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들끓는 한국사회가 미덥지 않은 까닭
와글와글 들끓는 한국사회가 미덥지 않은 까닭
  • 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 전 국민일보 편집인)
  • 승인 2020.07.22 10: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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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전 국민일보 편집인)
조용래(광주대 초빙교수/전 국민일보 편집인)

1만 엔 권의 주인공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는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계몽사상가다. 그는 평생을 국민계몽과 교육에 힘쓰며 서구문명 수용이란 과제에 매진했다. 문제는 그의 왜곡된 조선관이 그의 명성에 힘입어 반복 재생산돼 왔다는 점이다. 그는 ‘탈아론(脫亞論, 1885년)’에서 일본이 살 길은 서구문명 수용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선과 청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후쿠자와는 유교를 현상유지의 사유체계로 단정하고 당시 조선의 문제를 유교라는 구체제에 맹종하는 데 있다고 봤다. 이는 일본 학자들이 조선에 대해 ‘유교망국론’을 거리낌 없이 주장하는 원초적 근거가 됐다. 전후 일본 사상계의 거목 마루야마 마사오(1914~96)도 후쿠자와의 유교관을 추종했다. 전전의 탈아론적 세계관이 전후에도 일본 사상계를 주도했음은 일본 사회가 부(負)의 유산을 끌어안고 있는 증거다.

안타깝게도 유교망국론은 한국에서도 설득력을 얻었다. 이른바 식민사관의 잔재다. 다만 후쿠자와 이후 전개된 일본의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쉽게 미망(迷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구문명 추종에 열을 올렸던 일본은 45년 패전으로 무너졌다. 허겁지겁 서구문명을 수용하고 천황을 정점으로 한 위로부터의 억압적 지배체제를 작동한 결과는 패망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패망을 ‘서구문명망국론’으로 볼 것인가. 초점은 유교냐 서구문명이냐가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의 문제다. 일본은 국가 번창을 위해 ‘탈아’도 강조했으나 개개인의 주체성과 독립의지는 시르죽고 말았다. 오늘날 일본 사회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정권 비판에 소극적인 이유가 바로 그것일 터다.

분명 조선의 유교, 즉 주자학은 국가 존립 이상으로 유교의 보편가치를 중시했다. 예컨대 충(忠)보다 효(孝)를 우위로 친다. 부자간의 도리는 하늘이 정한 것이나 군신 관계는 하늘의 선택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 말기 현실과 괴리된 유교의 이상론은 적잖은 피해를 낳았으나 누구든 보편적 가치기준에 따라 주장을 펴는 행태는 어느새 우리의 습속으로 굳어졌다.

조선은 한때 국가의 독립은 훼손됐지만 개개인의 주체는 중시됐다. 유교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날 민주주의사회에서 중시되는 자기주장의 경험을 유교의 명분론이란 틀에서 배양할 수 있었다. 일본이 발 빠르게 서구문명 수용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 부재 등 개개인이 자기주장을 잘 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해방 후 한국 민주주의는 숱한 독재를 경험했으나 4‧19, 5‧18, 6‧10,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계기마다 시민들의 명분 있는 주장에 힘입어 회생했다.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 정의감, 자유와 평등지향 등의 가치추구는 매우 자랑스럽다. 게다가 근래 SNS의 발달과 함께 여기저기서 주장이 들끓는다. 명분 있는 주장이 넘치는 것은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넘치는 주장 이면에 드러나는 문제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선 쏠림 현상이다. 민주화 이후의 무게 중심은 다양성 추구로 옮겨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늘 한 이슈가 유일무이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지난해 ‘조국 이슈’에 이어 올 들어 ‘정대협‧정의연 사태’에서 ‘박원순 전 시장의 자살 사태’로 관심사가 빠르게 바뀌는 형국이다.

쏠림 현상은 다른 중요 이슈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을 박탈한다. 시민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슈는 슬그머니 사라져 논의할 기회조차 잃고 만다. 정작 필요한 이슈는 문제제기만 있을 뿐 해당 이슈를 둘러싼 논의와 합리적 해법 찾기는 늘 때를 놓친다. 이는 주요 이슈 관리의 연속성 부재로 이어지고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귀결된다.

뿐만 아니라 쏠림 이슈의 대부분은 이분법적 적대 구조를 낳는다. 당파적 기준이 사실과 명분보다 우선시되면서 각 사안마다 목숨을 건 편 가르기가 벌어진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지역과 지역의 대립뿐 아니라 남혐과 여혐, 정규직과 비정규직, 미투냐 아니냐 등 무수한 대립 고리가 쏟아진다. 전통 언론마저 쏠림 이슈의 적대구조에 편승하거나 방조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주장이 넘치는 사회란 다양한 의견, 찬반을 포함해 비판과 수용이 동시에 작동되는 영역이라야 마땅하다. 명분에 입각해 주장을 펴는 유교적 전통이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였다. 근거 있는 반대와 비판은 하되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천하가 만인의 것이라는 유교의 ‘천하위공’(天下爲公)과 상통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중간지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백여 년 전 후쿠자와 등이 폄하했던 조선 유교가, 즉 그 명분론과 보편적 비판정신이 해방 후 한국의 재빠른 회복 계기로 작동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선 말기의 적대적 공리공론에 빠져서야 되겠는가. 감정에 떼밀리고 진영논리에 휘말리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사지로 내모는 꼴이다. 스스로 ‘내 주장은 건강한지’를 묻는 자성이 절실하다. 부(負)의 유산은 제발 도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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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cmaca 2020-07-23 01:54:42
    유교,공자! 한국은 신도(유교아닌 일본 불교의 한종류)국가 일본 항복 후 미군정 당시 조선성명 복구령 시행. 이에 따라 현재는 5,000만이 주민등록에 조선성명식 유교의 한문성씨와 본관을 의무등록해야 하는 행정법상 유교국. 최고제사장은 대한제국 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 5,000만 유교도 뒤 조계종 賤民승려>주권없는 일제잔재세력들로 성씨없는 마당쇠賤民천황이 세운 경성제대 후신 마당쇠賤民 불교 서울대등(일본 신도),일본 불교,기독교,원불교

    macmaca 2020-07-23 01:50:58
    한국은 수천년 유교나라일뿐.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제사(석전)는 성균관으로 분리.최고제사장 지위는 황사손(이원)이 승계.한국의 Royal대는 성균관대. 세계사 반영시 교황 윤허 서강대도 성대 다음 국제관습법상 학벌이 높고 좋은 예우 Royal대학.
    http://blog.daum.net/macmaca/2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