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망국의 지름길 - 30회 정약용, 탕론(湯論)을 짓다. (3)
부패는 망국의 지름길 - 30회 정약용, 탕론(湯論)을 짓다. (3)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20.04.14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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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나라 선왕(宣王)과 맹자의 대화를 계속하여 살펴보자.

정약용의 생애와 학문 (경기도 남양주시 실학박물관)
정약용의 생애와 학문 (경기도 남양주시 실학박물관)

“제나라 선왕 : “은나라 탕(湯)왕이 하나라 걸(桀)왕을 내쫓고, 주나라 무(武)왕이 은나라 주(紂)왕을 정벌한 일이 있습니까”
맹자 : “책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선왕 : “신하로서 군주를 시해하였는데, 선생은 그 일이 옳다고 여기십니까?”
맹자 :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고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또한 적(賊)과 잔(殘)을 일삼아 저지르는 자를 필부(匹夫)라고 합니다. 나는 일개 필부를 죽였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군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맹자』「양혜왕 하」

경세유표
경세유표

제 선왕은 신하로서 군주를 시해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를 맹자에게 묻는다. 왜 유가(儒家)에서는 군주를 시해한 탕왕과 무왕을 성왕(聖王)으로 추앙하느냐는 힐난이었다.

사실 그랬다. 탕왕이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을 남소(南巢)라는 곳으로 쫓아낸 후에도 세상 사람들의 비난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탕왕 또한 임금을 몰아냈다는 오명(汚名)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지, 새로 세운 나라의 도읍지인 박(亳) 땅에 돌아와 모든 제후와 신하들을 모아놓고 '혁명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천하에 알렸다.
『서경』에 나온다.
"세상 백성들이여, 내 말을 똑똑히 들어라. 위대하신 상제(上帝)께서는 백성들에게 올바른 마음을 내려주시어 항상 올바른 성품을 지닌 사람을 따르게 하셨다. 따라서 하늘이 정하신 올바른 길을 따르는 사람만이 임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라 걸왕은 덕(德)을 망치고 폭위로 백성들에게 포학한 정치만을 펼쳤다. 백성들은 흉악한 박해를 당했고, 그 고통을 참다못해 마침내 자신들이 죄 없음을 천지신명에 고하였다.
하늘의 법도(法度)는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내리고 악한 사람에는 재앙을 내리는 것이다. 이에 하나라에 재앙을 내려 그 죄를 밝히셨다.

그러므로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천명(天命)을 받들고 위엄을 밝혀, 감히 하(夏)나라를 정벌하고자 한 것이다.
감히 천신(天神)에게 검은 황소를 제물로 바쳐 하나라 임금의 죄를 아뢰었소. 마침내 하늘은 진실로 백성을 보살펴 죄인을 물리치고 굴복시키셨소.

하늘의 명령이 어긋나지 않음은 아름답기가 풀과 나무에 핀 꽃과 같아서, 만백성이 참으로 번성하게 된 것이요. 하늘은 나에게 나라를 화합하게 하시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도록 하셨소.
이에 나는 하늘과 백성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깊은 연못에 떨어진 듯하오.

각자 자신들의 법도(法度)를 지켜 하늘의 명(命)을 받들 것을 부탁하오.
그대들에게 죄가 있으면 내가 혼자 책임을 질 것이고, 내가 죄(罪)가 있다면 그대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도록 하겠오."

-『서경(書經)』「상서(商書)-탕고(湯誥)」

목민심서
목민심서

하지만 탕왕이 즉위하자마자 은나라엔 가뭄이 들었다. 그것도 7년간 계속되었다.
이는 하나라 시절보다 더 심했다. 백성들은 하늘의 재앙이라고 수군댔고 민심이 흉흉했다.

이러자 어떤 무당이 ‘사람을 제물(祭物)’로 하여 기우제를 지내야만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였다. 탕왕은 “백성 중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제물이 되겠다고 나섰다.
탕왕은 거친 베옷을 입고 기우제 장소인 상림(桑林)으로 향했다. 상림에 도착하자 탕왕은 머리카락과 손톱을 깎고 목욕재계하고 장작더미 위에 올라갔다. 그는 여섯 가지 일을 반성하면서 하늘에 빌었다.

“정치에 절제(節制)가 없어 문란해졌기 때문입니까?, 백성들이 생업을 잃고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까?, 궁전이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때문입니까?, 여자의 청탁이 심하고 정치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뇌물이 성행하여 정도(正道)를 해치고 있기 때문입니까?.
참소로 인하여 어진 사람이 배척당하기 때문입니까? 하늘이시여, 모든 벌은 전부 저에게 내리시고 불쌍한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해 주소서."

이러자 하늘도 감동하여 은나라 땅에 비가 내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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