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머니회,'내안의 그녀'전시회…오월 아픔에 색 입힌 치유작업으로 승화
'오월 어머니회,'내안의 그녀'전시회…오월 아픔에 색 입힌 치유작업으로 승화
  • 주미경 기자
  • 승인 2020.04.16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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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작가와 4년여 꿈과 아픔 그려
‘사회적’ 여성에서 한 인간으로, 여성으로
21일~5월 29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 8층 전시관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오월 어머니'들이 자신이 작가로 참여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내 안의 그녀'가 어머니들이 만들고 다듬어낸 작품이다.

기획자 정진영 작가와 어머니들 모습
오월 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정진영 조각가와 자신들의 삶을 작품에 담아 전시회를 연다

오는 21일부터 5월 29일까지다. 광주여성가족재단 8층 여성전시관 허스토리에 선보인다.

‘내안의 그녀’는 1980년 5월 민중항쟁의 한 복판에서 소소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녀들의 절박함, 아픔, 희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부모형제와 이웃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후 구속된 이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살려내기 위해 생을 바쳐온 모든 것을 위해서다.

'내 안의 그녀-오월 꽃이 화알짝 피었습니다'란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월어머니 25명과 조각가 정진영씨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컬래버’형태로 기획했다.
오월 그날이후 40년아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투쟁현장에서 노익장을 보여주는 오월어머니의 정서와 한 개인으로서의 꿈 많던 소녀, 누군가의 연인이자 어머니이고 누이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정진영 조각가와 자신들의 삶을 작품에 담아 허스토리에서 선보인다. 작품은 이귀임 할머니의 크로키북.
 이귀임 할머니의 크로키북.

어머니들은 이 과정을 통해 열정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해내며 마음 속 응어리와 꿈과 희망을 발현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오월 어머니집에서 지난 4년 동안 매주 월요일 다양한 창작활동을 진행해왔던 정진영 작가다.

이번 전시에 참여했던 어머니들은 친구와 수다를 떨던 유년의 '그녀'로 돌아가 서로가 더 잘하려 경쟁하는 나이든 소녀들은 영락없는 깍쟁이 여학생들이다.
어머니들을 옥죄는 오월의 아픔을 토해내며 형체를 만들고 색을 입혀가면서 진행해온 치유작업의 여정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세상이 바라보는, 혹은 강요하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길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아닌, 아니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꿈 많고 발랄했던 한 인간(어머니)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린 시절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박지영 할머니 작품.
박지영 할머니 작품.

정 작가는 "어머니들과 몇 년 동안 미술활동을 하면서 이들이 진정한 작가이자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오월어머니라는 숭고한 정신의 프레임을 넘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그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강해중·김순심·김정자·김형미·박순금·박유덕·박지영·박행순·박형순·박화순·안성례·이귀임·이명자·이향란·임근단·임금자·윤삼례·원사순·장삼남·정동순·정현애·주암순·최 덕·최정아·한양님씨 등 총 25명이다.
이들은 총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 작가는 "더 그리고 싶어하고 더 배우고 싶어 하는 그녀들은, 미술작업하는 순간만큼은 작업에 집중했다"며 "한 권의 크로키북을 '하루 4시간도 훌쩍'이라며 완성해 오는 투덜거림의 귀여운 그녀들이 전시관을 차곡차곡 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이번 '내 안의 그녀' 전시를 통해 우리는 불혹을 맞은 5·18민주화운동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영 작가는 전남대 미대 출신이다. 남편 최재덕 작가와 북구 소녀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매년 오월전과 세월호 특별전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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