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의 사다리
정규직의 사다리
  • 문틈 시인
  • 승인 2020.06.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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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외부 회사들에서 파견한 인력이나 하청업체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경비를 맡고 있다. 그 인원이 1,902명. 이번에 이들을 한꺼번에 인천공항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있다.

엄격히 말하면 이들은 파견회사나 하청업체의 정규직인데 대우가 더 나은 인천공항의 정규직으로 소속을 바꿔주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왜 말들이 많은가. 어떤 정치인은 ‘시험을 쳐서 들어간 직원들이라고 연봉을 배나 더 받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해서 논란이 거세졌다.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전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내가 직장을 물러나 어느 비정부기구에서 실무 책임자로 몇 년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추석 명절 상여금이 나왔는데 나는 그 상여금을 직원 수로 나누어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했다.

입사 연도와 직위에 따라서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상여금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싶어서였다. 그랬더니 총무과에서 득달같이 와서 ‘말도 안된다’며 차등 지급하도록 강제해서 낭패를 본 일이 있다.

상여금은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분의 아들이 동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공무원의 계약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어 수혜를 받아 정규직으로 되었다. 나는 잘 되었다고 축하해주었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직원을 채용할 때 시험을 치르는 것은 자리는 모자라고 지원자는 넘쳐서 ‘어쩔 수 없이’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험이 전부가 될 수 없다. 적성, 능력, 인성에 따라서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것이 힘들어 가위 바위 보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다. 문제는 시험을 안 치르고 들어간 사람들에 대한 대우다. 다시 나의 경우. 나는 직장생황을 처음에 작은 잡지사에서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 신문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거기 가서 20년 넘게 일했다. 시험을 쳐서 들어온 기자들과 스카웃으로 들어간 기자들 간에 대우, 진급, 역할에서 아무런 차별이 없었다.

인천공항공사가 파견으로 혹은 하청으로 일하는 일종의 계약직 인력을 공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문제는 앞의 사례를 통해서 짐작하듯 문제를 삼을 바가 아니다. 시비가 이는 것은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 점은 좀 더 토론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파트나 빌딩의 경비직원은 대부분 외부 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다. 아파트나 빌딩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회사들이 있어 한 회사가 수백 개의 빌딩을 관리한다. 이른바 위탁관리다. 빌딩에서 직영하는 경우들도 있다. 위탁이나 직영 어느 쪽도 맡은 임무는 동일하다.

문제는 거꾸로 보면 드러난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다. 한번 정규직이면 해고를 할 수 없고 정년까지 간다. 정규직은 자리에 깊이 박힌 대못 신분이다. 회사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고할 수 없다. 그래서 외부 용역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당신 해고야!’하면 그 자리에서 짐을 싸들고 나가야 한다. 나는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로 가서 정년이 넘게 일했다.

인천공항 사태에서 보는 것은 계약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정규직의 과보호, 과대우에 있다. 파견이든 하청이든 인천공항에 가서 수년째 일하는데 공항의 기존 정규직보다 반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의 기를 죽이는 것이고, 어쩌면 인권에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규직화를 놓고 시비를 할 것이 아니라 고용의 유연성을 논하고, 청년 일자리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논하는 것이 생산적이 아닐까싶다. 독일에서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취업자의 업무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실업자에게 떼 주어 공생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다.

지금 청년 1백명 중 48명이 미취업 상태라고 한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나는 취직했으니 모른다 할 것인가. 사기업, 공기업 할 것 없이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서 실업사태를 어찌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은 애초에 누구나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가정환경, 건강, 외모, 지능, 지역 등 여러 가지 다른 조건을 갖고 출생한다. 이 출생조건이 사회의 불평등으로 이어가는 것이 옳은가.

어떤 사람은 한 번 강연하고 1,500만원을 받고, 어떤 사람은 10만원을 받고. 이런 심한 격차는 타당한가. 나는 이 점에서 현 정부의 ‘평등 정책’에 힘을 보태고 싶다. 인천공항의 정규직으로 된 이들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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