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광주고려인 마을 소장 국가기록물 소개-1)김해운 희곡 '동북선'
[시리즈]광주고려인 마을 소장 국가기록물 소개-1)김해운 희곡 '동북선'
  • 김혜경 시민기자
  • 승인 2020.04.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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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한반도 수탈과 학정을 고발한 희곡 8편…역사적 의미
32년 고려극장애서 사할린 조선극장 까지 수차례 공연
현)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장 김병학 시인의 숨은 노력에 빛 발함

광주 고려인마을이 역사적 유물 가치가 있어 소장하고 있는 육필원고와 사진첩이 국가 기록물로 등재됐다.

사진은 김해운의 희곡 '동북선' 표지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된 23권 중 첫번째로 소개된 김해운 희곡 '동북선' 표지

국가기록원은 올해 1월 광주 고려인마을이 소장한 유물 2만여점 중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을 국가 기록물로 등재했다. 

이번 등재물은 등재순서에 따라 국가지정기록물 제1호인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 이승만 대통령 기록물(제3호),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제4호), 도산 안창호 관련 미주 국민회 기록물(제5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제12호)에 이어 제13호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시민의소리>는 고려인선조들의 잊혀진 항일독립운동 등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유물 23편을 시리즈로 소개하면서 광주 고려인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 김해운 희곡 ‘동북선’을

그 첫번째로 23권 중 제1권에 수록된 김해운 희곡 ‘동북선’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해운(1909-1981)은 아시다시피 극작가이자 배우이자 연출가다. 
1932년에 한민족 최초로 우리말 전문연극극장인 블라디보스토크 고려극장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1939년에는 타쉬켄트 조선극장 설립을 주도했다. 1950년에는 사할린으로 건너가 사할린 조선극장을 크게 중흥시켰다. 고려극장 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인물 중 한 한 사람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그가 쓴 희곡 8편이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등재된 셈이다.

특히 1935년은 재소고려인 연극사에서 봄꽃이 만개한 해였다. 이 시기를 전후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전문적인 수준으로 향상되었으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수준 높은 희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첫 개막을 알린 희곡 「동북선」은 일제의 한반도 수탈과 학정을 고발한 전형적인 반일, 항일의식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진은 김해운의 희곡 '동북선' 내지
 '동북선'내지에 적혀있는 희곡작가 김해운의 친필 (사진=광주고려인 마을)

한반도를 강탈한 일제는 1920년대에 만주와 시베리아를 침략의 발판으로 마련하고자 청진에서 웅기까지 철를를 깐다. 이 과정에서 조선노동자들이 대거 동원돼  혹사당한 사실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희곡 「동북선」은 이렇게 동원된 조선 노동자들이 일제의 수탈과 학정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관객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무대에 계속 오르며 강제이주 이후는 물론 《사할린 조선극장》으로까지 이어져 수차례 공연된 것도 고려인들의 저항정신과 삶의 애환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고려인 선조들의 유물들이 국가기록물로 등재되기까지는 김병학 시인의 숨은 희생과 노력이 컸다. 김병학 시인은 1992년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우스토베 광주한글학교 교사, 알마티고려천산한글학교장, 알마티국립대학교 한국어과 강사, 재소 고려인한글신문 고려일보 기자, 카작 한국문화센터 소장 등으로 일했다. 고려인선조들의 유물을 수집한 뒤 2016년 귀국했다.

지금은 비록 유랑민으로 전락해 고단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그나마 광주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귀환 고려인동포들의 가녀린 삶을 안아주기 위해서란다.
그가 펴낸 책으로는 ‘천산에 올라’, ‘광야에서 부르는 노래‘ 등 다수의 시집과 번역서 등이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즐겨 부르는 ’고려아리랑‘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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