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해법의 골든 키
부동산 해법의 골든 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7.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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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당국자들, 이런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신문을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이 부동산에 대해서 한마디씩 한다. 모두 정부대책을 비판하는 논조 일색이다. 눈 씻고 봐도 별다른 해법은 안보인다. 하기는 정부도 결정적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판이고 보면 그만큼 이 문제는 역대급 난해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사태는 정부가 한 주먹에 때려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요인이 깔려 있다. 학군, 편의, 문화, 계급, 재산증식 같은 뜨거운 욕망들이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의 45퍼센트가 구옥이어서 신축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한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유주택자 중에서 강남의 새집으로 옮겨 가려는 잠재 수요를 현 정책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부동산 정책이 끗발이 안듣는 것은 현 정부 탓만은 아니다. 역대 정부의 첫 번째 골칫거리였다. 그렇다면 정녕 해결책은 없는가?

알렉산더는 아시아 정복길에 나서면서 신탁을 받았는데 신전의 문에 얽히고설키게 묶여 있는 밧줄을 풀어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신전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복잡한 잠금 줄을 풀어야만 했다. 알렉산더는 묶인 줄을 푸는 대신 칼을 빼들어 내리쳐서 단번에 해결했다.

부동산 문제도 알렉산더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사고방식대로 예컨대 벌금처럼 매긴 세금폭탄, 거주연한 제한, 다주택자에 벌점, 취득, 양도소득세 중과를 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인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모자라면 아파트값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늘릴 것인가. 내 소견은 이러하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일단 초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한다. 80층, 100층 초고층 아파트 수십만 채를 대량으로 짓는다면 현재의 강남 아파트의 3배, 4배를 지을 수 있다.

뭐, 교통혼잡이 문제될 것이라고?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가 쓴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보면 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도 인간의 기술로 얼마든지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 한마디로 홍콩이나 맨해튼을 강남으로 옮겨온다고 보면 된다.

서울 강남을 홍콩이나 뉴욕 맨해튼처럼 마천루가 밀집한 도시로 만든다면 폭발하는 수요를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면 아파트값이 엄청 오를 것이라고? 맞다. 아파트값이 더욱 오를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이때 강남을 서울특별구로 지정하여 이 지역은 세법을 달리 적용해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몽땅 물리면 된다. 돈 있는 부자들은 부자들의 리그에 들어가서 사고팔고 하든지 내버려 둔다. 세금만 거두면 된다. 덤으로 부의 분배가 작동되는 결과도 볼 수 있다.

거기서 나온 돈으로 다른 지역에 일반 아파트를 지으면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억누르기 정책’과는 전혀 다른 방안이다. 한번 고려해볼만 하다.

여기에 덧붙여서 부동산 정책의 기본으로 국민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자금형성 카드를 만들어 일생 동안 사업을 했거나 월급을 받았거나 돈을 번 이력을 정확히 기록하여 관리하도록 한다.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자금 조달 내력이 자금형성 카드에 세세히 나와 있으므로 불법 자금이 빌붙을 수가 없다. 남자들의 병무카드를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신체검사 결과가 명확히 나와 있다. 국가가 인정한 합법적으로 번 돈으로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는데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자유시장 체제를 지키면서, 사람들의 욕망을 들어주면서, 문제될 게 없다.

요즘 특정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5가지 서류가 필요하다고 한다. 어떤 지역은 구청장의 허가까지 얻어야 한다고 한다. 주택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무거운 세금을 내야 한다. 심하게 말해 집을 가진 사람을 마치 적대 계급처럼 취급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하자. 자금형성 카드에 기록된 세금 낸 돈만이 부동산 거래에 유효하게 인정된다.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청색전화가 백색전화를 밀어낸 사례처럼 국가가 짓는 공공 아파트를 민간 아파트보다 더 좋게 튼실하게 지어 쏟아내면 된다.

요즘 아파트는 첨단 전제제품에 방불한다. 물론 지역적 환경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학군 문제. 이 문제는 우선 모든 이력서에서 ‘학력’난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립대학은 프랑스 파리대학처럼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한다. 서울대 간판을 달면 더 좋다.

이같은 과감한 부동산 대책이 아니고는 해결할 수가 없다. 한 가지 더. 거래세(취득세, 양도세)는 낮추어 주어야 한다. 지금 당장엔 출구를 열어 거래를 활발하게 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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