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드보르작의 '꿈속의 고향' 선율에 빠지다
프라하에서 드보르작의 '꿈속의 고향' 선율에 빠지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0.07.06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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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라하를 떠날 시간이다. 블타바(독일어로 ‘몰다우’) 강변을 따라서 관광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간다. 도중에 신호등 앞에서 예술의 전당 건물을 보았다. 건물 이름은 ‘루돌피눔’이다.

예술의 전당 '루돌피눔'
예술의 전당 '루돌피눔'

1884년 개관 당시 체코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루돌프 왕자의 이름을 땄다.

루돌피눔 꼭대기에는 석상들이 둘러있다. 이들은 바흐 · 헨델 · 모차르트 · 베토벤 · 슈베르트 등 유럽음악을 이끌어 간 음악가들이다. 그런데 스메타나 · 드보르작 등 체코의 음악가 석상은 없다. (정태남, 동유럽 문화 도시기행, 21세기북스, 2015, p 76)

드보르작 동상
드보르작 동상

루돌피눔을 지나면서 드보르작 동상을 보았다. 동상 아래에는 ‘안토닌 드보르작 1841~1904’이라고 적혀 있다.

드보르작은 1896년에 루돌피눔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첫 공연을 지휘하였다. 그래서 공연장을 ‘드보르작 홀’이라고 부르는데 내부는 그리스 반원형 2층 극장식 구조이며 모두 1,041석이다.

루돌피눔은 시민회관과 함께 “프라하 봄 음악축제”의 주 공연장이다. ‘프라하 봄 음악축제’가 시민회관에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연주로 시작되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 송가(ode to joy)로 끝나듯이 두 공연장은 체코 음악의 양대 산맥이다.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From the New World)’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음악가는 드보르작이다. 70년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렸던 ‘꿈속의 고향’ 노래 곡이 ‘신세계에서’ 2악장이었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좋아서 즐거웠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1892년에 설립된 뉴욕 음악원의 창립자 자네트 서버 부인은 드보르작을 미국에 초청했다. 당시에 드보르작은 ‘슬라브 무곡’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었다.
특히 1884년에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이 드보르작을 영국으로 초청하여 체코 민속 춤곡의 리듬과 경쾌함이 살아있는 ‘교향곡 7번’이 탄생했다.

서버 부인은 그에게 프라하 음악원에서 받던 연봉의 2배가 넘는 보수를 제안했다. 드보르작에겐 고액 연봉은 놓칠 수 없는 행운이었기에 그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프라하 근교 넬라호제베스에서 여관과 푸줏간 겸 선술집을 경영하는 가정의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다.

드보르작은 뉴욕 음악원 원장 및 작곡 교수로서 일하면서 인디언 음악과 흑인영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흑인영가야말로 미국 음악의 중추가 될 것이고 모든 음악작품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그 바람에 백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드보르작은 주변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흑인영가와 인디언음악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1893년에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탄생시켰다. 이 곡은 흑인영가나 인디언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슬라브 민속 음악의 결정판이었다.

드보르작은 “내가 새 교향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은 흑인과 인디안 선율의 정신이다. 나는 그 선율의 그 어떤 것도 이용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음악의 주제에 인디안 음악의 고유성을 각인시키면서 단순히 특징적인 것 만을 썼다”고 말했다. (김규진, 프라하-매혹적인 유럽의 박물관, 살림, 2006, p 64)

‘신세계로부터’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대성공은 그에게 고국에 대한 향수를 더욱 느끼게 했다.

1895년에 체코에 돌아온 드보르작은 프라하 음악원 교수로서 근무하다가, 뇌졸중에 쓰러져 1904년(63세) 5월에 프라하 자택에서 별세했다.

좌) 블타바 강변의 국회 건물, 우) 블타바 강 유람선 선착장
좌) 블타바 강변의 국회 건물, 우) 블타바 강 유람선 선착장

오늘날 ‘신세계로 부터’는 세계인들이 가장 즐겨 듣는 곡 중 하나이다.
특히 1969년에 달에 착륙한 아폴론 11호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개인 물품으로 가져간 음악 테이프가 ‘신세계로부터’였다. 미국의 나사(NASA)도 이를 확인했다.

블타강변을 계속 걸었다. 건너편에는 국회 건물이 보이고 강기슭엔 유람선 선착장도 있다. 이윽고 다리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했다. 관광버스에 올랐다.
아듀, 프라하여! 언제 다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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