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로나19 대책과 ‘미즈기와 작전(水際作戦)’
일본의 코로나19 대책과 ‘미즈기와 작전(水際作戦)’
  • 박순애 호남대초빙교수
  • 승인 2020.02.20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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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호남대 초빙교수
박순애/호남대 초빙교수

요꼬하마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봉쇄됐다. 날이 새면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 연유로 일본의 코로나19 대책이 심각한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제적인 염려와 비판이 일본정부로 향하기 시작하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이번 일본정부의 코로나19를 상대로 한 ‘미즈기와 작전’의 실태와 모순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즈기와 작전(水際作戦)이란 군사용어다. 미즈기와(水際)란 물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적군이 육지로 상륙하기 전에 해상에서 해치우는 작전이라는 얘기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을 상대로 싸운 일본군에게는 해안에 배치된 병력들로서는 미군의 강력한 화력 함포사격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더군다나 제대로된 작전을 수행할 수 없었다.
전쟁말기 류오지마(硫黄島)의 전투나 오키나와(沖縄)전에서는 이러한 미즈기와 작전을 포기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패전 후 일본은 미즈기와 작전을 계속하게 된다. 패잔병인 일본 상이군인의 본국 송환에 미즈기와작전을 수행했다고 알려진 게 그 반증이다. 방법은 선상폭파이고 일본으로의 상륙을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본에는 살아남은 상이군인이 별로 많지 않았던 것이다.

미즈기와 작전 중 또 하나는 일본해군 특설운송함 우키시마마루(浮島丸)사건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 1945년8월24일 17시20분경에 교토의 마이즈루만(舞鶴灣)에서 조선인 3,725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귀향하던 우키시마마루호가 폭파되었다. 교토의 마이즈루항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서다.
조선인 524명과 승조원 25명 등 승선자 549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임에도 말이다.

침몰 원인이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여러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정부는 기뢰에 접촉한 침몰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군의 자침설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강제징용으로 일본내에서 심한 고통을 받았던 징용병들의 한국으로의 귀환이였기 때문이다.

이후 거듭되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1950년에 인양원호청(引揚援護庁, 인양은 전쟁 중에 적지나 점령지에 남겨진 사람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의미)이 작성한 내부문서에서도 침몰 원인은 ‘불가항력에 기인한 재난’, ‘구 해군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과 같은 배상요구 등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반면 일본자국의 승조원 25명은 전사자로 명예롭게 이름을 올렸다.

작금의 일본은 군사적인 분야 이외에도 관의 정책이나 지자체의 복지문제, 특히 공중위생, 그리고 항만이나 공항에서의 검역 또는 격리정책으로 ‘미즈기와 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 이슈가 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형 인플루엔자, 에보라 바이러스, 사스SARS 등의 대처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하지만 일본은 2009년 신형인플루엔자 유행이후 후생노동성에서 미즈기와작전을 실행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대책에도 미즈기와 작전을 실시했다.
그러나 일본국내만을 염두에 둔 채 프린세스호를 타국으로 여긴 일본의 꼼수가 세계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랴부랴 일본은 80세이상 고령자의 비감염자에 한하여 하선을 시키겠다고 한다.

프린세스호에는 총승선자 3700여명 중 17%에 달하는 감염률을 나타내고 있다(19일 현재 621명 감염). 이렇게 높은 감염률 속에 진행된 미즈기와작전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겨ᅟᅥᆯ코 용납이 안 된다.
애시당초 하선으로 분리 대처했으면 이렇게 감염률이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다 못한 미국은 자국인300여명을 데려갔다. 다른 국가들도 자국민 귀환에 나서고 있다.

아베정권의 정치적 판단이 전시나 전후처리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베일러 의대 피터 호테즈교수가 전염병이 있는 환자에게 14세기 윤리와 접근법으로 대응했다며 아베정부를 맹비난했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폐쇄된 공간에 가두어두고 장기간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데 방관하고 있는 것과 과거 일본의 전후처리와 그렇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의 총체적인 반성과 함께 사망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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