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동맹은 빛났다
달빛 동맹은 빛났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3.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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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21세기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이 집단으로 우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병원이 코호트 격리되었다. 의료진마저 손을 놓게 되었을 때 시민들은 몹시 안타까워하였다.

이때 국군장병들로 구성된 열두 명의 의료지원단이 이 병원에 투입되었다. 군의사와 간호사들은 병원을 소독하고, 청소하고, 치료하는 데 헌신하였다. 그들은 원래 ’병원에서, 공항에서, 군부대에서 일하고 있는’ 국군의료지원단 인력들이다.

환자들은 오랜동안 병원 안에 갇혀 격리된 생활을 하느라 심신이 몹시 지쳐갔다. 군의료진은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았고 덕분에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무려 15일 동안 군의료진은 숙소와 병원만을 오가며 묵묵히 진료에 혼신을 다했다.

코로나의 광주 전파를 지연시키는데 수훈 갑 역할을 한 것이다. 나는 이 소식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군의료진이라고 어찌 감염 위험이 두렵지 않았겠는가.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낸 국군 장병들이 천사들로 보이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상대적으로 현재까지 광주에 확진자가 적은 것은 군의료진의 봉사활동이 컸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 중에 있는 대구시에도 전국 각지에서 자원해 온 의사, 간호사들이 감염자 치료에 분투하고 있다. 광주시도 의사, 간호사, 방역요원들을 대구로 보내 적극 지원에 나섰다.

퇴직을 앞두고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간호사, 개인병원 진료를 마치고 매일 저녁 자원 의료진으로 활동하는 개업 의사들,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전국에서 자원 방역활동에 합류하고 있다.

어떤 의사는 격무에 지쳐 현장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한 의사가 진료에 지쳐서 걸상에 기대어 잠깐 졸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내 눈시울을 적셨다. 대구는 지금 의료진이 태부족인 상태다.

확진자 중에는 병원 입원 대기 상태에서 치료도 못받고 세상을 떠나는 사례들이 나올 정도다. 병상과 의료진이 모자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확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주 교활한 균이다. 감기 바이러스보다 1천배나 감염력이 높다고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감염자인지 모르는 무증상 상태에서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균을 옮기게 한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했을 뿐인데, 엘리베이터를 동승했을 뿐인데, 그 순간 주위에 있는 불특정 다수를 새로운 감염자로 만든다.

다단계 조직 비슷하게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이런 식으로 사방팔방으로 마구 균을 옮겨 새로운 감염자군을 만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활발하게 전염시키는 초장에는 전혀 내색이 없다가 환자가 폐렴을 일으키고 나면 전염균이 잠잠해진다고 한다. 괴이한 병원체다.

특히 사회적 활동량이 많은 20, 30대가 통계상 많이 전염되고 있는데 그만큼 전염 기운이 활발해진다는 뜻이다. 생각할수록 무서운 병이다.

광주시는 병원치료를 못받고 있는 대구의 경증 확진자들을 맡겠다고 나섰다, 광주는 현재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많지 않은 상태여서 ‘달빛동맹’ 정신을 살려 대구 시민을 구하고자 소매를 걷어 붙인 것이다.

대구 확진자들을 꺼려하는 지자체들이 있는데 광주가 앞장서서 구호의 손을 내민다니 이 또한 광주정신의 발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장면에서 코끝이 시큰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없었다. 광주도 확진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대구의 신종 코로나 퇴치에 힘을 합하는 광주 시민에게 반드시 하늘의 도움이 있을 줄 믿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방법은 딱 세 가지다. 외출 자제와 손씻기와 마스크다. 감염 취약계층인 70,80대의 외출을 극력 억제해야 한다. 청년층은 감염되어도 대부분 감기처럼 쉽게 나을 수 있다지만 기저병을 한두 가지씩 지니고 있는 시니어는 감염에 노출될 경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광주시는 방어력이 낮은 계층의 시민들에게 날마다 스마트폰으로 ‘외출주의보’와 안전안내문자를 하루에 2번씩 꼬박꼬박 보내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광주의 행정조직, 시민단체, 의료진들은 물론 시민들도 생명 지키기에 힘을 합칠 때다.

광주가 인권의 도시이자 생명권의 도시로 우뚝 서는 것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서정주, 무등을 보며) 어머니 같은 무등산이여, 우리 선량한 시민들을 역병으로부터 지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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