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 꼼수 부리지 말고 ‘매년 2억씩’ 내라
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 꼼수 부리지 말고 ‘매년 2억씩’ 내라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6.0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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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행정 통해 ‘매년’이란 조항 없애 6억에서 2억으로 축소
스포츠 공정위원회 총대 메고 지난 5월27일 개정
대전시 민간체육회장의 ‘꿈드림 프로젝트’출연금 7억과 대조적
지난해 선거과정 출연금 규정에 출마포기 입후보자에 ‘기회 박탈’
​​​​​​​출연금 축소하더라도 적용 시기는 ‘차기 회장’때 부터

[시민의소리 =박병모 대기자] 정치인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표를 먹고 사는, 이른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16일 열린 김창준 초대 광주시 민간체육회장 취임식(사진=체육회)
지난 1월16일 열린 김창준 초대 광주시 민간체육회장 취임식(사진=체육회)

그렇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상대·시기에 따라 변덕이 너무 잦다보니 비난 받기 일쑤다.
지난 4·15총선 막바지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광주에 와서는 “방사광가속기를 광주·전남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했다. ‘문빠’의 실세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전략공천된 후보를 돕기위해 “의과대학이 순천으로 와야 한다”고 해놓고 서부권인 목포에서 반발하자 말을 바꿨다.

결론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표를 얻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거기에 가치가 있는 셈이다. 믿든지 말든지 그 걸 판단하는 것은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자신들로서는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다.

이처럼 믿기지 않는 논리를 가지고 유권자를 농락하는 이른바, ‘혹세무민’ 하는 정치처럼 광주시체육회에서도 웃픈 상황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1월16일 광주시 체육회장에 민간인으로 첫 취임식을 가진 김창준씨(78)가 그런 경우다.
김 회장은 체육회사무규정 제71조2항에 의거, 회장으로 당선됐으면 ‘출연금 2억 원 이상을 매년, 그것도 정기총회 전날인 2월6일까지 냈어야 했다. 약속대로 앞으로 3년 임기동안 모두 6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취임이후 5개월 이상 출연금을 내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납부하겠다는 말도 없고, 흔한 핑계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그러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언급조차 없다. “돈은 내지 않았지 않았고, 앞으로 낼 거라”한다. 그리고는 지금껏 업무추진비를 자신의 카드로 쓰고 있다고 주위사람들에게 흘리고 있다.

김 회장의 이러한 어정쩡한 행보는 돈을 적게 내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여론으로 이어졌고, 물밑에서 실제 그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첫 민간체육 수장으로서 광주체육인,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앞서 말한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옹졸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체육회 산하에 15개 각종 위원회를 거느리고, 각 위원회 마다 적게는 5~6명, 많게는 10~11명을 임명했다. 말하자면 자신의 친위부대 격인 일명, ’김창준 사단‘으로 불리는 조직기구에 등장한 체육인은 이사진까지 포함 200여명 정도가 포진한 셈이다.
그 가운데 출연금과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스포츠공정위원회와 상임위원회다.

광주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5월27일 회의에서 개정해 의결한 출연금 관련 규정
광주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5월27일 회의에서 개정해 의결한 출연금 관련 규정

실제로 지난 5월 27일 체육회관 중회의실에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렸다. 김 회장이 내기로 한 출연금 관련 규정을 축소해서 개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출연금을 ’매년‘ 2억원씩 3년 동안 모두 6억 원을 낼게 아니라 ’매년‘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뒤 3년 동안 2억만 내도록 하도록 바꿨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6억 원을 납부하는 것은 김 회장에게 부담이 되니까 2억 원으로 깎아준다는 내용으로 개정해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은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자문기구이지 의결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민간체육회장 선거 전 엄연히 체육회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거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규정을 한낮 자문위원회에 불과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이유가 뭘까.
스포츠공정위원회 제3조 기능을 살펴보더라도 체육회 표창 및 포상, 정부 및 지자체 포상대상자 추천, 체육회관계단체 임원에 대한 연임횟수 여부나 체육단체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과거 광주시장이 당연직 체육회장으로 재임 시 최고의결기구인 체육회 이사진을 50여명을 뽑을 때도 전문성을 가진 체육인보다는 선거 때 자신을 도왔거나 도와줄 사람을 임명했었다.
이들은 1년에 많아야 2~3번 열리는 이사회에서 각종 안건을 의결 때마다 ‘거수기’ 역할을 반복적으로 해왔던 게 사실이다.

김 회장도 이러한 관행적·퇴행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측근들을 취임 후 정책개발을 한다며 인수위원회와 이사진으로 채웠다.
그러니까 김 회장은 자신이 낼 출연금을 스포츠공정위에서 의결한 서안을 앞으로 사전정치 차원에서 애드벌룬을 띄운 뒤 이를 이사회와 상임위원회 개최를 통해 통과시키고 싶었을 게다. 왜냐하면 이사진을 포함한 15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가 자신의 지시대로, 옹호세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체육회 이사진이나 위원회에 몸담은 체육인들로서는 이러한 지적에 “그게 아니다”라고 강변할지 모르겠지만 체육계를 잘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는데 어쩌랴.

지난해 11월1일 민간체육회장에게 매년 2억원씩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을 의결한 제 14차 광주시 체육회 이사회(사진=체육회)
지난해 11월1일 민간체육회장에게 매년 2억원씩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을 의결한 제 14차 광주시 체육회 이사회(사진=체육회)

그동안의 체육계 내부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면서 민간체육회가 혁신과 소통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지, 이를 위해 정책과 방향성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혹여 자신들만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끼리끼리 울타리를 치려 한다면 이는 분명코 김 회장이 그동안 체육회에 몸을 담았던 기간인 ’17년 적폐‘에 다름 아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는 체육회 수장이 그런 꼼수로 약속한 출연금을 깎겠다고 나선 자체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 출연금을 깎아주자고 덩달아 맞장구를 치는 일부 체육인들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사 김 회장이 출연금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해도 민간 첫 체육회장이니 만큼 대전시 체육회장 처럼 체육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자는 충고를 했어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대전시 민간체육회장이 규정에도 없는 출연금을 낸 뒤 자신의 선거공약인 글로벌 체육인재 육성 사업인 일명 ‘꿈드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다. 집안 형편 때문에 국제대회 참가가 어려운 지역 초·중·고 엘리트 체육 선수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주자는 게 꿈드림 지원 사업이다. 출연금 규모는 7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일부 구별 체육회장도 자신이 내기로 한 출연금 보다 더 많은 액수를 냄으로써 체육회 발전에 열정을 보태고 있는 것 또한 체육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쯤에서 김 회장이 약속대로 매년 2억원을 출연하라고 주장하는듯 싶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선거과정에서 돈이 없어 출마를 포기한 일부 체육인의 명예회복이고, 다른 하나는 출연금 깎기는 차기 회장부터 적용해야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들고 싶다.

김 회장은 지난해 민간체육회장 선거과정에서 자신 앞으로 합의추대를 바랬고, 이게 무산되자 체육회 고문 등을 통해 출연금을 내자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간회장 출마에 뜻을 가진 일부 체육인이나 엘리트 전문 체육에 몸담고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입후보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는 기회 균등의 원칙을 ‘그놈의 돈’ 때문에 박탈당한 셈이다.
선거과정에서의 소소한 얘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간접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됐고 완장을 찼다면 김 회장이 출연금을 내는데 망설여서는 안된다. 이는 상대방을 선거에 나오지 못하도록 한 업무방해라는 원죄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일단 김 회장은 약속대로 출연금을 매년 2억 원씩 내야 한다. 선 납부 후에 체육회 발전을 위해 출연금을 축소하는 방안을 체육계 내부에서 논의하면 된다.
출연금 적용 시기는 김창준 회장 시대가 아닌 차기 회장 때부터 하면 된다.

민간체육회장체제가 들어선 이후 광주시민들의 건강과 체육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김창준 회장이 체육발전의 비전과 청사진 보다는 ‘돈·돈·돈’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것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체육회를 사유화해서는 더 더욱 안된다.
오랜 관행과 타성에 젖은 노회한 78세의 체육계 수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을 보니 광주시 체육발전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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