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기어이 살아남기
코로나19에 기어이 살아남기
  • 문틈 시인
  • 승인 2020.04.2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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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들 이 수상한 시절을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서다. 다들 집에서 꼼짝 안하고 지낸단다. 가장 겁나는 것이 평소 복용하는 약이 떨어져 처방 받기 위해 의사를 만나야 하는데 병원 감염이 무서워 갈까말까 한다는 것. 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한국에 전파된 지 석 달 가까이다, 그동안 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하다. 생활양식이 완전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 전하고 그 후하고. 외출을 자제하고, 상점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모두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기피한다. 사람들이 모여야 사회가 굴러가는데 다들 격리상태로 지내다보니 사회가 동작 중지 상태다. 이것은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다. 과연 이런 모양으로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더 암울하다. 우선 식량 부족 사태의 도래다. 4, 5월에 모내기도 하고, 파종도 하고, 농사짓는 일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일손을 어디서 구하느냐다. 코로나가 무서워 일꾼들이 모여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도 국경을 봉쇄한 지경이라 타국 노동자들이 못들어오면 농사를 망친다고 야단이다.

쌀 수출국인 인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은 아예 올해 쌀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처지다. 우리나라는 27퍼센트밖에 식량 자급을 못하는 형편인데 곡물 수입이 덜 되거나 가격이 올라가면 큰 골칫거리가 될 판이다.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코로나19의 창궐이 이대로 간다면 각급 학생들은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유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하려면 1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세계 누계 감염자 수가 200만명 돌파는 물론 호주 정부의 최고 의학 책임자는 실제 감염자는 500만, 1000만 명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충분한 검사 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또 어떤가. 미국은 벌써 1천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겨났는데 장차 10명 중 3명이 실업자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1929년의 대공황을 넘어서는 대대공황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라 쳐도 우리도 그런 쪽으로 가고 있는 징조가 보인다. 이미 자영업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없는데 상점 문을 열어봤자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의 꽃집 한 달 매출이 15만원이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재난기금으로 100만원을 주느니, 지자체에서 몇 십만원을 얹어 주느니 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중소기업도 대동소이하지만 문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일,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상상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우리도 배급제를 실시해야 될지 모른다. 푸드바우처를 가지고 길게 줄을 서서 고기 몇 백 그램을 타가는 모습.

그간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구미 나라들의 경우 코로나로 초토화되면서 허술한 속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날마다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와 뒷처리를 다 못하고 있을 정도다. 중증 감염자들도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수두룩하다.

이탈리아는 아예 나이 많은 환자는 치료 순위에서 뒤로 제껴 놓는다. 확진자를 찾아내고도 치료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이 태부족이고, 의료장비도 턱없이 모자라고, 심지어는 의료진이 써야 할 마스크조차 모자라는 형편이 전시의 야전병원을 연상케 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의 진면목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처를 잘 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악화되면 대처능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통계를 보면 20대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60대 이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죽는 사람은 병약한 시니어층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해서 젊은 사람은 활동량을 줄이고 늙은이는 집에 있으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가을에 또다시 코로나19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식도 있다.

코로나가 토착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참에 인구밀집을 분산시켜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서구에서는 시골로 도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것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한 방법이 될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삶의 목적은 살아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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