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나주 탈락 후 민주당 의원 18명 ‘꿀 먹은 병아리’신세
방사광가속기 나주 탈락 후 민주당 의원 18명 ‘꿀 먹은 병아리’신세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5.14 08: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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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서 민주당 싹쓸이…야당 중진의원 2~3명 뽑았어야 아쉬움
민주당 전남도당, 방사광 탈락 후 성명서 한 줄 내는데 그쳐
반면 충청 지역은 정치권이 앞장서 유치운동 나서 대조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는 얘기 회자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구관(舊官)이 名官(명관)’이라 했던가. 무슨 일이든 경험 많은 사람이 잘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전남지역 10명의 당선인(좌)김원이,주철현·김회재·소병철·서동용(좌)신정훈·이개호·김승남·윤재갑·서삼석
민주당 전남지역 10명의 당선인(좌)김원이,주철현·김회재·소병철·서동용
                                        (좌)신정훈·이개호·김승남·윤재갑·서삼석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의미로 읽힌다.
1조원대의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가 무산됐고, 호남민은 상실감과 절망감에 빠져있다.

이런 형국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이들이 있다.
정치권이다. 민주당 광주·전남 의원들이 그렇다.
4·15 총선과정에서는 지역 일꾼으로서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처럼 하더니 금배지를 달고 나더니 언제 그랬냐는 태도다.

광주·전남은 총선결과에서 보듯 민주당 소속 18명 전원을 싹쓸이로 당선시켜 줬다. 아무리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일당 독식구도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기에, 그래도 중진의원 몇 명 정도 뽑아줘야 한다고 했었다.
여야가 서로 경쟁하고 견제와 균형의 지렛대 역할을 해야 지역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서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러한 기대는 무너졌고, 대신 광풍에 가까울 정도로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그러다 보니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대거 당선됐다.
마치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DJ’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런 민심을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은 경선과정에서 ‘이해찬 표 공천’으로 경선 당선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갈아치웠다.
민주주의 정치 후퇴와 함께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 호남표는 민주당 표니까 중앙당에서 알아서 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정당이 없지 않느냐, 어차피 광주·전남 표는 민주당 것이라며 ‘전략공천’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 광주지역 8명의 당선인(좌)윤영덕·이병훈·송갑석·양향자(좌)조오섭·이형석·이용빈·민형배
민주당 광주지역 8명의 당선인 (좌)윤영덕·이병훈·송갑석·양향자
                                       (좌)조오섭·이형석·이용빈·민형배

그 결과 민주당서 공천 받은 후보자들은 ‘기나 고동’이나 모두 당선됐다.
하지만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를 ‘과유불급’이라고 아쉬워했다. ‘과한 것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며 견제와 균형 감각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1위를 달리는 이낙연 당선인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는 우려가 현실로 당장 나타났다.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 탈락이 좋은 본보기다.
과기부는 평가항목을 부지 입지나 수도권과의 교통망, 인프라 등 현재 가치에 방점을 두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래가치를 외면하는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탈락한 전남이나 강원 등 낙후지역은 앞으로 정부의 대형프로젝트사업을 하나도 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방사광가속기유치위원회나 시민사회단체, 김영록 지사가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졸속이었다, 그래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재심사를 해서라도, 아니면 1·2위 두 곳을 모두 선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전남이 더 이상의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250만 명에 이르는 범도민 서명운동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고 이번에 김영록 지사를 정점으로 보여준 범도민적 응집력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형국에 가장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말이 없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 성 싶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속담이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을 뽑아주고 표를 던져준 지역민 보다는 경선과정에서 공천을 해준 민주당의 눈치만 보는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할 성 싶다.

좀 더 심하게 얘기하면 4·15 총선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을 발표해 표를 얻기 보다는 ‘문재인 팔이’나 ‘청와대 팔이’로 금배지라는 ‘달달한 꿀’을 받아먹었으니 한마디 하고 싶어도 입 한번 벙긋 못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초선 의원이 대부분인 지라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할 터인데 전문성도 없고 경험도 없다보니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2.5선인 이개호 의원이 앞장서 "방사광 가속기 탈락은 우리에게도 분명코 책임이 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성을 촉구하면 좋을 텐데...“, 그러질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괜히 했다고 헛소리 ‘픽픽’ 하느냐고 핀잔을 듣느니, 중간이라도 가게 가만있자는게 초선들의 태도다.
그렇다고 초선이라 중앙정부에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주무부처 장관에게 전화라도 한마디 할 정도로 용기도 없다.

국회의원 신고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관련 부처 장관과 일면식도 없는데 잘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초선의원들이 반문할지 모르겠다.
혹여 그런 옹졸한 생각을 하는 민주당 의원이 있다면 묻고 싶다.
아무리 초선이라 할지라도 당신들은 하나의 입법기관이요 지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고 말이다. 당연히 지역 일꾼으로서 지역이 이렇게 난리법석인데 심부름도 못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이런 항의성 질책 끝에는 지난 총선에서 아무리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준다 하더라도 능력과 자질 면에서 차별화된 중진 야당의원 몇 명 정도는 찍어줬어야 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충북지역에서 당선된 미래통합당 의원이 비록 야당이라 할지라도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적극 앞장서고 힘을 보태고 있음을 볼 때, 어찌 보면 저게 ‘전략적 선택’인데, 그리고 지역발전을 앞당기는데 여야가 따로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번에 탈락한 강원도 역시 정치권이 앞장서 방사광가속기 유치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나가면서 강원 도민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었다. 

하지만 광주·전남 민주당 의원 18명은 부지 확정 전 국회에서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성명서 낭독과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주 탈락 이후에는 김영록 지사의 반발 기자회견을 본 뒤 민주당 전남도당 차원의 보도자료 하나 덜렁 내는데 그쳤다. 물론 일부 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거들기는 했다. 

이런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민주당 국회의원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앙당 핵심 실세에게 줄서기를 통해 공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해 자기 몫과 역할을 하는 소신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이 뒤따르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은 그래서다. 

총선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힘있는 여당 후보를 밀어줘야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고, 예산을 대거 가져올 수 있다는 당찬 목소리가 이렇게 허망하게 들릴까.
단언컨대, 과기부도 방사광 가속기 선정과정에서 만큼은 이런 옹졸하고 무게감 없는 광주·전남 출신 의원보다는 충청도 출신인 현재의 문재인 정부 실세나 세종 지역구 출신의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2년 뒤 대선과정에서도 호남은 어차피 내편이니까 여야가 고루 섞여있는 충청권의 눈치를 더 살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후회해도, 앞으로 배신을 당해도 호남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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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민 2020-05-24 01:46:46
    호남 중진 누구를 당선시켜줬어야 방사광 가속기가 나주에 유치될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아직 20대 국회이고 21대는 개원조차 하지 않았아요. 그 호남중진들은 여태껏 뭐했답니까? 그래서 민생당 이번에 심판 받은 겁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된, 황당무계한 쓰레기사나 쓸 거면 기자 때려치우는게 여러모로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