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84) 양주객관별정인(梁州客館別情人)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84) 양주객관별정인(梁州客館別情人)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0.08.0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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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고 말을 하려하니 애끓는 이 마음만이

선현들의 시를 보면 이별의 정한을 애가 끊어 질만큼 절절하게 담아 시가 많다. 정한을 담은 사연이랑 모두가 다르겠지만,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을 담았던 주된 시상을 모두 같았다. 양주 객관에서 생활을 같이 하다가 체직遞職된 이후로 헤어지는 구구절의 한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끌어안고 안달을 부리는 그런 상황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달그림자 비낀 뜰을 그만 나서고 보니, 성긴 살구꽃 그림자가 옷깃에 가득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梁州客館別情人(양주객관별정인) / 설곡 정포

새벽 등불 아래에 화장기 가신 얼굴

떠난다고 말하려는 애끓는 마음이여

그림자 비낀 뜰에서 살구꽃이 가득하네.

五更燈燭照殘粧    欲話別離先斷腸

오경등촉조잔장    욕화별리선단장

落月半庭推戶出    杏花疏影滿衣裳

낙월반정추호출    행화소영만의상

떠난다고 말을 하려 하니 애끓는 이 마음만이(梁州客館別情人)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설곡(雪谷) 정포(鄭誧:1309~134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새벽 등불 아래에 화장기 가신 얼굴들이 보이고 / 떠난다고 말을 하려고 하니 애끓는 마음만이 // 달그림자 비낀 뜰을 그만 나서고 보니 / 성긴 살구꽃 그림자가 옷깃에 가득한 것을]이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양주 객관에서 정인과 헤어지며]로 번역된다. 선현들의 시문을 읽으면 별리를 노래하는 시문이 많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그 때에 한 번 떠나면 돌아 올 기약을 할 수가 없었다. 기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날씨와 교통 때문에 어림짐작에 그칠 뿐이다. 이것이 당시의 생활이고, 사회적인 우리네 형편이었다. 시인의 성향에 따라서 별리의 표현도 각양각색이었다. 직유적인 표현을 쓰는가 하면, 직유는 깊숙한 장롱 속에 숨겨두고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썼다. 객관적 상관물인 나무나 달그림자에 빗대는 표현도 두루 썼다. 새벽 등불 아래 화장기 가신 얼굴, 떠난다고 말하려니 애끓는 마음이라는 직유적인 표현을 노정해 냈다. 화자는 이제 애끓은 마음을 자연에 빗대어 승화시키려 했다. 임과 헤어진 후 달그림자가 비낀 뜰을 가만히 나서고 보니 성긴 살구꽃 그림자 옷깃에 가득하다고 했다. 임과 함께 떠나지 못한 바에야 살구꽃 그림자라도 옷깃에 가득 채우고 떠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달그림자와 함께 옷깃에 스치었으니 밤마다 임 생각을 깊이 하겠다는 뜻도 은근하게 내포하고 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화장기가 가신 얼굴 애가 끓은 마음만이, 달그림자 뜰을 나서 성긴 행화 옷깃 가득’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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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설곡(雪谷) 정포(鄭誧:1309~1345)로 고려 말의 문인이다. 1326년(충숙왕13) 18세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예문수찬이 되어 원나라에 표(表)를 올리러 가다가 원나라에서 귀국하던 충숙왕을 배알하여 왕의 인정을 받고 그 길로 왕을 따라 귀국하여 좌사간으로 발탁되었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五更: 새벽. 燈燭: 등불. 照殘粧: 남은 화장기 가신다. 곧 남은 화장을 비춘다. 欲話: 말하고자 하다. 別離: 이별. 先: 먼저. 斷腸: 애가 끓다. // 落月: 달이 떨어지는 것은 ‘달그림자’다. 半庭: 비낀 뜰. 推戶出: 문을 밀고 나가다. 杏花: 살구꽃. 疏影L 성긴 그림자. 滿衣裳: 의상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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