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소렌토로
  • 문틈시인
  • 승인 2020.03.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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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북부지방 롬바르디아 주 일대는 30,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 그 지역은 거의 중국의 콜로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인데 이탈리아 북부의 유명한 명품 패션 제작을 위한 원단을 짜는 일을 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도 많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시진핑의 일대일로의 ‘중국몽’에 손을 잡은 나라라서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이탈리아로 들어갔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그런 연유로 지금 엄청난 국란을 겪고 있다.

급격히 늘고 있는 코로나 사망자와 감염자에 놀란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을 봉쇄하고 급기야 전 국민의 외출금지령을 내려 코로나에 맞서고 있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나도 가봤던 그 유명한 로마의 스페인 계단에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의 시장이 텅 빈 거리를 ‘어떻게 만든 도시인데….’ 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혼자 걷는 영상도 있다. 나도 따라 울컥했다. 사람 하나 없는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서 두 뺨에 눈물을 흘리는 시장의 모습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는 본래 소렌토 시장에게 헌정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이다. 시장을 기념해 작곡한 가곡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시장과 주민간에 친밀도가 높은가싶다.

하기는 지인의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10년간 성악 유학을 했는데 그가 유숙하는 아파트의 전체 동에 대부분 성악가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성악가들이 한 사람씩 있다고 해야 하나. 노래를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신들이 겪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하는 모습을 보라.

일본 인터넷에 올라온 눈물겨운 소식들….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탈리아 각지에서 시민들이 집 창가에 나와 일제히 노래를 한다. 중부 토스카나 지방 시에나의 주민들은 창문을 통해 그 지역의 민요 ‘칸토 델라 베르베나’를 합창하고, 북부 토리노의 아파트 거주자들은 저마다 베란다에서 일제히 스페인 대중 댄스 ‘사랑의 마카레나’를 춘다.

애국가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요일을 정해놓고 정해진 날 정해진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눈에 띄는 모습은 창밖으로 ‘어떻게든 되겠지요’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면이다. 역시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도드라진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유독 가족애가 진하다. 심심하면 즐겨 대가족이 모여 파티를 하고, 결혼식, 장례식에는 패밀리들의 성대한 모임을 가진다. ‘대부’라는 영화에서도 마피아의 결혼식이 잘 그려져 있다.

이런 접촉이 잦은 풍습이 외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더 악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하늘은 한국 하늘처럼 푸르고 고적, 명승지, 그리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사변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너무나 환자가 많이 나타나 현 의료 시스템으로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한다.

의사의 1년 수입이 우리 돈으로 1억원이 안되어서 다른 나라로 취업하러 간다니 속출하는 코로나 환자들을 어떻게 감당할지 염려된다. 그래서 이탈리아 정부는 아예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노인들은 치료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노인보다는 나이가 더 아래인 사람들을 우선해서 치료하겠다고. 우리나라와는 영 다른 대응책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사망자의 평균나이가 81세라고 한다.

여객선이 침몰하면 어린이, 여자, 노인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구조하는 것이 유럽의 인륜이 아니던가. 노인들은 살 만큼 살았으니 한 살이라도 적은 사람을 우선해서 돌보겠다는, 고려장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노인들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나는 그저 확진자가 줄어들어 이탈리아의 노인들도 다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다. 젊은 사람들은 자가격리하고 노인들은 입원해서 가료를 받는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40대 이하에서는 거의 없다. 대부분 기저병이 있는 나이든 사람들이다.

유럽 여행을 가려거든 맨 나중에 로마를 가라는 말이 있다. 유럽의 손꼽는 관광지가 거기 있어서다. 나도 그 말대로 파리, 마드리드를 거쳐 맨 나중에 로마로 갔었다. 로마의 스페인 계단에 세계 시민들이 몰려들 날을 멀리서 기원한다.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기필코 일어날 것이다. 우리도 기어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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