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 문틈 시인
  • 승인 2020.05.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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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장가 가수다. 아기를 잠재우려고 부르는 자장가는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부른 노래가 가장 명곡이다.

아기의 자는 얼굴을 사랑 깊은 눈길로,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온 마음과 영혼을 기울여 속삭이는 자장가를 들으면서 아기는 어머니 품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든다.

자장가를 듣는 아기는 잠 속에서 어머니가 불러주는 아득한 자장가 노래 배에 실려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평안한 잠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어머니가 불러주던 노래, 자장가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영혼의 어디에 저장이 되어 있어 아주 잊혀버리지 않고 남아 잠이 아니 오는 밤에는 고요한 호숫가의 철썩거리는 잔물결처럼 내 머리맡으로 떠밀려온다.

나는 나이가 든 탓인지 자주 불면의 밤을 보내곤 하는데 이따금 어머니가 불러주신 아득한 때의 자장가가 떠오르곤 한다. 그윽하면서도 정겨운 속삼임, 영혼을 감싸는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노래. 어머니는 잠든 아기가 깰까봐 조심조심 방바닥 요 위에 가만히 아기를 내려놓는다.

아기의 숨소리는 새근새근 배를 불룩이고 어머니는 작은 담요를 덮어주시고 다시 옷을 지으려 재봉틀 쪽으로 가신다.

어머니는 당신이 불러주시는 자장가 노래를 어디에서 배우셨을까.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의 어머니는 다시 그분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일까. 그렇게 해서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전해오는 것일까.

나는 그 자장가 노래를 어설프게나마 기억한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우리 아기 잘도 잔다/얼둥 아기 잘도 잔다

함평 장에 나갔다가/밤톨 열개 사왔는데/선반 위에 놓았더니

새앙 쥐가 들락날락/한개 먹고 두개 먹고/세개 먹고 네개 먹고

다까 먹고 두개 남아/아기 하고 엄마 하고/하나 먹고 하나 먹고

자장 자장 자장 자장/우리 아기 잘도 잔다/얼둥 아기 잘도 잔다

대강 이런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는 어머니의 정겨운 목소리는 금방 아기를 스르르 잠들게 했다. 그 애틋한 곡조, 한번 들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평안해지고 세상마저도 고요해지는 듯하다.

만일 밤을 훤히 비추는 달이 떠올라 어머니가 불러주시는 자장가를 듣는다면 달도 하늘에서 그만 깊은 잠에 들고 말 것이다.

이상하게도 내게는 어머니가 불러주신 자장가는 내가 초등학교 때 박기당, 김종래 같은 분들이 그린 만화와 연결이 되어 기억된다.

어느 만화에선가 백제 군사가 신라군과 벌이는 전투에 나갔다가 가슴에 화살을 맞고 말에 탄 채 고향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무릎 위에 머리를 배고 죽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죽어가는 그 군사는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어릴 때 불러주었던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군사는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 노래를 들으면서 마치 잠결에 들 듯 숨을 거둔다. 어머니가 눈을 감겨준 군사의 얼굴 위로 어머니의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그런데 나는 왜 군사가 죽어가는 만화 속 장면이 무척 슬픈 장면인데도 행복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영원한 잠의 나라고 떠나가는 군사 아들. 아마도 만화 속의 어머니가 불러주는 그 자장가 노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아 몸을 뒤척일 때면 가끔 어머니의 자장가 노래를 정말 다시 듣고 싶은 때가 있다. 백제의 병사처럼 나도 이 세상을 다할 때까지 어머니의 자장가 노래를 잊지 못하리라. (잠시 아기가 되어보는 가정의 달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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