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에게 답하다
뻐꾹새에게 답하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7.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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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부터 울기 시작한 뻐꾹새 울음소리. 한여름에도 들린다. 뻐꾹새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애틋한 느낌이 든다. 아득히 먼 곳에서 쓸쓸함, 외로움 같은 것을 말하는 듯한 울음소리. 신새벽 잠결에 들리던 뻐꾹새 소리는 한낮에도,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들려와 내 마음에 애달픈 여운을 남긴다.

날마다 뻐꾹새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애절한 울음에 절로 감정이입이 되어 불볕더위도 장마도 코로나도 잊고 뻐꾹새가 우는 세상으로 이끌려간다. 숲에서는 뻐꾹새 소리 말고도 사이사이 멧비둘기, 꾀꼬리, 까치, 소쩍새 소리도 들리고 이따금 꿩이 우는 소리도 들린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뻐꾹새가 해종일 나를 이끈다.

뻐꾹, 뻐꾹, 뻑뻐꾹, 그 아련한 울음소리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호소하는 것만 같아서 한번은 뻐꾹새에게 무엇이라고 답을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애틋하기도 서럽기도 한 소리는 메아리가 울려 더욱 마음을 안쓰럽게 해서다. 그것이 왜 내게는 인생의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뻐꾹새가 우는 것은 암컷을 부르는 소리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는 다른 새가 부양하는 자기 새끼들에게 둥지를 배회하며 참부모가 자기라는 것을 세뇌시키는 소리라고 조류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는 그런 뻐꾹새의 야릇한 생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울음소리가 혹시 나처럼 하릴없는 사람에게 무어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뻐꾹새한테 나도 무어라 답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너무나 간절하고 구슬픈 울음소리에 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뻐꾸기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한 대목을 보면 ‘지금도 나는 네 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들판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어느덧 꿈 많고 행복스러웠던 소년시절이/ 나에게 다시금 되돌아온다.// 오오 행복스러운 새여!/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대지가/ 다시금 멋진 꿈나라가 되고/ 네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 되는 듯하다.’

그렇다. 뻐꾹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그 순간 어린 시절의 천국으로 되돌려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뻐꾹새는 꿈나라로 나를 데려가는 전령 같은 새다.

뻐꾹새는 가을이 오면 추위를 피해 먼 남쪽 나라로 간다. 그 새가 봄에 와서 여름 한철을 내 마음의 동무가 되었다가 먼 나라로 간다. 뻐꾹새가 가고 나면 나는 다시 내년 봄을 기다려야만 한다.

은퇴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아도, 다만 뻐꾹새 울음소리를 듣고 마음 설레이며 사는 그것만으로 나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뻐꾹새는 마치 인생은 쓸쓸한 것이라고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나처럼 미약한 존재가 세상에 무슨 큰일을 할 재간도 없고 그저 뻐꾹새와 교감하며 자연의 오묘한 신비 가운데 사는 것만으로 삶의 의미를 펼친다. 그것으로 되었다. 이렇게 인생의 먼 길을 지내와서 보니 내가 뛰어다니며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을 울어주고 싶다.

그때 뻐꾹새 울음소리를 들었더라면, 그때 마음속에 뻐꾹새 울음소리를 들여놓았더라면…. 숲에서 들려오는 뻐꾹새 울음소리는 내게는 이 대자연이 들려주는 설법처럼 들린다. ‘쓸쓸함, 쓸쓸함!’이라고.

나는 아둔해서 이렇게밖에 뻐꾹새 소리를 알아듣질 못하지만 인생은 헛되다라고 생각다가도 뻐꾹새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생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더 큰 뜻이 있으며 결코 덧없는 것이 아닌, 고귀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끝끝내 그것을 찾아야 한다. 내가 뻐꾹새 울음소리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쓸쓸함의 끝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지금도 숲에서는 뻐꾹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워즈워드처럼 나도 뻐꾹새 소리를 들으려고 얼마나 헤매었던가. 내가 뻐꾹새 울음소리를 듣는 지금 이 시간 나는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 명예, 부, 그 무엇도 다 내 것이 아니다. 저 뻐꾹새 울음소리 말고는 나는 가까이하고 싶은 것이 없다. 이것이 내가 뻐꾹새에게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뻐꾹새 소리는 바로 옆 상수리나무 가지에서 울어도 아스라이 저 멀리에서 우는 듯이 들린다. 한마디로 뻐꾹새는 어디서 우나 멀리 떨어져서 우는 것처럼 들린다. 아주 멀리는 아니고 조금 멀리서.

뻐꾹새 울음소리는 나를 일상에서 벗어난 현실 바깥의 나라로 데려간다. 시름없는 그들 세상으로 오라고 초대하는 것만 같다. 뻐꾹새가 들려주는 울음소리에 우리가 알아야 할 무엇인가의 실마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뻐꾹새여, 네 노래 참 고맙다! 너와 함께 이 힘든 세상 고락을 잠시 잊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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