데 쓰일지, 인간에 대한 정의를 파괴할 어두운 의미의 신인류가 탄생할 지는 결국 기술을 사용하고 한계를 정하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다.

<참고자료>

박영숙·제롬 글렌(2019), 『세계미래보고서 2020』, 서울 : 비즈니스북스. pp.228~231.

이성규 과학 칼럼니스트,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3XXXXKS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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