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꿈의 저장장치 ‘DNA칩’ 시대가 온다
[이상수의 경제Talk] 꿈의 저장장치 ‘DNA칩’ 시대가 온다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08.0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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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장장치의 진화
2. 영상과 문서를 저장하는 DNA 스토로지
3. 2~3년 뒤 상용화 될 차세대 메모리 기술
4. DNA 저장장치를 상용화하기 위한 과제

1. 저장장치의 진화

286 컴퓨터가 보급되며 ‘저장’이라는 개념을 인식시켜 준 것은 5.25인치 디스켓이었다. 컴퓨터와 필자의 첫 만남은 2개의 디스크 드라이브 중 A 드라이브에 부팅 디스켓을 넣고 B 드라이브에 GW Basic 소프트웨어 디스켓을 넣어 컴퓨터 부팅 버튼을 누른 것으로 시작됐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16GB의 메모리 속에 수백 곡의 음악과 영화 파일을 저장시켜 둔 휴대폰이 보편화됐다.

DNA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DNA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개인미디어의 발달과 5G,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정보 저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클라우드(Cloud : 인터넷상에 마련한 개인용 서버에 각종 문서, 사진, 음악 따위의 파일 및 정보를 저장하여 두는 시스템)의 대중화 덕분에 저장소가 부족해지는 미래를 상상할수 없게 됐다.
우리는 현재 데이터 쓰나미 앞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2040년에는 3셉틸리언(septillion: 천의 제곱, 10의 24승) 데이터를 저장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빅데이터혁명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데이터 저장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DNA가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는 초소형기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워싱턴 대학교와 공동으로 디지털 정보를 유전자 코드로 자동 번역하고 이를 다시 검색할 수 있는 최초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드드라이브, 블루레이 디스크 혹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저장 기술과는 다른데, DNA는 무려 1000~1만 년까지 데이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고작 3제곱 밀리미터 크기인 DNA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무려 10억 기가바이트에 달한다. 이는 일반 하드디스크의 100만 배가 넘은 용량이다.

2. 영상과 문서를 저장하는 DNA 스토로지

시장조사기관 ICD에 따르면 인류가 2018년에는 33제타바이트(33조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했고, 2025년이 되면 연간 데이터의 생성량은 175제타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정보를 드라이브에 저장한다면 2040년에는 지금보다 실리콘칩이 100배 더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DNA는 매우 작기 때문에 거대한 데이터 센터 하나로 작은 주사기 크기로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DNA데이터 저장기술이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직관적인 방법으로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가능한 하드 드라이브와 같은 DNA 기반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전체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데스톱 크기의 저장장치를 설계했다.

실제로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는 합성 DNA속에 염기 형태로 디지털 정보를 저장한다. 염기는 DNA를 구성하고 최소단위로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네 가지가 있다.
연구진은 5바이트 용량의 ‘HELLO’라는 단어를 저장했을 때 이 영문 글자를 0과1로 된 디지털 정보를 바꾸고, 그에 맞춰 염기를 배열한 후 이를 연결해 DNA 토막을 만든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화학물질을 추가하면서 이를 특수용기에 저장한다, 데이터를 다시 읽으려면 생명과학 연구에서 쓰는 해독장비로 염기서열을 알아낸 후 이를 다시 0과1의 디지털 정보로 바꿔 최종적으로 ‘HELLO’ 다섯 자를 확인하는 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 달러가 들어가는 장치를 개발했는데 DNA 저장 장치칩이 실현되려면 몇 가지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의하면 이 ‘HELLO’라는 5바이트짜리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시 읽어 내는데 무려 21시간이 걸렸다.
또한 몇 메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수천 달러 또는 수백 만 달러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이 시간을 절반수준인 10~12시간에 끝낼 방법을 발견했으며 2020년까지 상당한 비용절감 방법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NA 저장장치
DNA 저장장치

3. 2~3년 뒤 상용화 될 차세대 메모리 기술

DNA 저장장치를 연구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니다.
인텔과 마이크로테크놀로지 역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018년 MIT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스타트업 카탈로그테크놀로지에서는 테라바이트 데이터를 DNA에 기록할 수 있는 화물 컨테이너 두 개 크기의 기기를 2019년 중에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도된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DNA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디지털 세계에서 DNA를 활용하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네이처>에 최초의 재프로그램이 가능한 ‘DNA컴퓨터’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패턴 현상이나 숫자 세기와 같은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고 수 백 개의 DNA가닥으로 이루어진 빌딩 블록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이 조만간 실제 컴퓨터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약물 전달용 나노로봇 또는 분자를 조립하는 나노크기의 공간에 상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 DNA 저장장치를 상용화하기 위한 과제

DNA는 이론적으로 1g당 약 10억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의 100만 배가 넘는 용량이다. DNA 저장장치를 대규모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문에서 넘어야 할 장애가 적지 않다. 

하지만 DNA와 IT기술의 빠른 융합 속도를 보면 그 시가는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기술의 기하급수식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불과 2~3년 내에 DNA 저장 장치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DNA 저장 장치의 개발과 이용은 자연스럽게 ‘생물컴퓨터’의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디스크와 드라이브가 아닌 최적화된 유기물을 통해 오랫동안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참고자료>
박영숙·제롬 글렌(2019), 『세계미래보고서 2020』, 서울 : 비즈니스북스. pp.223~227.
이상수 편(2019),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기술』, 서울 : 바른북스. pp.14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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