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와 선거 문화-우리 정치의 히딩크는?
월드컵 열기와 선거 문화-우리 정치의 히딩크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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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부산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텔레비젼을 통해서 또는 전국 곳곳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한국 대표팀이 폴란드를 상대로 이룩한 48년만의 통쾌한 쾌거를 맘껏 즐겼다.

중계 아나운서의 목쉰 소리도 해설자의 울먹이는 감격도 붉은 악마의 현란한 응원도 우리 국민 모두를 모처럼 모든 현실적 시름과 고통을 잠시 잊고 하나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황선홍과 유상철의 골은 그 어떤 수사를 동원해도 모자랄 정도로 국민모두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요즘 우리 나라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축구의 마력에 단단히 사로 잡혀있다. 둥근 골이 빚어내는 마술과 이변에 모두 흥분한다. 연일 매 경기 골이 터질 때마다 뜨거운 함성이 도시를 사로잡고, 세계 스타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개인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름으로만 듣던 지단, 호나우두, 베컴, 라울, 피구 등 세계 축구의 강호들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매일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포츠 중계는 무료한 일상사를 단번에 벗어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진실로 스포츠의 마력을 실감하게 되는 계절이다.

월드컵과 비엔날레 행사가 겹치어 이 고장 광주도 온통 축제 분위기다. 거리마다 월드컵 홍보 현수막이 화려하고 도시 곳곳에는 이 고장에서 경기를 치루는 외국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고조되어 일반 시민들도 한껏 흥분되어 있다.

이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6월 13일 치뤄지는 지방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저조하기 이를 데 없다. 합동 유세장에는 후보 선거원 몇 명만이 썰렁한 운동장을 겨우 자리 메꿈하고 있을 따름이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갖는 마력은 정치가 갖는 매력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지방 선거에의 관심은 월드컵 경기에 비해 거의 바닥을 기고 있는 듯 하다.

월드컵 출장 선수들의 포지션과 엔트리 선수 명단을 줄줄이 외고 있는 사람도 자기가 사는 구의 구의원, 시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구청장, 시장 후보가 어떤 경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도통 관심이 없다.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키기까지 이 고장이 보낸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정치인들의 부정과 독선으로 인해 심한 배반감과 허탈감에 빠지게된데 그이유가 있다. '노풍'이란 신선한 바람의 진원지가 돌연한 먼지바람으로 무참히 무쳐버릴 형편이다.

선거란 민주주의의 꽃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각자의 권리를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정치적인 참여를 실현해보는 장이다. 풀뿌리 정치가 살아나야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되는 법이다.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금언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하는지...

우리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월드컵 준비를 끝냈고 히딩크 감독과 함께 훈련한 국가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16강의 희망을 국민들에게 강하게 불러 일으켜 주고 있다.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국민의 역동성과 저력이 선거문화에도 새바람을 일으켜 참신한 인물의 선택과 신명나는 잔치의 장으로 바뀔 수는 없을까? 우리 정치 풍토의 '히딩크'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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