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245’, 광주의 랜드마크로 키워나간다
‘전일빌딩 245’, 광주의 랜드마크로 키워나간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4.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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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그날의 참상 목격…이젠 ‘시민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
10층 건물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눠 층별 콘텐츠 구성
5~7층은 ‘광주콘텐츠 허브’기업 입주, 정보문화산업 견인
전두환 군부, 헬기 기총사격 탄흔 245개 9층~10층에 남아
옥상 ‘전일마루’선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 한눈에

80년 ‘오월 그날’의 광주민주화운동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무수한 생명을 주검으로 내몬 학살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어서다.

10층에 마련된 전일빌딩 헬기사격 주제 영상
10층에 마련된 전일빌딩 헬기사격 주제 영상

“찢기는 가슴안고 사라졌던 이 땅에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에 핏줄기 있다”라는 ‘광야에서’라는 민중가요를 목이 터져라 부르지 않더라도 그날의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밝혀질 것이다.

그런 절실한 바람 속에 매년 5·18기념식을 치를 때마다 뭔가 한 구석이 휑하니 뚫린 듯 했었다. 하지만 올핸 오월 그날의 참상을 목격한 건물이 새로운 이름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을 삼고 싶다.
광주시민들에겐 금남로 1가 1번지로 널리 알려진 전일빌딩이 리모델링을 통해 부활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너무도 아픈 역사, 비극의 현장을 바라봤던 전일빌딩이 ‘시민복합문화센터’로 거듭났다. 이름하여 ‘전일빌딩245’로 말이다.

오월 그날의 참상을 목격하고 간직했다 새롭게 탄생한 '전일빌딩 245'의 야간 전경
오월 그날의 참상을 오롯이 간직한 채 새롭게 탄생한 '전일빌딩 245'의 야간 전경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245’란 숫자다. 다소 생소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진하게 담겨있다.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그놈의 전두환 군부가 헬기에서 기총사격을 한 총탄이 건물에 245개나 박혀있다. 건물외벽에 68개, 10층 내부에 177개의 총탄이 남아있다.
우연의 일치랄까, 필연이라고 할까, 도로명 주소가 ‘광주시 동구 금남로길 245’이라는 것과 딱 맞아 떨어졌다.

‘전일빌딩 245’ 이름으로 새롭게 명명한 것도 여기에서 착안했다.
한때 철거 위기에 내몰렸던 전일빌딩이 광주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에는 우여곡절도 물론 많았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4년에 걸친 구조 변경 끝에 ‘전일빌딩 245’로 거듭나게 된데는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을 층별로 과거와 현재, 미래로 크게 나눠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0층 외벽과 내벽에 원형보존된 헬기 사견 탄흥 245개
10층 외벽과 내벽에 원형보존된 헬기 사견 탄흥 245개

오월 그날의 역사적 비극이 녹아내리는 총탄현장은 9~10층에, 광주의 현재를 만나고 나누는 시민플라자는 지하 1~4층에, 광주의 미래를 꿈꾸는 광주콘텐츠 허브는 5~7층에, 그리고 무등산과 광주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옥상과 굴뚝정원은 8층으로 재배치했다.여기에 도심재생 거점으로서 현대적 공간 개념인 ‘광주의 랜드마크’컨셉을 살리려 한 점도 눈에 띈다.

노경수 광주도시공사 사장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정체성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시민문화공간이라는 플렛폼을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정보문화산업과 창업 및 스타트 업 기업들을 입주시킨 것도 건물의 가치를 드높인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일빌딩 245’의 층별 스토리텔링 및 문화콘텐츠 소개를 통해 광주정신의 가치를 알아본다.
앞으로 모든 브랜드 및 상품화 전략은 ‘전일빌딩245’라는 네이밍으로 각종 기념품이나 안내표지판에 새기게 된다.

일단 전일빌딩으로 들어서면 지하 1층은 과거 광주에서 행세깨나 했던 사람들이 주로 모여 은밀한 대화를 나누거나 남녀가 선을 보던 장소였던 전일다방이 자리했었다.
이를 ‘2020 뉴트로’(New+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재해석한 ‘전일 살롱’으로 이름을 바꿔 식음을 제공하는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여기에 시멘트 블록으로 ‘담벼락 갤러리’를 꾸며 광주의 골목길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1층으로 올라서면 ‘전일 아카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전일빌딩의 역사를 자료사진과 영상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AR 디바이스’ 태블릿 활용해 헬기 사격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5·18 그날의 아픔’을 들여다 볼 수 있다.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피어라 계단
1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피어라 계단

1층에서 3층까지를 곡면 계단으로 연결하는 ‘피어라 계단‘이 흥미롭다. 추운 겨울을 딛고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문화예술로 부활하는 ’광주정신‘을 가르친다.
바로 옆 건물 입구쪽 ‘캔버스 245’공간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다시 태어나는 광주’(10분 50초)가 펼쳐지면서 이팝나무의 꽃으로 5월의 영령들을 위로하면서 세계적인 인권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승화됨을 보여준다.

계단을 타고 2층에 들어서면 ‘남도 관광센터’다. ‘광주로의 초대‘는 광주다움을 상징하는 무등산주상절리를 비롯 여행코스와 관광지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광주 360도’는 예향·의향·미향 광주를 소개하는 ‘광주다움’과 광주대표 음식과 예술, 축제 등을 한번에 보여주는 ‘오매 광주’로 구성된다. ‘남도 톡톡’은 광주 대표 관광지 5곳을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구 대표 관광지를 디지털 액자를 통해 슬라이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3층은 과거 전일도서관이 있던 자리를 현대 감각에 맞게 꾸며 전자책을 읽거나 디지털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도서관’으로 변모했다. 작가나 시민들이 공간을 대여해 다양한 테마의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시민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1980년 5월 당시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편집국이 있었던 이 곳에는 ‘5·18과 언론’ 코너가 마련돼 있다.
‘YWCA 교전’ 코너에는 1980년 5월 27일, 진압군이 전일빌딩과 인접한 YWCA 시민군과 교전하는 모습을 실물크기 모형과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다.

4층은 광주 관내 5개구별 생활문화센터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전일 생활문화센터’와 NGO 센터, 광주 청년센터, 예술공방, 대관공간(회의실) 등으로 활용된다.

5~7층은 ‘광주콘텐츠 허브’기업이 들어섰다. 기업지원센터와 콘텐츠기업 입주공간,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등이 입주한다. 아울러 투자진흥지구 종합 지원센터 등 투자진흥지구 기업입주공간으로 함께 활용키로 했다.

엣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신군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 집회현장을 담은 9층의 남겨진 장소
엣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신군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 집회현장을 담은 9층의 남겨진 장소

뭐라 해도 ‘전일빌딩245’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은 9~10층이다. 5·18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기폭제가 될 ‘헬기 사격’ 탄흔 현장이 있어서다. 방문객들이 1980년 헬기 총격의 실제 흔적을 직접 들여다보면서 5·18의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는데 도움을 준다.
공간구조를 크게 프롤로그로 시작해 헬기사격의 증거를 밝혀내는 <증거>로부터 5월 현장 취재의 <목격>, <왜곡>, <기록>, <진실>을 거쳐 에필로그에 이르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해놓았다.

M60 기관총을 장착한 UH-1 모형헬기가 공중에 매달려있는 전시물을 보려면 9·10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벽면에는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멀티 어트랙션(Attraction·손님을 끌기 위해 짧은 시간 상연하는 공연물) 영상 쇼가 연출된다. 1980년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제작한 광주 시가지 축소모형도 볼 수 있다.

무등산과 광주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층에 설치된 타이포즈 조형물
무등산과 광주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층에 설치된 타이포즈 조형물

전망 및 휴게공간인 건물옥상 ‘전일마루’와 8층 ‘카페 245’, ‘굴뚝정원’, ‘전망계단’에서는 옛 전남도청에 둥지를 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도청앞 분수대 광장, 금남로 5가 등 광주시가지와 어머니 품처럼 항상 의연한 무등산을 볼 수 있다.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은 “금남로에 들어선 ‘전일빌딩 245’는 5·18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아로새긴 역사적 공간이다. 그 아픔이 아픔으로 머물지 않고 전국을 넘어 세계 속의 인권·평화의 도시로 뻗어나가면서 ‘광주의 랜드마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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