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경제Talk]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이 실현되다
[이상수의 경제Talk]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이 실현되다
  • 이상수 시민기자
  • 승인 2020.07.2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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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전자 편집 시대의 도래
2. 실험실을 넘어 의료 현장에 안착한 크리스퍼 기술
3. 수십억 달러 가치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라
4. '디자이너 베이비' 탄생의 미래

1. 유전자 편집 시대 도래

새로운 형질을 도입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이른바, '유전자 편집 기술(Genome Editing)'

2018년 11월 전 세계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핵폭탄급 뉴스가 터졌다. 맞춤형 아기 즉 '디자인 베이비'(Designer Baby)가 실제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DNA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유전자 편집가위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배아 단계에서 DNA 조직이 이루어진 맞춤형 아기가 탄생했다. 

질병이나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 또는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형질을 도입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바로 '유전자 편집 기술(Genome Editing)'이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와 고세균과 같은 원핵생물 유기체의 게놈에서 발견되는 DNA 서열이다.
크리스퍼 캐스9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캐스9'는 RNA로 만들어진 '가이드 RNA'와 DNA를 절단하는 효소다. 말하자면 크리스퍼 서열에 상보적인 DNA의 특정 줄기를 인식하고 절단하기 위해 가이드로서 크리스퍼 서열을 사용하는 효소를 의미한다.

중국 허젠쿠이(He Jiantui) 남방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을 이용해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이른바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 편집을 한 쌍둥이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들 쌍둥이 유전자는 인위적으로 설계해 탄생시킨 첫 사례다.
하지만 안전성과 생명윤리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학술적으로 보면 대단한 일을 했지만, 인간의 '배아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배아단계에서 조작은 그로 인해 변화된 형질이 후대에까지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돌연변이가 가져올 장기적이고 잠재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완벽히 알 수 없기에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점은 HIV에는 감염되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질환에 쉽게 걸릴 우려가 높아 수명단축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은 윤리적 문제를 넘어 현재 지식으로 돌연변이에 대한 부작용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데 이를 도입한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우려와 별개로 DNA의 변형과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크리스퍼가 궁극적으로 많은 질병을 치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마침내 크리스토퍼는 실험실을 넘어 실제로 의료 현장으로 그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2. 실험실을 넘어 의료 현장에 안착한 크리스퍼 기술

CRISPR/Cas9 기술
CRISPR/Cas9 기술

2019년 4월, 크리스퍼 기술에 있어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펜실베이아나 대학교에서 미국 최초로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두 명의 암 환자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 한 명은 다발성골수증 환자였으며, 한 명은 육종암 환자였다. 이 중 육종암은 암환자의 1퍼센트를 차지하는 희귀암으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치료가 이루어진 만큼 두 환자가 완전히 암에서 해방되었는지, 치료가 얼마나 유익한 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의료팀은 현재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허젠쿠이가 했던 것과 이번 사건의 다른 점은 배아단계의 조작이 아닌 질병 치료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데 있다. 암환자의 면역체계 세포를 제거하고, 실험실에서 그것을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후 변형된 세포를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즉, 이런 의료치료는 DNA의 변형이 환자 개체 안에서만 행해지고 끝나기 때문에 불행한 일은 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전자 편집가위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와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중국과학원 선전고등기술연구원 중산대학교, 남중국농업대학교, MIT와 하버드 MIT브로드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가위를 이용해 진폐증 치료약물을 개발 중에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즉, 자폐증은 소아 1,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발달장애로 아직까지 치료 약물이 개발되지 않아 행동심리치료가 유일한 난치병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을 이용해 자폐증의 신경학적 매커니즘을 밝혀내 치료제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했다.

또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ER Therapeutics) 와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인 비택스 파마슈티걸스(Vertex Pharmaceuticals)는 유전적 혈액질환(혈우병;hemophilia)을 치료하기 위해, 매사츄세츠주 케임브리지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이 후원한다.
또 다른 연구를 레버 선천성 흑내장(leber congenital amaurosis : LCA)으로 알려진 유전적 시각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3. 수십억 달러 가치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라

2019년 편집가위 기술은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 치료 외에도 유전자 편집을 통해 농작물과 가축의 산업적 가치를 증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가위 기술 특허는 그 잠적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매년 관련 특허 출원이 급격하게 느는 추세이다.

4. '디자이너 베이비' 탄생의 미래

유전자 편집은 새로운 기술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있는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 

지금 인류는 생명의 진화를 결정할 수 있는 경계선에 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있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자 편집은 어디까지나 인간 질병의 치료에 한정해야 한다.
소설에서 나오듯 키가 크고, 말은 잘하고, 예쁘고, 머리가 좋은 유전자만을 골라 합성 인간을 만드는 그런 기술을 실행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한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가의 비용이 요구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활용으로 사회적 격차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기술 전문가를 비롯한 법과 제도 그리고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이들 사이에서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암이나 난치병 질환 등 인류의 생명을 위협해 왔던 많은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희망이 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박영숙·제롬 글렌(2019), 『세계미래보고서 2020』, 서울 : 비즈니스북스. pp.205~209.
이상수 편(2019),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 서울 : 바른북스. pp.24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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